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절곶艮絶串이란 명칭은 어부들이 먼 바다에서 고기잡이를 마치고 뭍으로 돌아오면서 육지를 바라보면 간절곶 언덕이 긴 간짓대(대나무로 만들어 과일 등을 따기 위한 긴 장대)처럼 보여 간절끝艮絶이라 불렀던 것에서 유래되었다.
봉화산 산자락이 줄기를 흘러내리다가 바닷가 언덕에서 멈추어 선 곳 동경 129도 21분 50초, 북위 35도 21분 20초 지점이 간절곶이다. 지금은 해맞이길 시작하는 곳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새해 첫날 간절곶에 모여서 일출을 바라보며 한해의 무사함의 희망과 간절함을 염원하는 곳이다. 포항 영일만의 호미곶보다 1분, 강릉 정동진보다는 5분 일찍 해가 뜬다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해맞이를 할 수 있는 명소가 간절곶이다.
예전부터 간절곶은 간절한 소망을 기원하고 만들어 가는 터였었다. 지아비가 고기잡이배를 타고 망망대해로 떠나면 무사하게 돌아오기를 기원하는 아낙네들의 애절함이 녹아 흐르던 곳이었다. 한편 어부들은 수평선을 넘어서면 보이는 간짓대를 찾아 돌아오면서 만선의 깃발을 꽂고 가족들의 품으로 돌아왔던 길목으로 헤어짐과 만남의 장소이었다.
삶이란, 기다림과 만남의 반복적 일상이다. 험난한 바닷길로 떠나보내고, 다시 만남으로 안도와 반가움을 수없이 반복하였던 간절곶에서 그 시절을 견뎌내고 살아온 사람들의 간절함을 추억하는 마음으로 새겨 보았다.
혹여, 끝까지 돌아오지 못하고 지금까지 바다와 함께 살고 있을 어부들의 영혼을 달래고 기다림에서 그리움으로 평생을 눈물지었을 가족들의 애환을 생각하며 간절곶 커다란 우체통 앞에 서서 바다로 보내는 편지 한 장을 남기고 돌아왔다.
간절곶 / 허진년
바다에서는 사유의 기다림은 허락되지 않는다
갈매기가 목덜미를 길게 늘여 여러 갈래 길을 개척하는 것은 각진 상처를 돋아내려는 것이다 세월만 알고 있던 비밀의 무게가 버거우면 전설마저 함부로 쏟아버리는 포말처럼 일출도 붉은 잠에서 일어나는 선택을 한다
간절함이 순간을 찾아내어 기억하면 마음 근육을 부풀려 별이 되고 달이 되고 그리고 애절함으로 바다를 기다린다
낮은 바람을 끌어다가 등대를 세우고 속내를 간추려 쌓아 바위섬을 만들고 조급하게 파고드는 파도로 담벼락 허물고 누구를 맞이한다는 것은 빛을 끌어오는 복잡한 좌표를 그려내는 것이다
숱한 이별과 재회의 약속이 아직도 파도를 당기고 삶과 죽음이 수평선을 펼치고 접을 때마다 키 높은 우체통 네모난 등을 다독이며 기쁨으로 지켜내는 기도는 모두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