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장 일지 IV - 아무 일도 없었다
쉼 없이 흘러온 이십 년의 임대업 역사 속에서, 나는 이제 웬만한 일에는 놀라지 않는 사람이 되었다고 믿어왔다.
하룻밤 사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 세입자, 대마초 재배 공장으로 변해버린 아파트, 그리고 어느 겨울 아침에는 한 세입자가 집 안에서 살해된 채 발견되기도 했다. 그 모든 일을 겪고도 나는 여전히 집을 관리했고, 계약서를 썼으며, 다음 세입자를 받았다.
그래서 나는 이미 충분히 보았다고 생각했다.
사람이 얼마나 쉽게 문제를 일으키는지, 그리고 그 문제들이 결국에는 정리된다는 것을.
M은 그런 내 기준으로 보았을 때, 문제의 반대편에 있는 하숙인이었다. 정중했고, 말수가 적었으며, 월세를 한 번도 늦춘 적이 없었다. 우리는 영국 남부의 같은 집에서 계단을 오르내리며 가벼운 인사를 나눴고, 서로의 삶에 대해 묻지 않았다.
누군가 그에 대해 물으면, 나는 늘 같은 말을 했다.
자기 일에만 집중하는, 완벽한 하숙인이라고.
지금에 와서야 떠오르는 몇 가지 장면들이 있다.
그는 삼 년 동안 단 한 번도 집 앞 진입로에 차를 세우지 않았다. 휴가철에도, 명절에도, 이삿짐을 들이던 날조차 그는 언제나 두 손이 비어 있었다. 나는 그것을 성격쯤으로 여겼고, 더 묻지 않았다.
임대업자에게 중요한 것은 질문이 아니라 평온이었으니까.
삼 주 전, 나는 카리브해로 크루즈 여행을 떠났다.
태양과 바다, 그리고 잠시나마 모든 책임에서 벗어나는 사치였다. 집은 언제나처럼 말끔히 정돈해 두었고, 나는 아무 일도 없을 거라 믿었다.
태평양 한가운데서, 다른 하숙인에게서 메시지가 도착했다.
“정, 오늘 아침 샤워 중에 누군가 문을 두드렸어요.”
그 뒤의 문장은 몇 번이고 끊겨 있었다. 손이 떨린 채로 보낸 메시지라는 것이 읽히듯 전해졌다. 수건 하나만 걸친 채 문을 열었을 때, 복도에는 방탄복을 입은 경찰 다섯 명이 서 있었다고 했다.
그들의 눈은 집 안을 훑고 있었고, 설명은 없었다. 서랍과 상자가 열렸다 닫혔고 질문이 이어졌으며, 삼십 분쯤 지났을 때 M은 수갑을 찬 채 집을 떠났다.
나는 그 메시지를 몇 번이고 다시 읽었다.
선상 갑판에는 뙤약볕이 쏟아지고 있었고, 손에는 아직 녹지 않은 얼음이 남은 칵테일 잔이 들려 있었다. 주변에서는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영국의 내 집에서는, 그가 같은 지붕 아래에서 삼 년을 살고 있었다는 사실만이 남아 있었다.
나는 선글라스를 벗고 현기증으로 난간에 기대 섰다. 바닷물이 눈에 튄 줄 알았지만, 한동안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다음 날, 다시 메시지가 도착했다. 이번에는 사진과 함께였다.
우리 집 우편함에 손으로 쓴 메모가 들어 있었다고 했다. 글씨는 단정했고, 문장은 지나치게 공손했다.
자신을 ‘리사’라고 소개한 이는 M의 아이들 어머니이자 직계 가족이라고 적었다. M은 현재 몸 상태가 좋지 않으며, 개인 소지품이 필요하다고 했다. 밀린 월세 문제도 논의하고 싶다고 덧붙여 있었다.
나는 그 문장을 여러 번 읽으며 생각했다.
그녀는 정말로 그가 무장한 경찰 다섯에게 끌려갔다는 사실을 모르는 걸까. 아니면 알고도 이렇게 쓸 수 있는 걸까. 혹은, 내가 그렇게 믿어야만 했던 걸까.
나는 답장을 보냈다. 미납된 월세가 정산된다면 소지품을 돌려주겠다고.
곧 도착한 답장은 짧고 단호했다. 그녀는 돈이 없고, M의 은행 계좌에 접근할 권한도 없으며, 그에 대한 재정적 권한은 아무것도 없다고 했다.
내 답장도 길지 않았다.
그의 돈에 대한 권한이 없다면, 그의 소유물에 대한 권한도 없다고.
영국으로 돌아오자마자 나는 경찰에 연락했다. 집 열쇠는 언제 돌려받을 수 있는지, 남은 물건들은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물었다.
그러나 그들의 관심은 이미 끝나 있었다. M은 다시 감옥으로 돌아갔고, 집 안에 남은 것들은 모두 내 책임이 되어 있었다.
며칠을 더 고민하다가, 나는 결국 소지품을 돌려주기로 했다. 그녀가 정직해서도, 그럴 자격이 있어서도 아니었다.
그저 이 이야기를 끝내고 싶었을 뿐이었다.
리사는 필요한 것만 챙겨 도망치듯 떠났다. 그가 사용하던 방에는 박스와 쓰레기봉투, 이름 없는 물건들이 남았다. 아직 오후 세 시였지만, 겨울의 집은 이미 어두워지고 있었다.
추적추적 내리는 비 속에서 나는 몇 번이고 쓰레기 처리장을 오갔다. 버려진 물건들은 모두 비슷한 무게로 손에 남았다.
사흘 동안 나는 그 방을 정리했다. 벽을 닦고, 페인트를 새로 칠하고, 바닥을 쓸었다. 임대업자로서 수없이 해왔던 일들이었다. 방은 빠르게 원래의 상태로 돌아갔다.
내 불안은 그때 시작되었다. 경찰이 들이닥쳤을 때도 아니었고, 그가 어디로 돌아갔는지를 알게 되었을 때도 아니었다.
정리된 방 안에 서서, 나는 한동안 움직이지 못했다. 못 자국 하나 남지 않은 벽과 비어 있는 옷장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사람이 얼마나 오랫동안, 얼마나 완벽하게, 평범한 얼굴 속에 다른 진실을 숨길 수 있는지를.
그의 범죄가 무엇이었는지에 대해 경찰은 끝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아직도 모른다. 그가 무엇을 저질렀는지, 왜 도망쳐서 그 긴 세월을 우리 집에 숨어 살았어야 했는지를.
다만 시간이 지나며 분명해진 것이 하나 있다.
내가 두려워했던 것은 그의 범죄가 아니었다.
삼 년 동안, 아무 의심 없이 같은 지붕 아래에서, 아무 일도 없다고 믿는 것이 얼마나 쉬운지,
그 평범함을 의심하지 않았던
나 자신의 태도였다.
아무 일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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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큰 사건이 없다.
그래서 시간이 지난 뒤에야 쓰게 되었다.
세입자가 체포된 날이 아니라,
집이 다시 정리되고
모든 것이 정상처럼 보였을 때
이 이야기는 시작됐다.
이 글의 중심은
그가 무엇을 저질렀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오래
아무 일도 없다고 믿을 수 있었는지다.
블랙 코미디의 형식을 빌렸지만
웃음을 요구하지 않는다.
다만 독자가
자신이 너무 쉽게 믿어온 평온에
잠시 멈춰 서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