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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으로 가는 시작

by 허진년

끝으로 가는 시작 / 허진년


마지막이 궁금하여

행진을 이끌어 가던 무리들은

스스로 말미암아 웅성거리지 않고

붉은 입술을 마른 꽃잎으로 부풀려서

무리를 헤아려 나에게도 왔다


나이만큼 이유 없이 생각만 깊어졌고

성난 시간을 살아내지 못한 갈증들이

천천히 빠르게 떨림으로 연륜만 채웠다


기억하지 않는 생각이 엇갈림으로

외눈을 뜨고 있으니까

끝으로 가고 거기서 다시 시작하고


이렇게 많은 삶이 기특하게도 찾아 왔으니

안심과 불안 사이를 다독여

가장 아름다울 때가 지금이라 부추긴다


조붓한 길로 들어선

끝과 시작은 불지 않는 바람에도

서로의 옷깃을 여며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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