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주를 묻히다.
"저....그럼 그 일은 벌이가 어떻게 되세요?"
있는 척 없는 척 재고..은근히 기분을 상하게 하는 말들..
이미 검색창에 다 두들겨보고 나와놓고 계산이 아직 정확하지 않은 건가?
공들여 한 화장을 지울 때 한 번 더 화나고..
들어주고, 손뼉 쳐 주고, 처음 본 사람에게 내 온 기를 다 뺏기고 집에 돌아와서
다시는 소개자리는 나가지 않으리 다짐하던 때였다.
"아, 그러시구나! 저도인데.. 저도 결혼은 잘 모르겠어요."
친구들의 지인들 모임에 마지못해 나간 날..먼 발치 술자리에서 나의 도플갱어 마냥
삐딱선을 타는 사람이 눈에 띄었다.
호기심이 가서 몇 마디 나누어보니 내 말을 앵무새처럼 따라 한다.
무슨 말만 꺼내면
아, 그러시구나..저도요라고
되받아치는 이상한 대화의 스킬을 가진 자.
대기업에 입사하여 더러운 인턴생활을 마치고 정직원으로 등극한 후
눈에 뵈이는 것 없이 의기양양하고 모든 것이 꼴같이 보이던 때.
호구조사하다 대화의 끝이 나는 인턴생활 보다 더 더러운 일회성 만남에
질색팔색일 딱 그때였다.
또 다른 비혼주의자를 만나니 옳다구나 싶었다. 삐딱선 한 번 제대로 타보자 하는 마음에
설렜다.
설렜다.
설렜다.
인간의 굳은 의지를 꺾는 세 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