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장 일지 V - 그가 남긴 자리
“K 건으로 급히 연락드립니다. 불행히도 그는 어젯밤 세상을 떠났습니다.”
메시지를 읽고 있을 때 나는 태평양을 건너고 있었다. 육지가 보이지 않는 바다 한가운데서 배는 일정한 속도로 물살을 가르고 있었다. 수평선은 고요했고, 파도는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반복해서 부서졌다. 그 사이에서, 내가 거의 이십 년 가까이 알고 지낸 한 사람의 삶은 조용히 끝나 있었다.
K는 나의 첫 세입자였다.
2006년 말, 처음으로 임대용 주택을 구입했고, 2007년 1월 1일 그는 그 집의 첫 거주자가 되었다.
석사 과정 학생으로 영국에 온 그는 공동주택의 작은 방 하나에 들어왔다. 침대와 책상, 창문 하나가 전부인 공간. 그 시절 그의 삶과 닮아 있었다.
졸업 후 그가 독일로 돌아갔을 때, 관계도 거기까지일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몇 달 뒤 그는 박사 과정으로 다시 돌아왔다. 이번에는 욕실이 딸린 방이 있는지 물었고, 나는 조금 더 나은 방을 내주었다. 공간이 바뀌는 만큼 그의 삶도 한 칸 앞으로 이동한 듯 보였다.
박사 학위를 마친 뒤 그는 다시 독일로 돌아갔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대학 강사로 돌아왔다.
이제 그는 방이 아니라 집이 필요하다고 했다.
스무 평 남짓한 단독 아파트를 보여주자 그는 거실을 한 바퀴 돌고 창문 앞에 섰다.
“여기서 살면… 이제 이사 안 해도 되겠죠?”
그는 20대 이후 쌓아온 거의 모든 것을 들고 들어왔다. 책과 가구, 그리고 조심스럽게 이어온 삶의 흔적들. 그날 이후 그는 오래도록 조용히 살았다. 강의와 연구,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집은 점점 그의 리듬에 맞게 변해 갔다.
계약서를 쓰던 날, 그는 웃으며 말했다.
“정, 이번에는 보증금 안 받으셔도 되죠? 이제 저를 잘 아시잖아요.”
나는 잠시 서류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시세, 공실, 분쟁 가능성 같은 계산이 습관처럼 스쳤다. 그 모든 생각 끝에 남은 것은 단 하나였다. 지난 십여 년 동안 그는 단 한 번도 월세를 늦춘 적이 없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특별한 결단이라기보다, 그와 함께 보낸 시간에 어긋나지 않는 선택이었다.
그는 집을 자기 삶의 연장처럼 사용했다. 사소한 수리는 연락 없이 직접 처리했고, 어느 날 가보면 벽에는 설명 없이 못이 하나 더 박혀 있었다. 불편했지만 말하지 않았다. 오래 산 사람에게 집은 점점 허락을 구하지 않는 공간이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가끔 그는 자신의 삶을 보여주었다. 일본인 연인과의 사진, 그리고 이별. 이후에는 인도인 파트너 B를 소개했다. 그녀는 조심스럽고 정중한 사람이었고, K가 세상을 떠난 뒤에도 한 달 가까이 아파트에 머물며 그의 유품을 정리했다.
그러다 어느 날, 그 연속성은 끊어졌다.
강의에 나타나지 않았고 연락도 닿지 않았다. 소방대가 출동해 문을 부쉈고, 경찰과 검시관이 뒤따랐다. 열쇠는 낯선 손들을 거쳐 내게 돌아왔다.
서류를 정리하던 중 하루 임대료가 눈에 들어왔다.
£29.58.
나는 숫자를 다시 확인한 뒤 계산기를 껐다. 이메일을 열어 임대료 항목을 지웠다. 삭제된 칸은 끝내 채워지지 않았다. 숫자는 정확했지만, 그 정확함으로는 이 관계를 설명할 수 없었다.
집을 나서기 전, 거실을 한 번 더 둘러보았다.
책장은 비어 있었고 벽에는 못 자국만 남아 있었다. 이 공간은 다시 부동산이 되었지만, 동시에 한 사람이 머물렀던 자리이기도 했다.
임대주택은 계약으로 시작된다. 하지만 오래 남는 것은 계약서가 아니라, 그 사이에 쌓인 시간이다. 많은 세입자들이 스쳐 지나갔다. 그러나 어떤 이는 벽을 기억으로 바꾼다. K가 그랬다.
문을 닫았다.
계약은 끝났고, 집은 다시 비어 있었다.
문은 이번에도 아무 소리 없이 닫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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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장 일지」 다섯 번째이자 마지막 편입니다.
오랜 시간 임대인과 세입자로 이어졌던 한 사람의 죽음을 계기로 쓰였습니다. £29.58은 정확한 하루 임대료이지만, 그 숫자로는 설명되지 않는 시간과 관계가 남아 있습니다.
계약이 끝난 뒤에도 사라지지 않는 기억과 책임, 사람 사이의 흔적을 담고자 했습니다.
다음 글들은 계약과 역할을 넘어,
집이 사람을 품고 사람이 서로를 지켜보게 된 시간의 기록들이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