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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진년 Sep 20. 2024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 허진년


믿고 싶은 것만큼만 믿어도

반은 속고서야 온전한 세상임을 어렴풋이 알았을 때

싸구려 주먹질에 피 멍으로 엎어져

며칠간 무엇이 되어 침묵하고 싶다


고집스럽게 챙겨 두었던

쓸모없는 무게를 내려놓는 일부터

모질게 자신에게 대들거나 따져 묻는 옹졸함까지

삶의 진행 화살표를 만지작거리며 갈팡질팡 할 때에도

산다는 명제로 벽돌 쌓아 올리는 반복으로

수척해진 하루가 반 토막이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려움은 빙하처럼 두껍고  

결국 강한 것들은 침묵이 언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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