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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진년 Oct 15. 2024

아버지의 등(ll)

아버지의 등(II) / 허진년


머리 위로 두 뼘이나 키가 솟는 아들 두 녀석이 오랜만에 다니러 왔다 요람에 누워 엄지손가락 물고 잠이 들곤 하던 녀석들이 이제는 만날 때마다 자꾸 뒤돌아서서 나를 바라다본다 듬성해진 머리숱과 귀밑으로 많아지는 흰 머리카락을 헤아리고 조금씩 처져 내리는 어깨가 안쓰럽다는 듯 곁눈질 보낸다


안다는 것은 익숙해지는 것인데

아버지 등이 쓸쓸해 보이는가 보다


몇 걸음 뒤쳐져 걸어오는가 싶더니 슬며시 다가와 조심스레 팔을 잡아주고 조곤조곤 말을 걸고 내가 앉았던 운전석에 앉아 백미러로 자꾸 챙겨 보고 있다 내 아버지 등에서 보았던 무언의 무게를 내 아들이 저울질로 눈금을 세다가 부모는 등이 얇은 껍데기라는 것을 알아차리겠지마는 아버지 등에서 내 속내가 여물었듯이 아들도 내 등에서 아버지를 탐색 중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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