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연합뉴스
“이럴 줄 알았으면 진작 더 들여놨죠.”
부산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김모(48) 씨는 연휴 기간 동안 크보빵과 ‘마! 거인단팥빵’이 순식간에 동나버린 걸 보며 혀를 내둘렀다.
평소엔 야구 시즌에만 반짝 관심이 몰리는 정도였지만, 이번엔 빵 하나에 붙은 띠부씰 때문에 오픈런까지 벌어졌기 때문이다.
김씨는 “중고등학생부터 어른들까지 다 찾아오는데, 빵이 없다고 하면 실망해서 그냥 나가는 분들도 많았다”며 “이 정도면 진짜 띠부씰이 빵보다 더 중요해진 시대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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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포켓몬빵 하나로 전국이 들썩였던 시절이 있었다. 당시 어린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건 빵보다 그 안에 들어 있던 스티커, 일명 ‘띠부띠부씰(띠부씰)’이었다.
151종 포켓몬 캐릭터를 모으기 위한 교환과 인증 문화는 소비를 넘어 하나의 놀이 문화로 확산됐다. 시간이 흘러 잠시 잊혔던 이 열풍은 20여 년이 지난 지금, 훨씬 더 다양하고 강력한 형태로 돌아와 유통가를 들썩이게 하고 있다.
최근 부산 사직야구장 내 세븐일레븐에서는 ‘마! 응원’ 시리즈가 출시 나흘 만에 4만 개 완판되며 큰 인기를 끌었다.
가장 주목받은 제품은 ‘마! 거인단팥빵’. 롯데자이언츠 선수와 마스코트 등 120종의 띠부씰이 랜덤으로 포함되었고, 이 제품 하나로 세븐일레븐 앱 검색어 상위권 대부분을 ‘자이언츠’ 관련 키워드가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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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피카츄가 자이언츠 유니폼을 입은 ‘자이언츠피카츄냐냐’ 스낵도 등장했는데, 32종의 피카츄 띠부씰이 들어 있어 일부 점포에서는 품절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세븐일레븐은 이 열기를 이어가기 위해 씨앗호떡에서 착안한 ‘마! 씨앗호떡빵’에도 띠부씰을 추가해 판매할 예정이다.
삼립이 한국야구위원회(KBO) 및 프로야구선수협회와 함께 출시한 ‘크보빵’도 놓칠 수 없다. 지난 3월 등장한 이후 41일 만에 1,000만 봉지 이상 팔려나가며 역대 최단기간 기록을 세웠다.
그 인기의 중심에도 역시 띠부씰이 있었다. 소비자들은 자신이 응원하는 팀의 스티커를 모으기 위해 ‘오픈런’을 감행하고,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교환과 인증 문화가 활발히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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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립은 이 기세를 몰아 ‘모두의 크보빵’이라는 시즌2 제품을 선보였으며, 여기엔 구단 유니폼 디자인의 띠부씰 180종과 국가대표 버전 26종이 랜덤으로 포함된다.
아이돌 팬덤 역시 이 흐름에 발 빠르게 뛰어들었다. GS25는 모바일 게임 ‘퍼즐 세븐틴’의 캐릭터 IP를 활용한 빵 시리즈를 출시했다.
총 65종의 멤버별 캐릭터 스티커가 랜덤으로 들어간 이 제품 역시 일부 점포에서 품절되었고, 팬들은 커뮤니티를 통해 판매처 정보를 공유하거나 구매 인증을 올리며 열기를 이어가고 있다.
이처럼 띠부씰 열풍은 추억과 복고를 자극하는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팬심, 수집욕, 커뮤니티 간 교류가 맞물리며 소비자는 유통 마케팅을 이끄는 ‘참여자’로 자리잡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단지 스티커 하나를 얻기 위한 행동이 아니라, 그것을 통해 자신이 지지하는 콘텐츠에 소속감을 느끼고, 취향을 공유하며 놀이하듯 소비에 참여하는 것이다.
결국 띠부씰은 한 장의 스티커를 넘어선다. 그것은 콘텐츠 팬덤과 브랜드를 잇는 새로운 매개이자, 수집과 놀이가 결합된 참여형 소비의 상징이다.
그리고 이 진화의 흐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스티커 하나로 다시 열린 가능성의 문은, 이제 막 본격적으로 활짝 열리고 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