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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아킴 Oct 19. 2024

영어 잘하기 2

원어민 수업, 그 낭비

미국으로 떠나기 전, 영어학원에 다녔다.

그때나 지금이나 영어는 취업과 출세의 하나의 사다리로 보였다.


외국말을 잘해야 출세할 수 있는 나라, 이건 거의 식민지가 아닌가.

아무튼, 영어를 좀 더 잘 듣고 잘 말하기 위해 남들처럼 학원에 등록했다.


당시에는 미국인, 소위 말하는 원어민으로부터 영어를 배우는 과정에 들어가려면

일정한 테스트를 통과해야 했다. 자존심 상하는 식민지 근성, 그 자체.


기본적으로 어학에 남들보다는 조금 소질이 있었기에

중학교 이후 영어가 재밌었고 쉬웠다.


고등학교 시절 수학은 젬병이었지만 영어는 만점에 가까웠다.

사실 당시의 영어 시험이 오늘날 수능보다는 훨씬 더 합리적이었다.

요즘 수능의 국어, 영어, 수학은 사실 시험이 아니다.

그에 관한 이야기는 나중에....


암튼 처음 미국인이 진행하는 수업에 들어갔다.


나이가 30대 후반 정도 되는 남자였고, 이름은 당연히 기억나지 않는다.

미국인을 처음 대한다는 긴장감에 굳었지만 한 번, 두 번 수업을 지나고 나니

사실 별거 아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문제는...그 선생이라는 미국인의 수준이었다.

영어라면 무조건 주눅이 들고 외국인, 여기서 말하는 외국인은 당연 서양 백인,

외국인 앞에서 또 움츠러드는 불쌍한 한국인...




미국인 선생이 영어로 말하면 모두가 진리로 들리고 뭔가 우리가 배워야 한다는 그런 열등감.

그 선생이라는 친구는 나중에 생각해 보면 그냥 심심해서 세계를 떠도는 그런 방랑자 수준.


나중에 미국 학교 게시판에서 그런 사람을 뽑는 광고를 봤다.

동아시아, 즉 일본, 한국, 중국, 대만에서 영어를 가르칠 사람 모집....


일반적으로 할 일이 많은 바쁜 학생이나 직장인이 그런 광고에 호응할 일이 없다.

놀고 있는 놈팡이들일 가능성이 농후했다. 그런 부류의 광고는 아무런 관심을 끌지 못했다.

아무튼, 그 선생 수업을 석 달 정도 들었다.


수업 내용은 한심했다.

무슨 스트림인가로 기억나는 회화교재였는데, 내용은 참혹했다.


선생도 그걸 아는지 교재로 수업 진행은 대충 하고 잡스러운 이야기만 떠벌렸다.

그렇게 석 달 동안 그 학원 수업을 다녔다.


아무것도 얻지 못한 것은 아니었다. 외국인 공포증을 없앴다고나 할까?

미국인 막상 만나 보니 별거 아니더라, 뭐 이 정도 소득이었다.

바로 이듬해 미국에 가서 학교에 적응하는 데에는 큰 도움이 됐다.

그게 다였다.


원어민 회화라고 우리나라 학원에서는 아직도 이런 프로그램을 많이 운영한다.

물론 나름의 의미가 있다. 외국인과의 대화 기회가 없는 사람들에게는 이를 통해

외국인과 직접 만나는 기회를 얻는다. 나도 그랬다.


그런데, 우리를 가르치는 이 원어민들이 과연 합당한 자격이 있는지가 문제이다.

간접적으로 전화를 이용하는 회화 프로그램도 있다.


나도 얼마 전에 활용해 봤다.

주로 인건비가 저렴하지만, 영어가 유창한 필리핀 사람들을 선생으로 활용한다.

다 좋다. 그렇지만 뭔가 아주 아쉽디.

영어가 뭐길래 우리는 이걸 배우려고 이렇게 시간과 돈을 투자하나.


영어에는 왕도가 없다고 한다.

사실 영어든 뭐든 배우는 데 쉬운 길이 있겠는가.


좀 더 근원적으로 이 문제를 생각해 보자.


기본적으로 영어는 언어이다.

우리가 태어나면서 한국말을 배워서 모국어로 사용하듯이

영어도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배워서, 좀 더 자세히 말 하지면 익혀서 사용해야 한다.


언어가 인간의 의사소통에 필요한 도구라는 사실은 모두가 안다.

여기에서 중요한 사실은 도구 자체가 목표가 아니다는 것이다.


총을 잘 쏜다는 것은 총이라는 도구를 잘 사용해서 목표물을 잘 맞힐 때를 말한다.

총을 잘 쏘려면 총에 대한 이해도 필요하겠지만 총을 쏘는 연습이 더 중요하고 필요하다.

영어가 의사소통의 수단이고 도구라면 영어 자체를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영어를 사용해서

내 생각을 전달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한국과 일본 같이 대학입시가 교육의 지상 최대의 목표로 전락해 버린 나라들은

영어를 의사소통의 방법으로 배우지 않고 시험의 수단으로 사용한다.


그렇기 때문에 실제 의사소통에 필요한 말을 안 배우고 평가에 필요한 줄 세우기로 활용한다.

그러니 영어를 잘하지 못할 수밖에 없다. 적어도 의사소통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데 있어서.

바꿔야 한다. 


그런데 현실이 그렇지 못하다.


개인적 경험으로 느낀 영어 익히기의 방법을 공유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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