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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진년 Sep 29. 2024

가을 오는 길을 달렸다

오랜만에 마라톤 주로를 달렸다.

이보다 더 기분이 좋을 수는 없다.

하늘을 날아오르는 기분이다.


2024.09.29. 일요일 이른 아침

울산 방어진 염포산전국마라톤대회장인 서부축구장에 도착하니

많은 달리미들이 준비운동을 하고 있다.가을하늘은 드높고 바람도 적당하게 불고 날씨가 최상이다.

산악코스가 6km 정도 포함된 마라톤 코스이다.


동부도서관 정문 근처에서 출발하여 울산과학대학교 까지는 일반도로라서 천천히 워밍업으로
여유를 부리며 뛰었는데

울산과학대학교 정문부터 본관건물 까지는 거의 80도 경사길이다.
그래도 멈추지 않고 뛰어오르니

금방 산길로 접어든다.


6km지점에 울산대교전망대가 있다.
사진 한 장을 남기고 좌측으로는 울산항과 현재 고래축제가 진행되고 있는 장생포항과
울산대교 주탑이 보인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이어지는 염포산 정상 길은 지루하지는 않지만
죽을 맛을 느낀다. 그래도 평지와 내리막길에 속도를 내면서 뛴다.

마라톤은 출발하면 자신을 대신하여 뛰어 줄 사람은 없다

어차피 내가 달려야 끝이 나는 숙명, 운명 같은 질주이다.


고개를 숙이고 오르막과 내리막을 반복 하였더니

골인지점인 서부축구장이 보이고 결승선이 보인다.

기분 좋게 완주 하였다


같이 달린 마라톤동호인들과 방어진 슬도 근처로 이동하여

물회를 안주 삼아 소맥으로 몇 잔 마셨더니

조선 제일 부자가 발 아래로 보인다.

이런 맛에 달린다.


술기운에 네이버 검색창을 두르려서
<슬도명파/허진년> 시 한 수를 읊어보고



슬도명파瑟島鳴波 / 허진년


바다에 뿌리를 심은

섬은

파랗게 멍이 들어 살아간다


파도 갈라질 때마다 상처가 덧나고

맨몸으로 외출하였던 등대가 아침 찾아오면

일출이 수평선을 기억하며

우두커니 하루를 안내하고


아무도 어둠을 기억하지 못하고

포맷되어 금지된 언어를 상기하느라

해국이 먼저 긴장을 해제하고


헹구어 낸 포말은 윤기를 담아내고

속으로 삭제를 시켜도 남는 흔적들

바람이 잎사귀를 만들어 붙이고

구름이 빌려준 옷을 여미며

고요는 흘림체로 통로를 개척한다

해가 뜰 때마다 얼룩은 지워지고

자기 자리를 지우는 것은 시간만이 아닌데

거문고 소리가 자맥질로 운다


마라톤대회 완주 후 지급되는 메달은 하루 정도는 목에 걸고 다닌다

매몰차게 극한으로 몰아 세웠던 나 자신에 대한 예의이고

달리며 받았던 기운을 받기 위함이다.


마무리 운동을 하려고 다니는 헬스장에 들어섰더니

카운터에 앉자 있던 미인께서 벌떡 일어나 박수를 쳐 준다


거실 가장 편안 위치에 세상에서 가장 안한 자세로 누워 있다
내 발과 허벅지 근육들에게 미안하고 고맙다

10월달에는 울산인권마라톤대회를 달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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