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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슬 Sep 07. 2022

평범한 게 좋지만, 조금은 특별하고 싶어

연보라


언제였을까. 처음에는 여느 아이들이 그러하듯 나의 선택도 노랑이었다. 아마도 친한 아이 중 하나에게 "보라"라는 답을 처음 들었을 때,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좋아하는 색깔이 빨강, 파랑, 노랑, 초록이 아닌, 보라라니! 보라색을 좋아할 수 있으리란 생각을 왜 못 했을까. 보라는 신선하고 놀라운 선택지였다. 그 친구가 좋았는지, 나의 마음이 변한 건지는 모르겠다.

"제일 좋아하는 색깔이 뭐야?"

"보라색"

나의 대답도 어느새 노랑이 아닌 보라가 되어 있었다.


색상들은 각각의 이미지를 갖고 있다. 노란색은 명랑한 이미지, 빨간색은 열정적인 이미지 등이다. 누군가 어떤 색을 좋아한다고 할 때는 그 사람의 이미지에 색의 이미지가 덧입혀진다. 보라색은 감정 변화가 있는, 변덕스러운 등의 부정적인 이미지가 있지만 예술가의 색, 왕실의 색이라는 희소하다는 이미지를 갖고 있다.


보라색을 좋아한다고 할 때, 상대방의 반응은 대부분 답을 듣는 것에서 끝나지 않았다. "그래?", "보라색을 좋아한다고?"라고 되묻는 일이 많았다. 그건 빨강이나 파랑을 들은 후의 반응과는 달랐다. 답을 들은 후 잠시 생각하는 듯한 상대방의 반응이 나쁘지 않았다. 어디에 있어도 눈에 띌 일 없는 평범한 내가 그 순간만큼은 아주 조금 특별해지는 느낌이었다.



좋아하는 색은 변하기도 한다. 어느 때는 핑크색이 좋았다가, 어느 때는 하늘색이 좋고, 민트색이나 짙은 파란색에 매료되기도 한다. 여러 색이 나를 설레게 하지만 그중에서도 보라색은 묘하게 나를 잡아끈다. 핑크색이 더 예뻐 보일 때도 연보라색을 지나치기 어고, 파란색이 더 예뻐 보일 때도 연보라색을 포기하지 못다. 핑크색을 보다가도 파란색을 보다가도 나의 눈길은 어느새 보라색에서 멈춰 선다. 나는 연보라색을 좋아한다. 빨강과 파랑이 적절히 어우러진, 맑고 여린 연보랏빛에 마음을 뺏긴다.


좋아하는 색은 나를 표현하기도 하지만 내가 되고 싶은 모습일지 모른다. 연보라는 보라색의 범주에 있다. 진보라처럼 강렬하게 특별함을 발산하지는 못 해도 은근하게 보라색을 드러낸다. 평범한 게 좋지만 조금은 특별하고 싶은 나의 마음과 닮아 있다. 나는 연보라를 좋아한다. 언제나 연보라에 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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