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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성시경 연말 콘서트 : 성시경 장기하 싸이

공연 리뷰

by 루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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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만난 성시경 콘서트!



성시경 콘서트 예매를 해 둔지가 언제던가. 3개월 전? 정말 오래전에 예매를 해두어서 기억도 나지 않는 공연을 연말에 드디어 가게 되었다. 그동안 성시경 노래를 들으며 분위기라도 익히려고 했는데, 유튜브로 듣다 보니 제목 확인 없이 노래만 들어서 귀에 익은 정도로만 준비를 했다. 따라 부를 정도로 귀에 익은 노래인데 제목은 모르는 상황. 그래도 콘서트를 즐기는데 문제는 없을 터였다. 노래 제목은 어찌어찌 알게 되겠지. 성시경의 팬은 아니니 리 몰라도 괜찮겠지.라는 심정으로 편안하게 즐기기로 했다.




성시경 콘서트가 있는 KSPO돔에 오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아서, 잠실까지 콘서트를 보러 와야 하나 잠시 고민을 했지만, 결과적으로 너무 좋아서 잠실이 아닌 지방이라 해도 성시경 콘서트는 1년에 한 번씩 가야겠다는 결심을 서게 만들었다. 앞으로 김동률 콘서트처럼 성시경 콘서트도 헤매다 오게 될지도 모르겠다.




그동안 내가 보아왔던 공연이나 콘서트는 뭐랄까. 싱어의 음악적 세계를 팬들에게 검증받는 시간이었다. 얼마나 좋은 노래를 만들었는지, 얼마나 라이브로 좋은 소리를 들려주는지를 확인시켜 준 것 같다. 성시경 콘서트는 아티스트의 실력을 검증하는 무대를 뛰어넘어 팬들과 하나 되어 즐기며 가수가 아닌 한 사람으로서의 그를 온전하게 보여주었다. 음악의 매력뿐 아니라 절친 게스트와의 우정, 그리고 일상을 공유하는 우리 시대 사람으로서의 호감과 더불어 우리도 할만한 고민들을 여과 없이 보여주어서 짧은 시간에 친근감이 확 생겼다. 거기에 코믹 버전도 가능한 유머 감각까지. 애쓰지 않고도 뭐든 잘하는 그런 사람. 자연스러워서 스미는 줄 모르고 스미게 하는 매력적인 사람이 성시경 같았다. 이래서 성시경 콘서트에 오는구나. 알듯 했다.




콘서트를 그토록 많이 다녀도 360도 원형의 무대는 처음. 사방에서 볼 수 있는 구조는 공연 좀 해봤다는 싸이도 처음이라고 했다. 댄서들이 많이 등장하는 콘서트는 원형 무대가 불가한 모양이다. 해보고 싶은데 서른 명 넘는 댄서들이 서기엔 좁은가 보다. 원형무대의 아래에는 세션들이 자리해서 연주를 하고 무대를 감싸는 원형의 LED 전광판은 평면이 아니라서 훨씬 보기가 좋았다. 가수만 보는 프롬프트를 관객석의 눈높이에 맞춰 사방에서 볼 수 있게 만들어서 언제나 노래를 따라 부를 수 있도록 한 것도 참신한 아이디어였다. 특히 금손 언니가 돌출무대가 있는 18 구역 앞 열을 예매해 주어서 싱어를 비롯한 게스트들이 등장할 때마다 가까이서 영접하는 영광도 누릴 수 있었다. 무대 하나만으로도 아이디어 면에서나 참신도에서 최고가 맞았다. 영상 편집도 어찌나 깔끔하던지. 요즘 콘서트의 수준을 오랜만에 누려서 더 좋았다.




무대에서 처음 본 성시경. 방송 활동을 많이 해 온 가수지만, 예능 프로그램을 보지 않는 사람이라 그에 대한 지식이 없었는데, 그는 나이 듦에 대해 고민이 많은 우리 또래의 사람이면서, 발라드뿐 아니라 댄스도 잘하는 댄스 머신 발라더에 예능감각과 유머도 갖춘 멀티형 아티스트였다.




