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이 오면 / 허진년
능수버들은 어이하여
능청스럽게 휘어져서 푸른가
어머니 굽어진 허리가 생각나서
오월이 싫은데
버들잎이 간장 종지 만하던 작년 오월에
여든일곱 번째 생신 며칠 앞두고
고봉밥에 미역국 한 그릇 아끼려고
이팝나무 꽃잎처럼 하얀 속눈썹 붙이고
다시는 눈을 뜨지 않으셨다
송홧가루 난분분亂紛紛 하는 오월이 오고
고향 뒷동산에 고사리는 새순 돋아내는데
파란 잔디 이불 두꼅게 덮으시고
깊은 잠을 주무시는구나
세월은 계절을 한 바퀴 돌아와서
고향 집 담장에는 장미꽃 붉게 피었는데
오월이 왔다는 것을 알고나 계시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