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희진selfefficacy Oct 30. 2024

성장

매일매일 향기롭게

종종 주변에서 직장 다니며 공부하는 것이 너무 힘들지 않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직장과 공부 중 하나만 할 수 있다면 더 좋겠지만, 현실은 둘을 병행해야 하는 입장이라 “닥치는 대로 하면 됩니다.”라며 가뿐하게 답해 준다. 아니, 우리에게는 ‘시작이 반이다’라는 멋진 속담도 있지 않은가? 시작의 첫발을 떼기 위해 너무 많은 고민은 시작을 더디게 할 뿐이다.


또 신중하게 생각해야 할 것이 있지만 중요한 것은 어떤 결정, 어떤 선택을 내리는가이다. 신중한 것에 온통 에너지를 다 쏟아 버리고서도 잘못된 결정을 내리는 일도 많다. 요즘 많이 나오는 ‘고민은 품절을 부를 뿐’이라는 쇼핑에서 자주 쓰이는 카피 문구와 같다. 그래서 이처럼 공부를 하려는 이가 또는 어떤 당위성과 필요성에 의해 공부를 선택하려는 주변 사람들이 그 시작 여부를 묻는다면 나는 하루라도 빨리 시작할 것을 권한다. 나이 들어서 하는 공부는 좋은 학점을 따고, 취직을 위한 스펙 쌓기도 아니며 특정 전공이나 과목에 국한되는 것도 아니다. 물론 여기에는 어떤 연구 분야를 택하는가에 따라 다른 의견이 있을 수도 있지만, 학문적 깊이만을 추구한다기보다 그 넓이와 세상을 보는 시야가 확대되기에 굳이 따지자면 크로스 오버에 가깝다고 본다.

phD 즉 “Doctor of Philosophy”는 철학 박사를 의미한다기보다 고대 그리스에서 철학은 모든 학문의 근본으로 수학, 과학, 윤리, 예술 등을 모두 포함하였고 오늘날에도 학문적 지식을 쌓고 특정 분야에서 탁월한 연구 성과를 갖춘 사람에게 부여하는 학위를 뜻하게 되었다고 한다. ‘philosophy’의 의미를 좀 더 살펴보면, 두 개의 그리스어 philein, 사랑하다sophia, 지혜라는 뜻인데 이것을 합치게 되면 “지혜를 사랑하다”라는 맥락적 의미를 갖게 된다. 특정한 철학 분야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광범위한 학문적 연구 능력을 인정받은 사람에게 수여되는 학위를 뜻하게 되는데, 지혜를 사랑하는 사람이란 멋진 해석으로 이어진다.

물론 지혜를 사랑하는 사람이 되고자 하고, 하루하루 더 지혜로운 사람이 되고자 한다.


소설가 공지영의 『무쏘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는 책 제목이 떠올랐다. 뿔이 하나 달린 동물이라면 상상 속의 동물 유니콘도 있을 텐데, 작가는 이 제목의 문구를 불교 경전에서 따왔다고 한다. 그래도 유니콘은 전도 유망한 스타트 기업을 지칭하는데 쓰이고 있으니 섭섭함은 없으리라. 무쏘는 1990년 초 쌍용 자동차에서 출시된 SUV 차량의 브랜드 네임이기도 한데, 일단 무쏘는 코뿔소의 뿔을 의미한다. 육중한 체구에 튼튼한 가죽을 걸쳐 입은 코뿔소의 코에 이렇게 우뚝 솟아난 뿔처럼 말이다. 자신의 굳은 의지와 신념으로 묵묵히 자신의 길을 가라는 의미가 내포돼 있어서, 지금 내가 가고 있는 이 길이 무쏘의 뿔처럼 혼자서 가야 하는 길이라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나는 얼마 전부터 신입 직원 교육 자료에 이화여자대학교 명예 석좌 교수셨던 고 이어령 교수님의 말씀을 PPT 한 장에 추가하였다. 그 내용은 과거를 알려면 (검색)하고, 현재를 알려면 (사색)하고, 미래를 알려면 (탐색)하라인데 여기 괄호에 있는 3개의 단어들, ‘검색, 사색, 미래’를 공란으로 하고 각각 맞춰 보도록 짧은 퀴즈를 내 보는 것이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검색 또는 탐색 정도를 맞추는데 현재를 사색한다는 문구의 사색을 맞추는 일은 매우 드물었다. 물론 인터넷에 검색한다라는 검색의 용어가 자주 쓰이기도 하고, 탐색 또한 그럴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현재를 사색한다는 것이다. 과거의 경험치가 현재가 되고 현재가 미래의 방향성을 좌우하는 주요 포인트라는 데서 현재를 깊이 있게 생각하고 성찰하여 좀 더 의미 있는 삶을 살기를 바라셨던 의도일 것이다.

내가 교육 내용에서 강조하는 것은 현재를 충실히 하고, 미래에 대한 준비는 남겨져 있는 불확실성을 대비하기 위해 30% 정도 할애하라고 말한다. 현재를 간과하고 뜬금없이 장미빛 미래만을 바라보는 허상에 사로잡힐 경우 현재조차도 제대로 가누기 어렵다.

미래는 그 누구도 장담하기 어려우나 미래의 가능성과 미래 가치가 나에게 줄 수 있는 여력은 남겨 두는 것도 중요하다. 흔히 지금이 가장 젊다고 하지 않던가?

앞에서 얘기했던 지혜로운 사람이 되고자 하는 것과 매일 현재를 사색해 보는 것을 통해 성장을 도모해야겠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