24년 차, 곧 25년 차가 되는 20년 넘은 전문 가수로서 '성발라'라는 별명이 잘 아울리는 대표적인 발라드 가수인데 알고 보니 별별 예능에서 재주를 뽐낸 재주꾼이기도 했고, 유튜브로 먹방을 해 온 유튜버이기도 했다. 먹으면 살이 찌고, 안 먹으면 기운이 없다면서 우리의 심정과 똑같은 하소연을 여러 번 반복하는 그. 운동 중독이라서 관절이 안 좋은 걸 알기에 먹는 걸 조절해야 하는데, 워낙 음식을 좋아해서 어려운가 보다. 운동을 하고 나면 좋은 음식을 먹어야 하는데 술을 사랑해서 꼭 술을 마신다는 성시경. 영상으로 그의 일상을 지켜보니 소주 한 잔이 물 컵으로 한 잔이었다. 잘 먹고 잘 마시고 잘 노는 사람인데 이제는 나이가 들어 살짝 힘에 부치나 보다.




그래도 마흔여섯이면 한창이야. 오십 넘어봐~
기억력이나 체력면에서 전혀 다르다!


라는 조언을 해주고 싶었다. ㅋ 안 그래도 언니들과 저녁을 먹으며, 오십을 넘기니 왜 이리 스스로를 믿을 수 없냐며 다들 한참 하소연을 했다. 이제는 내가 나를 못 믿게 된 나이. 마흔 후반까지는 똘똘했는데 왜 이리됐는지 모르겠다며 한탄했던 시간이 방금 전이라 성시경의 나이 듦이 어리광처럼 보이기도 했지만, 그 심정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아무래도 연예인에 공인이다 보니 더 심하게 느낄 것이다.




성시경의 노래들은 편안했다. 편하게 들리지만 키가 높아서 따라 부르기 어렵다는 성시경의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평소 즐겨 듣던 #선업튀 OST부터 '너의 모든 순간' '좋을텐데' '희재' '두 사람' '넌 감동이었어' '우린 제법 잘어울려요' 등의 유명한 노래들을 함께 불러서 재미있었다. 관객들과 즐기는 콘서트임을 증명하듯이 댄스 동작을 가르쳐주거나 사비 부분을 연습시켜서 성시경의 지도 아래 노래를 완성하기도 했다. 함께 하는 콘서트의 즐거움은 오랜만이라서 최고로 행복한 순간! 성시경과 함께 하는 이 순간에 내가 있어서 저절로 행복해져 버렸다.



무엇보다 댄스머신 발라더 가수인 건 알지만, 그래도 세상에! #로제 의 아파트 영상을 자체 제작해서 보여주어서 정말 놀랐다. 이렇게나 예능감이 출중한 가수로서 열심히 노력하는구나! 피부로 전해졌다. 브루노마스와 로제의 1인 2역의 뮤비를 만들어 보여주더니, "우리의 아파트는 이거지!" 라며 윤수일의 아파트를 댄스와 함께 불러줄 때, 흥겨워서 소리를 지를 수밖에 없었다. 성시경의 끼는 어디까지인 건지. 정말 매력적인 사람이 맞았다.



더 좋은 건 게스트.


장기하의 '부럽지가 않아'를 성시경이 부르기 시작해서 장기하가 나오려나 했더니 진짜 등장해서 그의 노래 3곡을 들려주었다. 안돼와 돼를 오가는 그 노래의 제목은 무엇인지 모르겠으나 장기하가 시키는 대로 따라 하며 제대로 노래를 즐겼다. 아마 '새해복만으로는 안돼'라는 노래인가 보다. 새해 복만으로는 안된다며 열심히 살라고 하다가, 열심히 안 해도 된다는 노래 가사에서 깊은 철학이 느껴지기도 했다. 장기하만의 매력에 푹 빠져 버렸다.



두 번째 게스트는 싸이.


'이젠 안녕' '챔피언' '강남 스타일'을 부르며 어찌나 관객을 조련하던지. 성시경의 표현대로 맞아도 더 때려달리는 싸이팬으로 잠시 빙의되어 락페에서 즐기던 에너지로 방방 뛰며 함께 놀아 보았다. 싸이의 에너지가 대단해서 따라 놀다 보니 발목이 시큰거리고 목이 잠겨 성시경이 등장할 때 기운이 없어 자리에 앉아 버렸다. 댄스곡이 등장했는데 지친 팬들을 보자 성시경이 한 소리 했다.


"싸이가 얼마나 괴롭혔으면 제가 댄스곡을 하는데 앉아 있겠어요.' 라며. ㅋ


몹시 추운 날인데도 더워서 땀을 줄줄 흘리며 건조한 목을 부여잡느라 힘들었지만 오래간만에 제대로 놀아본 시간이었다. 싸이가 몇 곡 안 해서 다행이지 좀 더 놀았으면 집에 갈 힘도 없을 뻔했다.



