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을 떠나 싱가포르로 향하던 싱가포르항공 SQ321 보잉 777-300ER 비행기가 태국 상공을 지나다가 난기류를 만나 609 미터나 기체가 급락하면서 탑승객 211명, 승무원 18명 가운데 영국인 73세 남성 승객 1명이 죽고 30여 명이 다쳤다고.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항공사 가운데 하나로 싱가포르항공의 알짜배기 황금노선에서 일어난 사고.
아래 동영상을 보면 대다수 승객들이 다친 데 없이 멀쩡한데 목 부위를 고정시켜 들것에 실려나가는 광경을 볼 수 있다. 아마도 안전벨트를 매지 않고 있던 사람들이 죽거나 다쳤고, 안전벨트를 매고 있던 사람들은 다치지 않았을 것이다. 비행기에서는 무슨 일이 있어도 (화장실 출입을 제외하면) 좌석을 떠나지 말고 안전벨트를 반드시 매고 있어야 순식간에 벌어질 수 있는 난기류 사고에서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다. 기후변화 때문에 앞으로 난기류 사고가 2배 이상 늘어날 것이라고 IATA 국제항공협회가 2022년 밝힌 바 있다.
싱가포르항공이 사고를 겪은 일이 3번 있는데, 첫 번째는 2000년 10월 31일 싱가포르 >> 타이베이 >>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가는 SQ006 보잉 747-400 비행기가 타이베이공항에서 밤 11시 18분 태풍 속에 이륙하다가 활주로 옆에 있던 건설장비와 충돌해서 승객과 승무원 179명 가운데 83명이나 죽었다. 보잉 747-400 승객을 가득 태우면 660명까지 태울 수 있으니까 승객 수가 매우 적었다. 두 번째는 1991년 3월 26일 에어버스 310 항공기에 승객 114명, 승무원 11명을 태우고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싱가포르로 가는 항공기를 파키스탄 무장 테러리스트들이 납치해서 파키스탄 군부가 탄압하던 야당지도자를 석방하라고 요구했다. 싱가포르공항 활주로에 내린 비행기를 곧바로 싱가포르 특공대가 습격해서 테러리스트들 전원을 사살하고 승객과 승무원 전원을 무사하게 구출했다. 그리고 세 번째가 이번에 벌어진 난기류 사고인 셈이다.
맨 아래는 난기류 현상이 제일 흔하게 일어나는 민간항공기 노선 Top 10을 IATA 자료를 인용해서 적는다. 1등은 칠레와 볼리비아, 2등은 카자흐스탄에서 키르기즈스탄, 3등은 런던에서 중국 청두, 4등은 일본 나고야에서 센다이, 5등은 밀라노에서 제네바, 6등은 런던에서 중국 시안, 7등은 일본 오오사카에서 센다이, 8등은 중국 시안에서 청두, 9등은 중국 시안에서 충칭, 10등이 밀라노에서 쮜리히 노선이다. 이들 가운데 2번 이상인 노선은 중국 시안에서 사천성 청두와 충칭으로 오가는 비행편, 그리고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스위스 제네바와 쮜리히를 오가는 노선이다. 둘 다 공통적으로 4천 미터가 넘는 고산지대 산맥이 병풍처럼 늘어서있는 지형이다. 1등과 2등 노선도 역시 아주 높은 산맥 위를 날아가는 노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