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장 일지 II - 영국 경찰의 미소 -
경찰은 아주 공손하게 말했다.
“차고 안의 물건은
이제 알아서 처리하시면 됩니다.”
나는 그 말을 들은 순간,
이것이 허락인지 경고인지 구분하지 못했다.
다만 분명했던 것은,
그 문장이 문제를 끝내는 말이 아니라
이야기를 시작하는 말이라는 사실이었다.
만나기도 전에, 필립은 이미 세상을 떠난 사람이었다.
이 사실만으로 보면, 문제는 단순해졌어야 했다. 그러나 단순함과 현실은 늘 사이가 좋지 않다.
사태를 복잡하게 만든 것은 차고였다. 내 것이었고, 그의 것이기도 했던 공간. 필립은 세입자였다.
소유와 거주의 경계는 늘 명확해 보이지만, 막상 문제가 생기면 그 선은 쉽게 흐려진다.
그는 11월에 월세를 끊고 사라졌다. 그리고 남겨두고 간 것은 -
겉보기에는 글로벌 스포츠웨어 제국의 해외 지사 같았으나, 실상은 지옥의 물류창고를 연상시키는 차고 한 칸이었다.
합리적인 인간답게, 우리는 경찰에 신고했다.
물론 합리적 판단이 항상 현명한 선택은 아니다.
경찰은 공손하게 메모를 하며 무수한 질문을 쏟아냈다.
요지는 하나였다.
“당신이 필립을 없애 버린 건 아니죠?”
나는 차분히 설명했다.
필립과 나 사이에는
감정도, 기억도, 만남도 없었다.
오직 세 가지뿐이었다.
임대 계약서(복덕방 역할을 맡은 피터를 통해 서명), 복사된 운전면허증,
그리고 차고 열쇠 하나.
나는 그를 실제로 본 적조차 없다.
이 설명은 논리적으로는 완벽했으나,
경찰에게는 정서적으로는 전혀 설득력이 없었다.
나는 폴란드 출신 도우미 가브리엘라에게 부탁했다. - 공교롭게도 필립 역시 폴란드인이었다 -
그녀와 함께 그의 마지막으로 알려진 주소를 찾아갔다.
아파트는 이미 봉쇄돼 있었고,
현관문에는 커다란 X 표시가 그려져 있었다.
은폐라기보다는 선언에 가까운 디자인이었다.
나는 다시 경찰에 전화했다.
시민으로서 할 일을 했다고 생각했다.
경찰은 고마워하지 않았다.
그들은 나를 집에 보내지 않았다.
대신 필립의 죽음에 대해
나는 아주 오랫동안 심문을 받았다.
내가 파악한 나의 연관성은
차고 주인이라는 사실과,
그 차고가 지나치게 가득 차 있다는 점뿐이었다.
결국 경찰은 결론을 내렸다.
필립은 실종자가 아니었고,
이미 사망했으며,
더 이상의 협조는 필요 없다는 것.
그리고 덧붙였다.
“차고 안의 물건은
이제 알아서 처리하시면 됩니다.”
나중에 알게 된다.
이 문장은 허락이 아니라 경고였다는 것을.
차고 안은 엉망이었다.
정리는 없었고,
질서는 기대할 수 없었다.
상자는 찢어져 있었고,
운동화는 쏟아져 있었으며,
사이즈들은 서로의 존재를 부정하고 있었다.
완벽한 것은 하나도 없었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했다.
전부 값비싼 운동화와 디자이너 스포츠웨어였다.
그 점이
모든 판단을 흐리게 만들었다.
우리는 허락을 받았다.
공식적인 구두 허가.
영국에서 이 정도면
웬만한 자유권이다.
나는 이 일을 사람들에게 말했다.
차고에 값비싼 운동화가 가득하다는 말도
굳이 덧붙였다.
사람들은 신발 사이즈를 보내왔다.
나는 엑셀 파일을 만들었다.
Liam size 9, Eugene 4, 지야 언니 사이즈 3...
이 시기는 짧았다.
관대했고,
지금 돌아보면
재앙 직전의 평화였다.
상자들은 지인, 세입자, 도우미에게 흘러갔다.
모두가 즐거워했다.
나는 잠시 인기가 있었다.
이 이야기에서 가장 비현실적인 장면이며,
내 인생 유일의 사회적 성공이었다.
그러다 현실이
조용히 헛기침을 했다.
차고는 비워야 했고,
손실은 줄여야 했으며,
우선순위는 속도였다.
빨리 다시 세를 놓아야만 돈이 들어온다.
손해 통제,
재정적 생존.