사랑에 폭 빠졌을 때, 절로 공감이 되는 성시경의 사랑 노래와, 아픈 사랑의 기억을 부여잡으며 위로할 때 부르기 좋은 추억 노래를 함께 부르며 성시경의 유머와 끼를 즐기다 보니 어느덧 이별할 시간. 일상의 모습은 평범한 우리들과 다르지 않아서 더 큰 위로가 되기도 했는데, 무사히 올 해를 지낸 것만으로도 수고했다며 건네는 마지막 위로에 마음이 더 따스해지기도 했다. 상식적이고 건강한 아티스트라는 확신이 들었다. 좋아하고 싶은 걸~



사랑 노래가 흐를 때마다 커플들의 모습이 영상에 잡혀서, 연말에 연인이 즐기기 좋은 공연이구나, 했다. 여친을 위한 남친의 선물이 아닐까, 흐뭇하게 미소를 지어보았다. 꼭 커플이 아니더라도 1년을 잘 보낸 나에게 주는 상으로 적당해 보였다. 1년 동안 애썼으니 연말엔 나를 위해 돈 쓰면서 위로하는 시간도 필요할 것이다. 그럴 때 성시경 콘서트는 딱 적당하겠다.



성시경은 내년에 앨범을 낼 거라 한다. 꼭 인기 있는 앨범보다는 하고 싶은 음악을 담아 앨범을 내고 싶다고 했다. 싸이는 공연에 오는 관객이 십만 명이니 성시경 앨범이 나오면 멜론에서 활약을 해 달라고 부탁했다. 훈훈한 사이다. 싸이는 슈가와도 함께 곡을 만들어서 나도 좋아하는 아티스트인데 마음에 쏙 든 성시경과도 친해서 더 좋아졌다.



콘서트가 어찌나 긴지, 앙코르곡에 마지막 멘트까지 듣는데 11시가 되어서, 행여 차 빼는데 시간이 오래 걸릴까 봐 조금 일찍 나왔음에도 집에 오니 거의 12시. 장장 3시간 30분을 함께 하는 콘서트는 정말 오랜만이다. 집에 와서 정리하고 싸이 덕분에 흘린 땀을 씻고 나니 새벽 1시. 아침에 지방으로 내려가며 KTX에서 리뷰를 쓰고 있는 중이라 불편해서 제대로 표현하기가 어려워 허접하다. 그래도 얼른 올리는 게 나을 것 같아서 정리해 본다.




콘서트 동안에는 촬영 불가라 했는데, 다들 찍으시더라. 김동률 콘서트 가면 앙코르곡도 찍으며 눈치가 보였고, 블로그나 유튜브에 올리면 팬들이 난리를 쳐서 당황스러웠는데 성시경 팬들은 자유로운가 보다. 마음이 편하다. 김동률의 공연은 악기 소리 하나하나에 집중하는 공연이니 당연히 사진이나 영상을 찍지 않는다. 그래도 앙코르는 가능해서 찍어두었다가 올리면 그 마저도 성화여서 불편했던 기억이 있다.


성시경 콘서트는 재미있어서 나도 즐기고 싶어 짤막하게 찍었다. 영상이라도 올려두려고 남긴다. 돌출무대 있는 앞열이 행복해서 자랑하고 싶었다. 내 능력이 아닌 언니의 힘인데도 마치 나의 행운인 듯^^


시간이 날 때 차분하게 수정하고 일단 눈을 붙여야겠다. 수술한 눈이 피곤해서 말이다.




성시경 콘서트가 있는 체조경기장 풍경




클래식하면서 아름다운 원형 무대. 우리의 좌석 티켓. 이렇게나 좋은 자리였다.

자막과 영상과 주인공의 등장이 고급스러우면서도 몽환적이었던 무대.


성시경은 감동이었어!





1-3배 정도 확대했는데 이 정도. 폰이 아니라 눈으로 보면 더 가까이서 보이는 성시경. 근거리에서 누리는 콘서트가 진리다!



이렇게나 가까이서 보았다니까!


2024 성시말 콘서트 첫공 : 성시경, 장기


검은색 슈트에서 화이트 점퍼까지 모든 영역대의 패션을 소화한 멋진 스타다.





2024 성시경 연말 콘서트 첫공 : 성시경, 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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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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