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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롱꽃

by 허진년

초롱꽂 / 허진년


고된 마음은 귀를 열고

마중으로 배웅을 흥정하는데

너무 밝아 어두워진 등이

매듭 풀고 혼자서 붉다


초롱 등불 안는 만큼

한 칸씩 물러서는 어둠에게 미안해

등불은 또 다른 그림자를 만들어

야무지게 크기를 넓혀 일렁이고

하얀 달빛으로 몸을 씻는다

등 뒤로 세웠던

키 낮은 풀잎들이 종종걸음으로

앞장서서 걸어가고


포개진 기다림이 종루를 움켜잡는데

휘청거리는 것은 불꽃인가

종소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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