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황하는 갱년기
덩달이의 취미생활
요즘 언니들이 콘서트에 푹 빠졌습니다. 한 번도 그런 모습을 본 적이 없는 것 같은데, 혼자서도 데이식스 콘서트에 다녀오더라고요. 야구장은 혼자 가는 줄 알았지만, 혼콘을 즐기는 경지에 이른 줄은 몰랐죠. 팝송을 좋아하는 언니는 콜드플레이 콘서트도 예매를 하더군요. 저도 콜드플레이는 가고 싶지만, 내년 4월에 있을 콘서트를 위해 6개월 전부터 카드값을 지불하는 일은 경제적이지 않다는 생각에 잠시 미루었습니다. 내년에 분명, 자리가 있을 거라며 혼자 확신 중입니다.
콜드플레이 콘서트에만 150만 원을 썼다는 언니. 자세히 보니 좋은 자리는 50만 원, 100만 원이더군요. 형부도 같이 간다며 크게 질렀다고 하는 언니가 부러웠습니다. 고가의 콘서트를 남편이 인정해 주고 같이 즐길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을까요. 물론 저에게 그런 경험이 아주 없는 건 아니라서, 함께 즐겼던 추억이 많아서 괜찮습니다만.
언니들은 웨스트라이프 콘서트도 질렀습니다. 저도 같이 가려고 예매대기를 걸어두었어요. 좋은 스탠딩 번호가 터지기도 하고 1층 정중앙의 좋은 자리가 나와서 결제까지 해두었지만 웨스트 라이프에 20만 원 가까운 돈을 쓸 정도로 제가 좋아하는 가수는 아니라 마음을 접었습니다. 대표곡 몇 곡 말고는 잘 알지도 못해서 온전하게 즐기지 못할 것도 같고요. 웨스트라이프에 대한 저의 애정이 현저히 부족합니다.
언니들은 찰리푸스 공연을 알아보더니, 이번에는 에피톤프로젝트와 루시드폴의 콜라보 콘서트를 골랐습니다. 에피톤에 루시드폴이라면, 저도 가고 싶더라고요. 공연장이 다소 먼 군포지만 검색을 해보니 운전해서 가기에 아주 먼 길도 아니더라고요. 그래서 언니들과 함께 가려고 마음을 굳혔지만 일정이 불분명해서 포기했습니다. 언니들이 애정하는 에피톤의 음악을 저는 즐겨 듣는 정도는 아니니 아쉽지는 않아요. 에피톤과 루시드폴의 조화가 궁금하고, 콘서트 가격이 비싸지 않아 도전하려고 했으나 저에겐 더 좋은 주말 계획이 있거든요. 아쉽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저는 덩달이인가 봅니다. 좋아하는 사람과 좋아하는 일을 같이 하길 즐겨합니다. 좋아하는 사람이 전시회를 같이 가자고 하면 같이 가고, 강의나 연수도 같이 하자고 하면 그 사람 믿고 갑니다. 피곤해서 무리가 될 것 같아도 가면 즐거울 거란 기대에 무턱대고 나설 때도 있습니다. 사람이 좋으면 멀어도 마음이 움직이는 덩달이. 여행을 갈 때도 장소나 일정 상관없이 사람이 좋으면 마냥 따라나서기도 해요. 딱 어린아이 같죠. 누가 같이 가자고 하면 아무 생각 없이 홀랑 따라나서는 어린아이.
이번에도 덩달이는 언니들과 성시경 콘서트에 가기로 했습니다.
"성시경 콘서트는 꼭 한 번 갈 거야. 소원이야!"라고 버릇처럼 말한 언니의 소원을 함께 하기로 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뮤지컬과 오페라, 발레를 좋아하는 편입니다. 언니들과 뮤지컬이나 연극은 같이 봐도 오페라 발레를 같이 보지는 않아요. 전혀 즐기지 않거든요. 제가 원하는 뮤지컬은 티켓 구하기도 힘들어서 언니들과 함께 못하고 혼자 봐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언니들과 미술관 박물관 전시관람이나 여행 선호도는 일치하지만 공연이나 가수 선호도는 어긋날 때가 많아요. 언니들이 좋아하는 성시경을 저는 잘 모릅니다. 그동안 관심이 없었거든요. 워낙 유명한 대표곡이 많아서 듣다 보니 익숙한 노래들도 많지만 깊게 들은 기억은 전혀 없습니다. 그래도 언니들과 연말에 함께 하고 싶으니 티켓팅에 도전해 보기로 했습니다.
