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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진년 Sep 26. 2024

산사山寺의 풍경소리가 뎅강거리며 들려 온다

산사山寺의 풍경소리가 뎅강거리며 들려 온다 / 허진년

나는 산사를 가고 올 때 마다

산골짜기 초입부터 일주문까지를 걸으면서 조금은 엉뚱한 생각한다.


절집의 스님들이 불가에 처음 출가 할 때, 불가로 귀의하고자 마음을 정하고, 세속의 모든 것들과 연을 정리하면서 무슨 생각을 하면서 이 길을 걸어 갔을까?


사랑하는 사람, 혹은 자식, 또는 친구를 산사에 남겨 두고 돌아서야 하였던 사람들은 이 길을 걸어서 오가며 무슨 생각에 잠기었을까? 그런 생각을 하다 보면 절집에 들어 서기도 전에 벌써 마음이 경건해지면서 엄숙하게 나를 다시 생각하여 본다.


나는 개인적으로 출가出家에 대하여 많이 생각한다. 모든 것을 놓아 버리라고 하지만 놓지 못하여 내 마음이 우와좌왕 할 때, 일체를 멈추어라 하지만 멈추지 못하고 촐랑거리며 세상에 협착할 때 내 의지가 약하여 내가 싫어질 때, 나는 출가를 꿈꾼다.  그것이 세상을 회피하는 도망자라고 하여도 나는 그러고 싶다.


깨달음을 구하는 구도자가 아니더라도 나는 그런 분위기가 좋다. 내가 지금까지 자부해온 지식, 주의 혹은 주장, 견해, 우월감, 열등감, 자만심, 타인의 평가, 사회적 지위, 모든 것이 부질없다 하여 말끔하게 비워 버릴려고 할 때마다 자꾸만 더 애착스러워지고 집착에 매달릴 때 나는 자꾸 산사로 올라가는 언덕 길을 생각한다. 내 어설픈 마음 자투리 성긴 빈자리에 무한의 지혜를 채워 보리라는 원대한뜻이 아닐지라도 요사채 앞마당을 지나가는 가을바람이 더욱 그립다.


구도의 길이라면 세속적으로 정하여 준 도덕적 겸손을 넘어서 “나”라는 것에 집착하는 관념에서 비롯된 독선과 이기심, 그리고 편견을 놓아야 한다고 하겠지만 마음을 낮추어 잃어버린 나를 찾는다? 나는 그럴 수가 없어, 캄캄하다.


텅 비어진 마음을 삭이려고 하루 밤을 묵어 보는 절집의 꼭두새벽에 도량석 목탁소리가 세상의 무지를 일으켜 세우려고 캄캄한 어둠을 뚫고 울려 퍼지면 무엇이라고 형용할 수가 없이 들려 오는 소리가 있다. 가슴 밑바닥을 끌어내리는 큰 북소리처럼 둥-둥-둥 울려오는 소리에 나는 심취하고 만다. 그런 산사의 새벽이 너무나 좋다.


연이어 들리는 생명 있는 것들의 모든 번뇌를 소멸시켜 준다는 범종소리가 미몽의 꿈속에서 자신을 돌아 안고, 나의 본 마음은 무엇인가? 참다운 내가 누구인가? 자신을 밝히는 물음표를 달아 붙이기를 재촉하는 것만 같다.


솔내음 가득 담은 아침 바람이 가을산사를 지키는 햇쌀을 비껴 내리는 아침에 숲속 깊은 곳에서 정적을 깨물어 보고 싶어 일주문 밖으로 나서는 산책 길의 돌덩어리들도 내가 아닐까? 자세하게 눈여겨 보게 된다.


하루를 시작하기 전에 나를 참회하는 눈길로 골짜기 오솔길로 걸어가기를 멈추기 싫어서 참회하는마음으로 다져 본다.


참이란 나의 일상에서 지은 허물을 뉘우치는 것이라고 한다면 내가 만들어 놓은 악업과, 어리석고 교만하고 허황되며 시기, 죄를 다 뉘우쳐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참회는 이 다음에 오기 쉬운 허물을 조심하여 그 죄를 미리 깨닫고 아주 끊어 다시는 짓지 않겠다는 결심이다. 참회의 생각으로 바라다 보는 산자락의 숲속 길로 걸어가면 모든 것들에게 자꾸만 미안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 가을 날에 산사마당 가득히 떨어진 낙엽들을 쓸어 모으는 스님들의 모습이 눈에 밟힌다. 그 낙엽을 태우는 연기가 꺼지기 전에 산사를 다녀와야겠다. 스님의 싸리나무 빗자루로 엉덩이를 맞으면서 부처님 덕담 한 말씀이라도 여의고 왔으면 싶다.


가을 아침에 자꾸 산사의 풍경소리가 뎅강거리며 들려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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