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 레벨 11

주인장 일지 III: 그 집은 마약공장이었다

by 류정uk

나는 법이 요구하는 대로 세입자에게 48시간 전 방문통보를 하고 Broadbottom에서 Luton으로 향했다. 약 280km 거리. 차창 밖 풍경은 엽서처럼 평화로웠지만, 내 속은 이미 폭풍전야처럼 끓어오르고 있었다.


법적 절차를 지켰다는 사실은 위안이 아니라
“그래도 체포되진 않겠지.” 그 정도의, 아주 소극적인 안도감이었다.


불안은 1,500파운드짜리 연체 전기요금 고지서가 내 이름으로 도착했을 때 시작됐다. 지금은 공포 레벨 11. 참고로 인간의 심장은 보통 10까지만 버틴다고 들었다.


이전 방문 때마다 집 안은 숨 막히게 더웠다. 각 방마다 전기 히터.
‘아프리카에서 왔다니, 나처럼 추위를 많이 타나 보다.’
이렇게 합리적인 추론을 한 나 자신을, 지금이라면 고소하고 싶다.


마약 재배 공장이라는 선택지는 당시 내 상상력 범위 밖이었다.
지금 와서 보니 그 집은 평범한 가정이 아니라 저예산 재난 영화의 세트장이었다.


아파트 근처에 차를 세우자 검은 후드티를 입은 두 청년이 나를 똑바로 바라봤다. 사진을 찍는 것 같기도 했고, 영혼을 훔치는 것 같기도 했다. 잠시 후 그들은 사라졌고, 검은색 선팅 차량 하나가 시야 한켠에 남았다.


손바닥에 땀이 차올랐다. 본능은 말했다.
“여긴 네가 죽을 장소가 아니다.”
나는 반사적으로 차를 후진시켜 더 멀리 주차했다.


“우리는 70대인데.”
“누가 우리 대신 쓰러져주면 좋겠네.”


피터가 도착하자 나는 경찰을 부르자고 했다.
그는 고개를 저었다.
“우리가 직접 들어가야 해. 경찰은 관심 없대. 아마 우주를 지키느라 바쁜가 봐.”


나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럼 우리도 은하계 방위군인가?’


노크에는 답이 없었고, 열쇠는 무력했다. 세입자는 이미 잠금을 바꿨고, 우편함은 못으로 봉인돼 있었다. 계단 창문 너머로 아까 그 두 청년이 다시 검은 차 근처에 서 있었다.


“빨리 가, 도구 가져와. 우편함이라도 열어봐야겠어.”
피터가 말했다.


나는 대답했다.
“좋아. 내 무릎이 먼저 항복하지 않길 빌면서.”


공구를 가지러 달리는 동안 전화가 울렸다. 피터의 목소리가 떨렸다.
“네 차가 떠나는 걸 보더니… 그 녀석이 나타났어.”


되돌아오는 순간, 흰색 밴이 내 차를 스치듯 아슬아슬하게 지나갔다.


피터는 숨어 있던 나무 뒤에서 뛰쳐나와 밴을 향해 소리치고 있었다. 불끈 쥔 주먹을 하늘로 치켜들며,

“나도 보고 있어! 나도 너를 지켜보고 있었다고, 이놈아!”

그 외침은 허공으로 사라졌다.

우리는 그 자리에 서서, 누가 사냥꾼이고 누가 먹잇감인지 모른 채 서로의 심장 소리만 들었다.


‘이건 심장마비 기록을 세우기 딱 좋은 날이군.’
나는 중얼거렸다.


경찰에 다시 전화했다.
답은 간결했다.
“인력 부족입니다.”


피터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우린 70대고, 지금 마약 범죄자들과 마주하고 있다고! 무슨 일 생기면, 우리가 도움을 요청했다는 사실을 잊지 말라고 해.”


“기록하라고!”


3층에서는 전기 히터가 계속 윙윙거렸다. 건물 안에는 여섯 가구, 아이들까지 살고 있었다. 히터 소리는 타악기 연주처럼 규칙적이었다.


절박했다. 그러나 경찰의 대답은 끝내 바뀌지 않았다.
“인력이 제한적입니다.”


세입자 앞으로 보낸 48시간 통보는 무시됐고, 접근은 차단됐다. 그는 바쁘다며 연락을 끊었고, 대신 이메일로 도리어 협박을 해 왔다.

“Stop harassing us.”

마약 공장에서 보내온, 예의 바른 항의였다.


그리고 한 달 후, 세입자는 집을 비우겠다는 메일을 보냈다.
아파트는 완전 폐허였다. 그을린 히터, 늘어진 전선, 삐걱거리는 바닥.


나는 잠시 생각했다.
“70대 두 노인의 단순하지만 무모한 용기가 결국 통했던 걸까, 아니면 심기가 상한 세입자의 심장이 내 것보다 약해진 걸까?”


피터가 말했다.
“아, 집은 돌아왔네.”


잠시 멈추고 덧붙였다.
“허리와 무릎은 아직이고.”


물리적 피해보다 오래 남은 건 기억이었다.

위험 속에서 홀로 서 있었던 감각,

아무도 오지 않았다는 사실.


그날 이후, 집은 돌아왔지만

나는 여전히 그 문 앞에 서 있다.

조금 늙고, 많이 떨고,

꽤 우스꽝스러운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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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용기나 승리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법을 따랐고, 도움을 요청했지만 아무도 오지 않았다.
그래서 남은 선택지는 몸뿐이었다.


이 기록은 일흔이 넘은 두 사람이 대단해서가 아니라,
그 나이에 이런 선택을 해야 했던 상황이
얼마나 비정상이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웃음은 의도했지만,
웃기기 위해 쓰지는 않았다.


공포가 너무 커서
웃음 말고는 견딜 방법이 없었던 순간들의 기록이다.


마약 공장은 사라졌지만,
그날의 심박수는 아직 완전히 내려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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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부터 (2026.01.11) 일주일간 데스크톱 없이 여행을 떠납니다.
모바일이나 iPad에서는 글쓰기 지원이 안 되는 게 맞는 거죠?


그래서 주인장 일지 4편과 5편은 1월 19일 이후에 이어가겠습니다.


70년 떠돌며 주워 담은 이야기들은 아직 주머니에 가득합니다.
돌아와서 계속 풀겠습니다.


이렇게 많은 분들이 읽어주셔서, 아직도 좀 어리둥절합니다.
꿈인지 생시인지요.


고맙습니다. ✨


— 주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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