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에 놓아도 됩니다”

브런치에서 풀리기 시작한 70년의 한(恨)

by 류정uk


일흔에 글을 시작했다. 하지만 사실 글이 나를 살렸다.

정확히 말하면, 글이 나를 붙잡아주었다.


올 양력 정월 초하루, 딱 한 달 전 브런치에 첫 에세이를 올렸다.

컴퓨터 앞, 눈은 피로하고 통증은 온몸으로 번지지만, 속은 이상하게 시원하다.


글은 멈추지 않는다. 쓰지 않으면 안 될 것처럼, 안에서 밀려 나온다.


온몸으로 글을 쓴다. 손끝에서 시작된 글줄이 팔을 타고 어깨로, 등으로, 발끝까지 흐른다.


이건 재능의 문제가 아니다.

45년을 떠돌며 살아온 한(恨)의 무게 때문이다.


울어도 될 자리가 없었고, 설명해도 이해받지 못했다.

참는 것이 습관이 되었고, 습관은 인생이 되었다.


이제 글은 기억을 흔들고, 기억은 한 줄씩 글로 흘러간다.

그리고 누군가 읽어주고, 응원해 준다.

아무도 읽어주지 않던 시간들을 지나, 나는 신이 난다.


여러분들의 시선과 마음이

내 안에 쌓인 한을 밖으로 흐르게 한다.


브런치는 나에게 말하지 않았다.

“잘 써보세요.”


그저

“여기에 놓아도 됩니다.”

라고 말했을 뿐이다.


브런치 작가가 된 지 이제 한 달이다.

아직은 기술도 요령도 부족해,

사진 한 장을 올리는 일조차 나에게는 도전이다


하지만 확실한 것이 하나 있다.

이 글쓰기가 없었다면, 나는 여전히 참고 있었을 것이다.

말 대신 통증으로, 기억 대신 침묵으로.


글을 쓰며 처음으로 내 인생을 내 언어로 부른다.

그 순간, 한은 교훈이 아니라 경험으로 풀린다.


오늘도 쓴다.

나 하나 살자고 쓰지만, 쓰다 보니 혼자가 아님을 안다.

이 글이 누군가의 오래 참아온 마음에도 작은 숨구멍이 되기를 바란다.


읽어주는 이들에게, 깊은 감사와 인사를 전한다.

한이 풀리고, 삶이 온전히 살아난다.

이 나이에 시작한 글쓰기는 단순한 취미가 아니라, 나를 지켜주는 생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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