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산업이란 무엇인가와 왜 민영화와 구조개편이 시작됐는지를 생각해 보자.
우리는 지금 이 순간에도 전기를 사용한다. 전기를 사용한다는 말은 하나도 어렵지 않다. 집에서 TV를 볼 때도, 아이폰을 충전할 때도, 밥을 지을 때도, 아파트의 엘리베이터를 탈 때도 이 모든 활동은 전기라는 존재의 힘, 즉 에너지를 사용하는 과정이다.
전기를 발견한 사람은 고대 그리스의 탈레스라는 철학자로 알려져 있다. 호기심 많던 이 분은 우연히 호박이라는 광석을 문지르면 먼지가 이 돌에 달라붙는 현상을 보고 뭔가가 있다는 생각을 했다고 전해진다. 이때의 현상을 정전기 발생으로 후세 과학자들은 정의했지만, 아무튼 인류 최초의 전기현상을 느낀 사람이 탈레스였다고 한다. 호박이라는 돌의 이름이 Elektron이었고 여기에서 전기를 뜻하는 Electricity가 나왔다고 하니 뭐 그리 믿어야지.
이후 여러 선지적 학자들이 전기와 전자의 현상을 발전시켰는데, 결정적으로 미국의 발명왕 토마스 에디슨이 우리가 지금 사용하는 전기를 만들어 내는 발전기를 상용화했고, 직류니 교류니 등등의 논쟁과 발전 이후 오늘날 우리는 매우 당연히 매일 전기를 사용한다.
전기를 만드는 방법은 매우 쉽다. 발전기의 터빈이 돌면서 자기장이 나오고 이때 발생한 전기를 여러 과정을 거치면서 우리 집으로, 공장으로, 거리로 보내주면 우리는 아무런 과학적 배경이나 지식이 없이도 그냥 전기를 쓰면 된다.
발전기를 돌리는 방법은 여러 과정을 거치면서 발전했지만, 궁극적으로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매우 높은 압력으로 공기를 압축해서 한꺼번에 쏴 주면 발전기의 거대한 터빈아 돌아가면서 전기가 나온다. 자세한 내용은 우리 같은 일반인들은 이해할 필요가 없다. 핸드폰 내부의 원리나 가솔린 자동차 엔진의 구조를 이해 못 해도 상관없듯이.
상식인 선에서 조금 이해하려면 발전기를 돌리는 방법에 따라 발전소 이름이 달라진다는 정도만 알면 된다. 물의 낙차의 힘으로 수차를 돌려서 발전기를 돌리면 수력발전소, 석탄이나 석유를 태워서 물을 끓인 다음 아주 높은 온도와 압력으로 공기를 압축해서 터빈을 돌리면 화력발전소, 핵분열을 강제로 시켜서 나오는 엄청난 에너지로 물을 끓여서 역시 고압 공기를 뿜어서 발전기를 돌리면 원자력발전소, 태양광을 모아서 광전효과로 전기를 만들면 태양광발전소, 태양열을 모아서 물을 데워 전기를 만들면 태양열발전소 등등이다. 바람으로 풍차를 돌리면서 발전기가 돌아가는 것은 풍력발전소이다. 기타 연료전지, 파력, 조력 등등의 새로운 신에너지 또는 재생에너지도 있지만 이쯤에서 넘어가자.
산업혁명은 처음으로 사람이나 동물의 힘이 아닌 기계를 사용한 큰 사건인데 그때 석탄을 태운 증기기관을 처음 사용했다. 이후 석유가 발견되자 석탄에 비해 에너지 밀도가 높아서 훨씬 더 효율적인 석유의 시대로 넘어오면서 20세기의 문명이 꽃을 피웠다. 전력산업 역시 석탄에서 석유, 그리고 원자력, 다음으로는 재생에너지, 그리고 신에너지로 넘어오는 변천을 겪었다.
전력산업의 특징
전기를 만들어서 소비자들에게 보내는 과정은 조금 복잡하다. 발전기가 돌아가고 여기서 나오는 직류전기를 모아서 교류전기로 바꿔서 장거리 수송을 위해 송전선로로 보내고, 전기 사용지 근처의 변전소에서 적당한 전압으로 다시 내려 준 다음 각 가정이나 공장으로 보낸다. 이 과정을 발전-송전-배전이라고 나눠서 이름을 지었다. 세계의 모든 나라는 이런 전력산업의 단계를 통해서 전기를 만들고 사용한다.
문제는 이런 일련의 거대한 설비를 갖추는데 돈이 많이 든다는 것에 있다. 전기를 처음 만들고 사용했던 미국은 에디슨, 웨스팅하우스, 테슬라와 같은 선지적인 사업가들이 시작했기에 전력산업이 처음부터 민간사업자들의 몫이었다. 하지만 미국의 뒤를 이은 나라들은 국가 주도로 전력산업을 시작했다. 이는 미국 전력회사들은 대부분 원래부터 민간기업이었고 나머지 나라들은 국영기업이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래서 모두 그게 당연한 줄 알았다. 1990년대에 들어서기 전까지는.
그리고 전기는 빛의 속도로 움직인다. 발전기가 돌면서 만들어진 전기는 지금 내 노트북의 전기와 실시간이다. 지구상에서는 아무리 멀리 있어도 전기의 생산과 소비는 같은 순간에 벌어진다. 따라서 발전기가 멈추면 내 방의 전등도 동시에 꺼진다. 그리고 정전이 되면 촛불로 노트북을 켤 수 없다. 전기 이외에는 내 집의 가전제품에게 에너지를 줄 수 없다.
위의 말을 경제학자들은 전기는 대체품이 없고, 수요탄력성이 0이라고 설명한다. 쉽게 말해서 전기는 전기 이외의 그 무엇으로도 대신하지 못한다는 말이다. 그만큼 전기는 생산에서부터 운반 그리고 소비까지 면밀하게 관리해야 하는 아주 중요한 서비스 또는 상품이다. 이를 전기회사 사람들은 수직통합과 일관수직체제의 안정성이라고 말한다. 즉, 발전-송전-배전-판매까지 하나의 유기적인 흐름으로 관리를 해야 사고가 나지 않는다는 믿음이었다. 이 과정에서 거대한 전기회사에 의한 독점은 모두가 당연시했다.
하지만, 1990년 근처가 되자 이런 믿음을 깨는 현상들이 벌어졌다. 기술이 발전했으니 전기도 각 부문별로 나누고, 경쟁을 시키고, 심지어 민영화를 시켜 시장경쟁을 하자는 주장이었다. 신자유주의라고 부르는 시장경쟁 만능 시대의 시작이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