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의 소음을 뚫고 진정한 가치와 성장 가능성을 발견하는 안목
"이 회사 뭐하는 데야?"
내 친구 민준(가명)이가 모니터를 가리키며 물었다. 화면에는 오르락내리락하는 차트와 함께 '제룡전기'라는 기업명이 떠 있었다. 나는 잠시 웃고는 대답했다.
"전기가 흐르는 길목을 지키는 파수꾼 같은 회사야."
그날은 2022년 초봄, 제룡전기의 주가가 5,000원대에 머물던 시절이었다. 이후 3년간, 그 파수꾼은 5,000원에서 100,000원까지, 무려 20배에 가까운 놀라운 상승을 보여주었다. 나는 투자자로서 이 여정의 일부를 지켜볼 수 있었고, 그 과정에서 기업 가치와 시장 환경, 그리고 투자의 본질에 대한 귀중한 교훈을 얻었다.
처음 제룡전기라는 회사를 알게 됐을 때, 나는 그다지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배전 변압기를 제조하는 회사. 딱 들어도 재미없어 보였다. 한국의 수많은 제조업체 중 하나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점점 더 이 회사에 관해 알아갈수록, 변압기가 우리 현대 생활에 얼마나 필수적인지 깨닫게 되었다. 변압기는 발전소에서 생산된 고압 전기를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할 수 있는 전압으로 낮추는 장치다. 전기가 흐르는 모든 곳에, 제룡전기와 같은 회사의 제품이 존재한다.
나는 희한하게 이런 기업이 좋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 기업. 하지만 우리네의 삶에 없어서는 안될 기업이다.
20대 후반에 스페인 바르셀로나를 방문했던 적이 있었다. 영국에 직무 관련 교육을 받으러 갔는데, 날이 너무 우중충해 1주일 정도 스페인으로 홀로 떠났다.
당시 바르셀로나에서 관광객들은 화려한 대성당과 광장에만 관심을 가졌지만, 나는 문득 그 마을의 상수도 시스템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궁금해졌다.
가이드는 놀란 표정으로 "20년 동안 관광객 중 그런 질문을 한 사람은 처음"이라며 웃었다. 하지만 그 '보이지 않는' 인프라가 없다면, 화려한 분수도, 카페의 에스프레소도, 심지어 그 마을의 삶 자체도 존재할 수 없었을 것이다.
제룡전기는 바로 그런 존재였다. 눈에 띄지 않지만, 현대 문명의 근간을 지탱하는 필수적인 회사.
2022년, 제룡전기에 대해 더 깊이 알아보던 중, 나는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이 회사가 미국 LA 수도전력국(DWP)에 변압기를 공급하기 시작했다는 것이었다. 그 자체로는 그다지 극적인 뉴스가 아니었지만, 전체 퍼즐의 한 조각으로 볼 때 중요한 의미를 지녔다.
같은 시기, 미국은 바이든 정부 하에서 대규모 인프라 투자를 단행하고 있었다. 인프라 투자 및 일자리 법안(IIJA)과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통해 전력망 현대화에 막대한 자금이 투입될 예정이었다. 여기에 더해, 미국 전력망의 약 70%가 설치된 지 25년이 넘어 교체 주기가 도래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이 모든 정보를 종합해보니, 미국 시장에서 변압기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는 그림이 그려졌다. 마치 오랫동안 가뭄에 시달리던 대지에 첫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하는 것 같았다.
당시 많은 투자자들은 인공지능, 전기차, 바이오 기술 등 화려한 성장 산업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보이지 않는 기회'가 여기 있다고 직감했다. 모두가 미래를 이야기할 때, 그 미래를 가능하게 하는 기반 시설에 주목한 것이다.
내가 제룡전기에 처음 관심을 가졌을 때만 해도, 이 회사의 재무 성과는 그다지 인상적이지 않았다. 2014년 573억 원의 매출과 9%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한 이후로 큰 성장을 이루지 못하고 있었다. 지루한 제조업체의 전형적인 모습이었다.
그러나 2022년부터 상황이 극적으로 변화하기 시작했다. 매출액은 2022년 861억 원에서 2023년 1,839억 원으로 113.7% 급증했고, 2024년에는 2,627억 원에 이르렀다. 더욱 놀라운 것은 영업이익의 성장세였다. 2022년 160억 원에서 2023년 702억 원으로 338.9%나 폭증했고, 2024년에는 978억 원을 달성했다.
