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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영섭 Sep 24. 2024

호주 워홀 한달만에 귀국

한국이 싫어서

 호주 워홀을 간지 한달만에 귀국을 결정하고 한국으로 오게 됐다.

많은 고민을 했었는데 결론을 말하자면 내가 더 이상 여기 있어야 할 이유를 찾지 못했다.

1년전의 나는 정말 한국이 싫었다.

한국생활에서의 압박감과 조급함, 인간관계에서의 비교와 집착 등등 모든 것들이 나를 옭아매고 있었고

나는 여기서부터 온전히 자유로워지고 싶었다.

그렇게 나는 호주로 떠나게 되었다.


보통 호주로 워홀을 떠나게 되면 돈, 경험, 영어 이 세가지를 기대하고 가게 된다.

나에게 가장 우선순위는 경험이었다.

새로운 곳에서 만나는 사람들, 낯선 장소, 다양한 경험들..

그렇게 처음엔 필리핀으로 어학연수를 떠났다.

필리핀에서 세달간 외국인 친구들도 사귀고 함께 여행도 다니고

새로운 경험에 즐겁고 가슴 설레는 일이 많았다.


그 후 베트남에서 봉사활동을 하게 되었고 이쯤부터 나는 새로움이 익숙함으로 변하는 걸 느끼기 시작했던 것 같다.

원래 계획했던 세달을 채우지 못하고 한달만에 한국에 돌아와 호주로 떠날 채비를 하고 일본, 대만을 여행 후 1년전부터 바라던 호주로 가게 되었다.

처음엔 막막했다. 하지만 필리핀에서 만났던 외국인 친구들이 많아서 매일 친구들을 만나고 놀수 있어 크게 외로움을 느끼지 못했다.

이후에 뭐라도 해보자는 마음으로 농장을 알아보게 되었고 첫 일을 농장에서 하게 되었다.

처음엔 그렇게 힘들다고 느끼지 못했는데 시간이 갈수록 '내가 여기서 원했던건 뭐지?'라는 물음이 계속 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고 허리를 다치게 되었고 결정적으로 8시간동안 쉴틈없이 일을 하면서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아, 이제 떠날때가 되었구나!'

왜냐하면 나는 처음부터 내가 힘들고 가고싶으면 돌아가자는 마음가짐으로 왔다.

그러다보니 열심히 일해서 돈을 벌기 보다는 지금 현재를 즐기자는 마음이 컸는데 시간이 갈수록 그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첫번째로 경험, 사실 오래전부터 세계여행을 꿈꾸던 사람으로 돈을 벌어서 모으기보다는 여행을 다니자는 마음이 컸었다. 하지만 여행을 하면 할수록 처음 느꼈던 감흥이 아예 사라지게 되었고 결국엔 사람 사는 세상이구나, 내가 너무 특별함을 기대한거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미 많은 외국인 친구들을 사귀고 놀다보니 그러한 경험에 대한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했다.


두번째로는 돈, 크게 욕심은 없었지만 여행을 다닐 수 있는 경비만 마련하고 싶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드는 돈은 훨씬 많았고, 주급도 그렇게 많이 받지는 못하다보니 한국에서 버는것과 드라마틱하게 차이난다고 느끼진 못했다. 돈을 많이 벌수 있는 일은 구하기 힘들었고, 굳이 한식 레스토랑에서 일하면서 버틸바에는 여기 있을 필요가 있나? 싶은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마지막으로는 영어, 영어는 사실 원어민들하고 자연스럽게 소통은 안되지만 외국인들과의 일상회화 정도는 가능하다고 생각해서 크게 욕심이 생기진 않았다. 처음부터 가벼운 마음으로 왔고 필리핀에서 이미 어느정도 충족되다보니 이 부분은 크게 나에게 중요하게 작용하지 않았다.


이렇게 세가지로 정리하다보니 내가 어떻게든 꾸역꾸역 노력하며 버틸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였고 하루 빨리 한국에 가서 자리를 잡고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호주에 오기전에 돈을 너무 많이 썼고 특히 부모님께 손벌리면서까지 오다보니까 밑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생각이 확실하게 들었다.


이러한 이유로 한국을 오게 되었고 후회나 미련은 전혀 없다. 살면서 내가 언제 해외에 나가서 돈을 벌고, 집을 구해보고, 외국인을 사귈수 있겠는가.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었던 용기가 나는 스스로 정말 기특하고 대견하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한국을 싫어했던 내가 애국자가 되었다는 거다. 소소하게 누릴 수 있는 행복, 그리운 가족들과 친구들, 함께 할 수 있는 일상들이 너무 소중하게 느껴졌고 내가 해외에 가고 싶었을때 막연하게 들었던 환상들이 와장창 깨지는 순간이 와서 결국 사람 사는데는 내가 어디에 있고, 무얼 하는지가 중요한게 아니라 나의 마음가짐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내가 목표한 바를 이루진 못했지만, 나는 행복하다. 나를 믿어주는 가족들과 얼굴만 봐도 즐거운 친구들, 늘 보고 싶은 우리 봄, 여름이와 함께 식탁에 앉아서 밥을 먹을 수 있다는게, 저녁에 술 한잔 기울일 수 있는 친구들이 있다는 게, 소소한 행복을 누리면서 산다는 게 얼마나 감사하고 즐거운 일인지를 이제서야 깨닫게 되었다. 앞으로의 삶이 어떻게 될지, 사실 이제 백수라 걱정도 많다. 처음부터 취준생으로 준비해야 되고, 돈도 없고,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할지도 잘 모르겠다.

그렇지만 한가지 확실한 건 있다. 내가 행복을 느낄줄 알게 되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호주 워홀에서 얻어온 가장 큰 가치이지 않을까 싶다.


사실 한국에 온지 한달이 다 돼가지만 게을러서 이제서야 글을 쓴다.

이제는 조금 더 계획적으로 살아볼까 싶다.

꾸준히 글도 연재하고 유튜브도 올리면서!

앞으로는 백수의 삶을 써보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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