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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에서 듣는다
by
허진년
Jan 12. 2025
벽에서 듣는다 / 허진년
폭염 붉어지던 팔월에
전주 한옥마을 학인당 백범지실에 들었다
백두산 홍송으로 세운 기둥에 기대어
백년 듣고도 입 열지 않는 벽에게 나직하게 물었다
이유도 없이 머뭇거리며 머리 조아렸던 낮은 사람들의
숨소리를 언어로 해석하고 싶어 귀 세우고
헛기침으로 하루를 열고 여린 마음 곧추 세웠던 세력이 궁금하다
귀하면 그대로 그냥이면 이대로 비밀은 내통하는 법이니
백년을 지켜온 일행들 불러내어 악수 청한다
스치고 지나가는 간 것들도 남고
깨어지면 사그라지는 것은 사라지고
다그쳐 몰아붙이던 모든 것들은 벽 속에 있다
빈틈으로 손을 뻗어 흔들리지 않게 각 잡은 모서리 허물어
어떤 시절부터 모든 것들이 오늘을 만들었으니
막힌 세월로 길 내는 날 숨결이 어제까지 이어지면
허물고 넘어서는 것들은 안으로 존재하지 않았다
역사는 절차 다음에 기록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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