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학 교수 K와 함께한 특별한 하루

(어머니를 기쁘게 하고 싶었던 한 소년, 내가 만난 인도)

by 류정uk


여러분, 혹시 ‘집을 나누는 여행’ Couchsurfing으로 교수를 만난 적 있으신가요?


저는 있습니다.


인터넷에 “망갈로르(Mangaluru)에서 하루 함께할 호스트를 찾습니다”라는 글을 올렸습니다.

조심스럽게 연락해 온 사람이 바로 정치학 교수 Keerthiraj였습니다.


2025년 4월 5일, 우리는 인도 남서부 항구 도시 망갈로르에 도착했습니다.


그날 이후, 인도는 더 이상 지도 속 한 점이나 관광지가 아니었습니다. 한 사람의 얼굴, 한 사람의 삶으로 기억되는 나라가 되었습니다.



그는 우리를 자신의 집으로 초대하며 물었습니다.


“우리 시골 대학에 와서 학생들을 만나며 하루를 보내보는 건 어떠세요?”


그 말에는 단순한 초대 이상의 의미가 담겨 있었습니다.

다른 세상에서 온 이야기를 학생들과 나누고 싶은 설렘, 그리고 조심스럽지만 분명한 진심이 느껴졌습니다.


솔직히 저도 궁금했습니다.

‘인도의 시골 대학은 어떤 모습일까?’


그는 직접 망갈로르 항구까지 나와 우리를 맞이했습니다. 그의 집은 카르나타카(Karnataka) 주 내륙에 있었습니다.


항구에서 약 35마일을 달리자 도시의 소음은 사라지고 초록 들판과 야자수가 펼쳐졌습니다.

소와 닭이 느리게 길을 걷고, 따뜻한 바람이 들판을 스치고 있었습니다. 그곳은 관광지가 아니라, 삶이 살아 숨 쉬는 공간이었습니다.


도착하자 그의 부모님은 우리를 가족처럼 맞아주셨습니다.

옥상에서 마신 갓 딴 코코넛 주스는 제가 마셔본 그 어떤 음료보다도 달았습니다.

아마 맛 때문이 아니라, 마음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그 집은 단순한 건물이 아니었습니다.

K의 노력과 꿈, 그리고 가족의 시간이 켜켜이 쌓인 삶의 결실이었습니다.


어린 시절 그는 학교가 끝나면 곧장 일터로 나가야 했습니다. 판매원, 페인트공, 채석장 노동까지 하며 학비를 마련했습니다. 그럼에도 그는 공부를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결국 정치학 박사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가 가장 자랑스러워한 순간은 학위가 아니라 어머니의 미소였습니다. 제가 오래도록 기억하게 될 말은 이것입니다.


“어머니가 가장 기뻐하셨어요.”


그 한 문장으로 그의 인생은 충분히 설명되었습니다.



잠시 후 우리는 그가 학과장으로 있는

Government First Grade College, Punjalakatte를 찾았습니다.


교실은 활기로 가득 차 있었다. 이백 명 가까운 학생들이 모인 자리에서, 피터가 차분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글로벌 금융 분야에서 40년을 보내고 투자은행 Managing Director로 은퇴한 그는 글로벌 커리어와 금융, 기회, 그리고 교과서 너머에서 삶이 가르쳐 주는 교훈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교실은 점점 조용해졌고

학생들은 몸을 앞으로 기울였습니다

그리고 질문이 시작되었어요.


“리더십에 가장 중요한 기술은 무엇인가요?”

“해외에서 커리어를 쌓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개인의 꿈과 가족에 대한 책임을 균형 있게 지킬 수 있을까요?”


곧 교실은 활발한 교류의 장이 되었지요

그것은 강의가 아니라, 대륙과 세대를 넘어 이어지는 대화였습니다.


피터는 국제 금융에서 수십 년 동안 쌓은 통찰을 나누었지요.

키르티라지는 학계에서의 경험과, 돌 채석장에서 대학 강의실까지 이어진 자신의 여정을 통해 얻은 성찰을 더했습니다.

나도 대화에 참여해 내가 경험한 세계에 대한 작은 이야기들과 질문에 대한 답을 나누었고요.


그 순간, 교실은 특별한 공간이 되었다.

서로 다른 삶, 길, 그리고 관점이 열린 대화 속에서 만나는 곳이었습니다.


학생들은 단지 피터의 커리어나 키르티라지의 삶, 혹은 나의 관점에서만 배우고 있었던 것이 아니었어요

그들은 바로 그 교류 자체에서 배우고 있었습니다.

경험과 가능성이 어우러진 하나의 모자이크처럼.


토론이 끝났을 때, 학생들과 교장 선생님이 트로피를 선물하며 우리를 깜짝 놀라게 했습니다.

우리는 웃었다. 조금은 쑥스러웠지만, 마음 깊이 감동했어요


집으로 돌아오니 그의 어머니가 준비한 식사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구운 생선과 치킨, 집에서 기른 작은 바나나, 신선한 코코넛.


그 한 상에는 음식 이상의 의미가 담겨 있었습니다.

정성, 환대, 그리고 가족의 자부심이 배어 있었습니다.


그 순간 우리는 여행자가 아니라, 진심으로 초대받은 손님이 되었습니다.


우리는 종종 나라를 숫자와 뉴스로 판단합니다.

그러나 한 나라의 품격은 그 안에서 누군가가 얼마나 성실하게 살아가고, 얼마나 따뜻하게 타인을 맞이하는가에 달려 있습니다.


K의 삶은 제게 그것을 보여주었습니다.


노력은 길을 만들고,

환대는 세상을 연결합니다.


이제 제가 인도를 떠올리면

지도 속 국경이 아니라

어머니를 기쁘게 하고 싶었던 한 소년의 꿈과

낯선 이를 가족처럼 맞아주던 그 따뜻한 미소가 먼저 떠오릅니다.


그것이 제가 만난

진짜 인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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