학회 밖 다문학적 심리상담사의 치열한 윤리강령 탈출 생존기 그리고 해방기
심리학은 대중에게 널리 알려질수록 좋다.
개개인의 삶에 꼭 필요한 도구이기 때문에 학계에서도 심리학의 대중화를 끊임없이 노력해 왔음을 안다.
하지만 단언컨대 심리학이 결코 쉬운 공부는 아니다.
이론이 너무 어려워서가 아니라, 책장을 넘길 때마다 행간 사이로 쏟아져 나오는 자신의 삶을 처절하게 마주하고 '정리정돈'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타인의 공부를 감히 '쉬웠다'거나 '가짜'라고 평가하기는 불가능하다. 누군가는 짧은 한 문장을 체득하기 위해 평생을 걸고 삶을 정돈해 왔을지도 모른다.
또한 특정 학회 밖이라고 해서, 심리상담자가 되기 위한 수련이 없을 리 없다. 규격화된 커리큘럼을 벗어났을 뿐, 나 자신을 해체하고 재양육하며 정리하는 '실전적 수련'은 훨씬 더 치열하다.
만약 이론만으로 상담대에 섰다면 누구나 입이 얼어붙었을 것이다. 자신의 "내면 정리정돈 노하우'를 타인에게 언어로 나눈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심리상담은 개개인의 삶 전반보다 결코 상위 범주일 수 없기에, 늘 어렵고 조심스럽다.
자격과 소속을 먼저 따지라는 '불안을 부르는 공포 마케팅'이 학계가 공식적으로으로 결정한 마케팅 방식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가장 취약한 시기에 이 마케팅 속 규칙을 지키느라 애를 먹는 건 결국 내담자의 몫이고, 내담자는 이러한 틀에 갇혀 개개인의 직관력마저 가로막힌다.
심리상담 자격은 면허가 아니기에 상담은 자격 없이도 가능하다. 이건 헌법이 보장하는 '사실'이다.
다만 상담이 거래의 영역으로 들어왔을 때, 전문가는 자격증 번호를 내세우기보다 내담자와의 '거래의 약속'을 규격화하는 데 집중한다. 단순히 지인을 통하거나 모호한 관계에서 시작되는 상담이 주는 불편함을 넘어, 내담자가 먼저 요청한 상담에서 맺어지는 '명확한 계약 관계'는 서로의 안전을 지키는 가장 강력한 보호막이 된다. 이러한 실질적인 약속이 전제될 때 비로소 내담자는 국가 시스템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소비자'로서의 정당한 권리를 획득하기 때문이다.
소비자 권익 보호는 우리에게 익숙한 권리다. 이 권한을 사적 기관인 학회에 위임하는 것은, 소비자로서의 주권을 판매자 집단에게 고스란히 넘겨주는 것과 같다.
공포마케팅은 '자격의 무결성'을 외치지만, 현장의 요구는 동문서답이다.
벼랑 끝 내담자에게 간절한 건 서류상의 자격증 번호가 아니라, 내 고통의 맥락을 이해하고 무너진 일상을 세울 '실질적인 전략'이다.
내담자가 상담자의 자격을 물어야 할 때는 이미, 소비자로서 판매주체에 책임을 묻고자 하는 때이다. 그런 소비자의 권리를 판매주체의 내부규정에만 맡기라고 할 수도 없다.
공포 마케팅은 늘 '내담자의 안전'을 방패 삼는다.
하지만 정작 특정 소속 상담사들이 어떤 상처를 주는지 전수조사라도 해본 적이 있는지, 학회 밖 치유자들이 내담자를 살려낸 사례에는 관심이나 있었는지 묻고 싶다.
안전은 언어와 수평적 존중의 태도, 약속과 경계에서 만들어지는 것이지, 자격과 학위가 안전을 보장하지 않는다.
사실 내담자에게 진짜 위험했던 건 그가 처해 있던 '상황'이었을 뿐, 밧줄을 던져준 '외부인'이 아니다.
상담자의 찰나의 태도가 좌절을 더하거나 구조를 완성할 뿐이다. 태도의 문제를 자격의 문제로 프레임 씌우는 마케팅은 내담자(소비자)의 불안과 계급나누기의 차별만 남긴 채 본질을 흐릴 뿐이다.
진짜 심리학은 종이 한 장의 자격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직접 해체하고 정리해 본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실전적 수련'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그 수련은 삶에서도 상호 존중의 방식으로 유지되어야 마땅하다.
권위를 위해 타인의 삶 전체를 차별하는 공포마케팅, 이제는 멈춰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심리학자의 노트: 정보 비대칭성과 소비자 주권] 경제학에서 상담은 서비스 제공자와 이용자 간의 정보 차이가 큰 대표적인 영역입니다. 이때 내담자의 권리를 사적 기관(학회)의 자율 규제에만 맡기는 것은 '소비자 주권'을 포기하는 것과 같습니다. 소비자학 전문가들은 상담 서비스의 안전망이 사적 징계 시스템이 아닌, 국가 시스템(소비자 보호법 등)과 투명한 계약 관계 안에서 작동할 때 비로소 내담자가 실질적인 보호를 받을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