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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달

by 허진년

낮달 / 허진년


세상을 잊고 사는 낮달은

빈 배이다


어둠을 밝히던 색깔도 지워버려

하얗게 비어 있기에

하늘 모서리를 반 틈이나 베어 물고 있어도

누구도 나무라지 않는 것은 채워진 것이 없기 때문

흰구름이 앞다투어 지나쳐도

탐할 것 없기에 비켜서라 채근도 없다

존재하여도 인식되지 않기를 원하여

빈 배로 세상을 건넌다면

어느 누구도 맞서거나

부딪쳐 오지 않는 것인데


제 빛으로 사는 욕심으로

해거름이 돌아오는 저녁마다

아삭한 얼굴 단장으로

둥근 달하나 밀어 올린다

.....................................

토굴, 백합꽃 위로 낮달이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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