이러한 이익 성장은 영업이익률의 비약적인 상승에 기인했다. 2022년 18.57%였던 영업이익률은 2023년 38.14%로 두 배 이상 뛰어올랐으며, 2024년에도 37% 이상의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제조업에서 이런 수익성은 거의 기적에 가까웠다.
내가 처음 이런 숫자들을 봤을 때, 솔직히 의심스러웠다. "제조업에서 어떻게 영업이익률이 38%가 넘지?" 하지만 곧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제룡전기의 극적인 성장은 여러 요인이 한꺼번에 작용한 '완벽한 폭풍'의 결과였다.
첫째, 앞서 언급했듯이 미국 전력망의 노후화와 바이든 정부의 인프라 투자가 맞물려 변압기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특히 회사 전체 매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1년 25%에서 2023년에는 80%까지 치솟았고, 2024년 2분기에는 92%까지 확대되었다. 이 중 대부분이 미국 시장으로의 수출이었다.
둘째, 신재생에너지의 확대와 AI 데이터센터 건설 붐, 그리고 전기차 보급 확대는 전력 수요를 더욱 자극했다. 이는 단순한 교체 수요를 넘어 전혀 새로운 변압기 설치 수요를 창출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23년 전체 에너지 소비에서 전기가 차지하는 비중이 20%였으나 2050년에는 50%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셋째, 미국 내 변압기 공급 부족과 긴 리드타임은 제룡전기에게 완벽한 기회로 작용했다. 미국 주요 변압기 업체들의 제조 리드타임이 대형 초고압 변압기의 경우 120주에서 210주에 달하는 등 공급자 우위 시장이 형성되었다. 즉, 판매자가 가격을 결정하는 시장이 된 것이다.
넷째, 원화 약세는 수출 기업에게 우호적인 환경을 제공했다. 미국 달러로 수출 대금을 받는 제룡전기는 원화 약세 시 원화 환산 매출액과 이익이 증가하는 효과를 보았다.
다섯째, 2022년 3분기부터 대량생산 방식으로 전환하면서 영업이익률이 크게 개선되었다. 이는 생산성 향상과 원가 절감 효과를 가져왔다.
이 모든 요소들이 한꺼번에 작용하면서, 제룡전기는 3년 만에 평범한 제조업체에서 폭발적인 성장과 수익성을 자랑하는 기업으로 탈바꿈했다.
돌이켜보면, 제룡전기의 성장 가능성을 더 일찍 알아차릴 수 있는 신호들이 있었다. 2019년에 이미 LA 수도전력국(DWP)에 변압기를 공급하기 시작했다는 점, 글로벌 전력 설비 산업이 2022년 하반기부터 회복세를 보이기 시작했다는 점, 그리고 2022년 3분기부터 대량생산 방식으로 전환하면서 영업이익률이 급증했다는 점 등이다.
하지만 많은 투자자들은 이런 신호를 놓쳤다. 왜냐하면 변압기라는 제품은 화려하지 않고, 제룡전기라는 회사는 대중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한 전력기기 산업은 일반 대중이 쉽게 접근할 수 없는 B2B 시장의 특성을 가지고 있어, 정보의 비대칭성이 컸다.
이런 상황에서, 산업의 본질을 이해하고 시장 트렌드를 꿰뚫어 보는 눈을 가진 투자자들만이 초기에 기회를 발견할 수 있었다.
내 경우, 우연히 미국의 노후 전력망 문제와 바이든 정부의 인프라 투자 계획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제룡전기를 발견했다. 그리고 이 회사가 보유한 기술력과 생산 능력이 미국 시장의 폭발적인 수요와 맞물릴 경우 어떤 결과가 나올지 상상해볼 수 있었다.
이런 극적인 성공 사례를 보면, 자연스럽게 "다음 제룡전기는 무엇일까?"라는 의문이 든다. 어떤 산업이, 어떤 기업이 향후 몇 년간 비슷한 궤적을 그릴 수 있을까?
그 답을 찾기 위해서는 먼저 제룡전기 성공의 핵심 요소를 이해해야 한다. 그것은 ① 필수적이지만 주목받지 못하는 산업에 속해 있고, ② 구조적인 수요 증가가 예상되며, ③ 공급이 제한적인 환경에서, ④ 특정 분야에 전문성을 가진 기업이라는 점이다.
이러한 조건을 갖춘 기업은 분명 지금도 시장 어딘가에 존재한다. 그들은 화려한 조명을 받는 무대 위가 아니라, 어쩌면 무대 뒤편의 어둠 속에서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는 그들에게도 스포트라이트가 비춰질 순간이 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