그래서 우리는 모든 것을 옮겼고 차고를 비웠다.
마침 하루 쉬던 하숙인 롭의 도움을 받아
차로는 십 분 거리였지만, 그날 우리는 열 번 도 넘게 오갔다.
그 결과,
내 집은 집이 아니었다.
복도는 창고가 되었고,
침실은 물류센터가 되었으며,
고양이는
내가 무슨 짓을 했는지
이미 알고 있는 얼굴이었다.
정리하던 중,
송장이 나왔다.
사람이 아니라, 서류였다.
이름이 달랐다.
필립이 아니었다.
다른 세입자.
다른 차고.
바로 옆에 붙은 그 차고 역시
내 것이었다.
나는 사진을 찍어
세입자 소개를 맡았던 피터에게 보냈다.
피터는 이미 상자 하나를 챙긴 상태였다.
사진을 보자마자 전화가 왔다.
“아무 말도, 누구에게도, 한마디도 하지 말고, 꼼짝 말고,
기다려! “
너무 급했는지, 말투가 무너져 있었다.
“지금 갑니다.
모든 걸 다시 차고로 옮겨야 합니다.”
그는 도착했고,
우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도덕도, 전략도,
물리 법칙도 논의하지 않았다.
그저 조용히, 효율적으로
모든 것을 원위치로 돌렸다.
영국식 범죄 영화가 있다면
이 장면은 반드시 들어갔을 것이다.
그 와중에
내 친구 폴은 이 상황을
‘창고형 스타트업’으로 착각했다.
그는 이베이에 물건을 올리다 말고 말했다.
“이상하네요.
똑같은 운동화가
옆 동네에서 이미 넘쳐요.”
판매자 이름을 알려줬다.
익숙했다.
매우 불길하게 익숙했다.
다른 차고 세입자였다.
그러니까,
진짜 주인이었다.
상황을 아직 이해하지 못한 폴은 침착했다.
“시장은 넓고, 경쟁 여지는 있죠. 어쨌든, 우리는 공짜로 생긴 재고니까.”
나는 그의 말이 농담임을 알면서도, 동시에 피식 웃었다. 남의 물건이 공짜로 생겼다는 사실이, 어떻게 이렇게 어둡게 기쁘게 느껴질 수 있는지.
폴은 이미 이베이에 물건을 올리기 시작했다.
포장을 어떻게 할지, 배송비는 얼마로 할지, ‘창고형 스타트업’이라는 착각 속에서 그는 모든 것을 완벽하게 계획했다.
포장재, 봉투, 테이프, 주소 라벨.
결코 존재하지 않을 온라인 상점을 위한
모든 것이 이미 주문돼 있었다.
우리는 지금도 그것들을 가지고 있다.
시도조차 하지 못한 미래의 유물처럼.
물품이 전부 차고로 돌아간 뒤,
피터는 실제 소유자에게 연락해
상황을 설명하고
누락된 물품이 있으면 지불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음날 진짜 주인은
나를 상대로
1만 파운드 소송을 제기했다.
분실.
혼란.
감정적 고통.
아마도 영적 피해까지.
우리는 법정에 섰다.
나는 철저했다.
모든 문서, 모든 기록,
모든 실수는 “선의의 혼란”으로 정리했다.
법정 당일,
그는 나타나지 않았다.
사건은
지친 풍선처럼
조용히 꺼졌다.
몇 주 뒤, 그는 이사를 갔다.
평화가 돌아왔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마침내
필립의 차고를 열었다.
안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거대한 오토바이 하나를 제외하고는.
운동화도, 상자도,
미스터리도 없었다.
그저 한 대의 기계가
모든 소동을 비웃듯 서 있었다.
“이게 네가 알아야 할 전부였느니라.”
필립의 죽음은
이 이야기의 조용한 중심이다.
그 주위를
경찰, 엑셀 파일, 소송, 이베이가
빙빙 돌았을 뿐이다.
영국은 절차에는 강하다.
결말에는 약하다.
나는 소리치지 않았고,
힘을 쓰지도 않았다.
서류와 이동과 침묵으로 버텼다.
차고는 비었다.
상자는 사라졌다.
오토바이는 아직도
내 머릿속에서 시동을 건다.
소유권은 이론적이고,
허가는 위험하며,
명확성은 언제나 너무 늦게 온다.
사람들은 이것을 질서라 부른다.
나는 이것을
인내극이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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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주인장 일지 시리즈의 두 번째 에세이로, 영국 시스템 안에서의 재산, 권력, 생존에 관한 실화 블랙 코미디이다. 모든 사건은 사실이며, 유머는 구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