야구팬인 언니, 어려운 콜드플레이 콘서트 앞자리를 클릭하고 김동률 콘서트, 이적 콘서트마다 좋은 자리를 잘도 줍는 언니가 이번에도 1층 앞 열의 세 자리를 바로 얻었더라고요. 진정한 금손이에요. 티켓팅 실력이 남다른 언니 덕분에 이번에도 시야가 좋은 체조경기장 앞 좌석에서 성시경을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성시경은 처음인지라 은근히 설레기도 해요. 성시경 콘서트가 그리 재밌다고도 하고요. 게스트도 화려한 편이라 은근 기대되기도 합니다.
무대를 보니 원형의 스테이지를 둘러싼 구조입니다. 스탠딩 바로 다음 구역의 앞자리, VIP 석에서 성시경을 보는 기분은 어떨까요? 원형의 콘서트는 경험이 없어서 더욱 기대됩니다. 체조경기장이 워낙 시야가 좋아서 성시경 땀방울도 보고 올 수 있을 것 같아요. 원형 무대는 얼마나 화려할까요~ 왕자님이 360도 돌며 손 흔들 때마다 꺄~ 소리 지르며 반하고 오는 것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놀기 위해서 이른 퇴직을 해야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좋은 계절에 여행을 다니고 싶어서 막연하게 빨리 관두고 싶었습니다. 이른 퇴직을 위해서는 알뜰하게 살아야 한다며 결심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제대로 놀기 위해서는 머니가 더 두둑해야겠어요. 이번에도 개인적으로 지킬 앤 하이드와 알라딘을 질러두고 이적 콘서트 다녀오고 성시경티켓값까지 내고 나니 텅장이 되어 버렸거든요.
단기간에 목돈을 모으는 것은 무리가 될 수도 있겠습니다. 지금도 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거든요. 현생도 즐기고 싶은데 미래도 대비하고 싶어서 마음이 오락가락합니다. '인생 뭐 있어, 즐겨야지!'라는 마음과 '노후를 위해 더 아껴야 하는데.' 라는 마음이 상충할 때가 많아요. 현생도 즐기면서 노후에도 놀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일을 오래 하는 방법이 최고겠습니다. 미래를 위해서 현재를 포기하는 것도, 현재를 탕진하며 미래를 생각하지 않는 것도 위험하니 말입니다. 청춘이 아닌 중년이 그럴 수는 없죠.
막상 쉬면서 놀기만 하면, 놀이의 즐거움이 크지 않을 것 같기도 해요. 일하는 틈 사이에 노는 일이 더 짜릿하고 재미있겠지요. 시간에 구애 없이 노는 일을 해보고 싶지만, 한계가 있는 한정된 쉼과 놀이가 더 귀해서 애틋하지 않을까요. 체력이 허락하는 한, 일과 놀이를 병행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입니다. 물가는 점점 오르며 공연 티켓값도 시즌마다 달라지니, 일하지 않으면 놀지도 못하겠습니다. 특히 언니들과 오래오래 함께 놀려면, 열심히 일해서 꾸준히 티켓값을 벌어야겠습니다. 어차피 하는 직장생활, 놀기 위해서 한다고 생각하니 문득 사랑스럽네요.^^
12월 27일 성시경 콘서트에서 잘 놀기 위해 이제부터 성시경 노래 듣기 시작합니다. 피곤한 가을이 한층 달콤해지겠습니다. 이렇게 가을이 가고 인생이 흐르는 거겠죠. 성시경 콘서트를 기대하다 보면 연말이 성큼 오고 나이 한 살 금방 먹겠죠. 새해가 되면 나이의 무게를 느끼며 어떻게 살아야 하나 잠시 고민을 하겠지만 노는 게 제일 좋은 뽀로로는 아마도 하던 대로 덩달아 놀 겁니다. 그렇게 살아도 되는 인생이길, 새해 소원으로 빌어보겠습니다.
https://youtu.be/cqxNgwY2oDg?si=ckIUBOVI0tLy0-Y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