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 비리 /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무기 조달 과정에서 뇌물이 오가거나 원가를 과장하는 이른바 '방산 비리'는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수면 위로 떠오르는 고질적인 뉴스입니다.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정부는 처벌을 강화하고 방위사업감독관을 신설하는 등 여러 방지 대책을 시행했으나, 비리는 쉬이 사라지지 않습니다. 전문가들은 방산 비리가 수십 년에 걸쳐 반복되는 근본 원인을 '개인의 도덕적 해이'가 아닌 무기 획득 메커니즘 자체의 '정보 비대칭성'에서 비롯된다고 지적합니다.
무기 획득은 군이 필요한 성능을 결정하는 '소요 제기', 방사청과 합참이 기종과 계약을 확정하는 '획득 및 평가', 업체가 물건을 제조하고 원가를 청구하는 '납품', 그리고 최종적으로 '품질 보증'을 거치는 여러 단계로 구성됩니다. 문제는 각 단계마다 정보를 통제하는 주체가 다르고 외부 검증이 매우 어렵다는 점입니다. 소요를 제시하는 군은 '우리에게 반드시 필요한 성능'이라는 명목으로 특정 업체에 유리한 기준을 설정할 수 있는 위치에 있으며, 평가 기관과 업체는 고도의 기술력과 원가 산정 자료를 활용하여 시험 성적서를 조작하거나 비용을 과다 책정할 기회를 갖게 됩니다. 비리가 기종 선정, 평가, 원가 산정 전 과정에서 마치 사전에 짠 것처럼 유사한 패턴으로 계속되는 이유는 바로 이 폐쇄적인 메커니즘에 있습니다.
구조적 병목에서 비롯된 방산 비리는 단순한 세금 손실로 그치지 않습니다. 정보 비대칭 환경에서 검사를 거친 불량 장비들이 실제 전쟁터에 배치되면서, 군인들의 생명과 전투력에 직접적인 위협이 되는 안보 위기로 연결된다는 점이 가장 심각한 문제입니다. 감사원의 적발 사례는 이러한 처참한 실상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감사원 자료에 따르면 군은 2016년부터 2020년 사이 총 58건의 계약을 통해 191만여 개, 95억 원 규모의 규격 미달 탄약통을 적절한 품질 검사 없이 인수한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탄약의 안전성과 보관 수명을 결정하는 중요한 장비가 부실한 검수를 뚫고 현장 부대에 배포된 것입니다.
방탄복 사례는 더욱 놀라울 정도입니다. 과거 감사원이 AK-47 소총탄에 완전히 관통된 불량 방탄복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전량 폐기 및 교체를 명령했음에도, 이후 군이 품질 미달의 방탄복을 다시 구매한 사실이 드러나 비난을 받았습니다. 비리가 드러나도 획득과 검수, 후속 조치로 이어지는 전체 절차가 혁신되지 않으면 동일한 사안이 언제든지 반복될 수 있음을 증명한 사건입니다. 특정 인물을 벌주는 꼬리 자르기식 조치를 넘어, 소요 단계부터 평가와 검수까지 열린 상호 견제가 작동하도록 획득 체계 전반의 '기초'를 완전히 재구성하는 근본적인 개혁이 절실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