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가 좀 길었지? 자, 그래서 우리는 다음 시간부터 회장 이자벨 러프의 업적에 대해 알아볼거야. 알았어? 까먹지 말구 그의 업적 3가지 조사해 와야 해!"
종이 넘기는 소리와 의자 끄는 소리가 교실에 잔잔히 퍼집니다. 호기심 가특한 표정의 아이들은 천진난만한 목소리로 당신에게 질문을 던졌습니다. 당신은 아이들의 표정을 단박에 알아채고는, 미소를 지으며 그를 정확하게 쳐다보았죠.
"선생님! 선생님도 이자벨 아니에요? 선생님은 이자벨 노아시잖아요!"
그 말에 교실이 잠시 조용해집니다. 인간 아이들과 로봇 아이들 모두, 같은 방향으로 당신을 바라봅니다. 당신은 교탁에 손을 얹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오래된 기억을 더듬습니다.
"나는 이자벨 이디의 아들이었어. 20년 전, 성인이 되었을 때. 그에게 회장직을 완전히 넘겨주었지."
순간, 교실 안에서 작은 탄성과 숨죽인 감탄이 터져 나옵니다. 평범한 교사로만 알던 당신이 세계 최대 기업의 후계자였다는 사실을 누가 쉽게 상상했을까요? 당신은 웃으며 칠판을 바라보다가, 창밖으로 시선을 옮깁니다. 종이 울리기 전의 교실은 언제나 묘하게 붙잡는 힘이 있습니다. 이제 곧 다른 학생들을 가르치러 떠나야 하는데도 발걸음이 쉽게 떨어지지 않습니다. 마른 입술에 침을 묻히고 당신은 조심스럽게 다시 입을 엽니다.
"얘들아. 만약에 너네의 안식과 세계의 미래 중 고른다면, 무얼 고를 것 같아?"
학생들이 술렁거립니다. 아리송하다는 얼굴로 당신을 바라봅니다.
우리 선조들의 업적이 대단한 것은 이것에 있지 않을까요? 세계의 미래를 위해 회장직을 그에게 넘겨준 저처럼. 자신의 안식에 안주하지 않고 정의를 쟁취한다는 것 말이죠. 물론 제 업적이 그들만큼 대단하단 것은 아니지만- 하핫.
하루 하루가 지나갈 때마다, 당신은 지금도 뭔가 나아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종이 울립니다.
아이들이 하나둘 교실을 나가며 손을 흔듭니다.
성인이 된 러프 씨처럼,
그리고 그 아이들과 함께.—
당신은, 오늘도 조금씩 조금씩 성인이 되어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