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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진년 Nov 26. 2024

논개

논개 / 허진년


위대한 역사가 하얗게 목련으로 지던 날에

진주성 바라보며 검붉게 타오르던 언덕 위로

동백꽃 치장으로 나비 한 마리 꽃처럼 날아 올랐다

의암은 공중제비를 돌아 해를 가려 울었고

치마자락 물보라에 노을도 목청을 열었다

독백으로 푸른 바람은 산천을 가르며 통곡하였고

홀로 껴안은 열두마디 손가락은 제 몸마저 움켜잡고

구름도 목을 접어 천둥같이 울었다

세월마디 젖어 피어나는 아픔은 두려움 이겨내고

뜨겁고 고결한 숨결은 마르지 않은 강물로 흐르고

깃발 펄럭이던 함성은 배롱나무 가지 위로 피었다

이팔청춘 꽃봉오리가 서럽고 아깝구나

역사도 의인도 돌아오지 않는 새벽까지

꽃은 철마다 자기 몫을 기억하고 아름다운데

꽃다운 스물에 접은 의인은 대답이 없는가

애절한 시절이 저녁노을마다 붉다가 지고

그칠 수 없는 울음이 아직도 남강을 흐르게 하고

굽이진 물결마다 가슴으로 설음 묻어 두고 있다

어깨를 흔들어 깨우는 어제가 까마득하여도

강물은 흐느껴 가쁜 숨 몰아 쉬고 흐른다


아~ 익숙하지 못한 기억의 역사여

사무친 가슴으로 외치고 불렀을 남강이여

피어나지도 못하고 떨어진 복사꽃이여

울음도 제대로 울지 못하고 날아간 파랑새여

둥~둥~둥~ 북소리 울리며 그대를 찾습니다

논개여 하얀 바람이여

논개여 붉은 꽃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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