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루서 Sep 10. 2024

02. 이혼하고 싶으세요?
재혼이 하고 싶으세요?

Before 이혼


이혼을 결심할 때


사람들은 언제 가장 많은 사주나 타로 상담을 할까? 

아이들이 대학을 갈 때? 직장을 구할 때? 이사를 갈 때? 


미래의 희망을 기대하면서 진로나 진학, 직장운을 보는 것은 의미 있는 상담일 것이다. 집을 사고팔거나 재산을 불리기 위해 상담을 하는 것도 미래에 대한 희망을 품은 질문이라 여긴다. 100% 신뢰하는 것도 문제겠지만, 괜찮은 전문가로부터 방향성을 얻고 나면 마음이 편해질 수도 있겠다.


요즘은 연애 상담이 제일 많다고 한다. 특히 타로 상담은 금전 아니면 연애가 대부분이라고 전문가들은 말씀하신다. 부모님의 뜻에 따라 정해진 운명을 만나 가정을 이루었던 시대를 지나 결혼이 당연했던 세대를 거쳐 이제는 결혼 자체가 딜레마가 되다 보니 개인의 선택 폭이 넓어지며 고민은 더욱 많아진 듯하다.


결혼이 어려운 만큼 이혼은 쉬워졌다. 이혼율을 검색하지 않아도 주변을 둘러보면 올싱, 돌싱 정말 많다. 

결혼은 어렵지만 이혼은 쉬운 시대. 

말은 그렇게 하지만, 이혼이 쉬울까. '이 인간이랑 사는 내가 바보지' 라며 이혼을 결심하는 것까지는 마음으로만 되는 일이니 쉽겠으나, 막상 합의를 해서 법원에 출두하여 판사 앞에서 이혼을 인정하는 일은 쉽지 않다. 협의 이혼이면 그나마 낫다. 이혼에 대한 생각이 달라서 재판이라도 하게 되면 일상생활 자체가 무너질 정도로 고단한 길을 걷게 된다.  


영화 '결혼이야기'에서 이혼소송은 선한 사람들의 최악을 보는 일이라고 했다. 

이혼 과정에 첫 발을 딛기도 전에,  이혼에 대해 진심으로 고려를 하는 순간조차 앞으로 일어날 일들이 버거워 그 마음을 접게 되는 일이 다반사일 것이다. 살다 보면 이혼하고 싶을 때가 어디 한 두 번인가.  그 시기는  자주 찾아온다.  3년, 5년, 7년, 10년.. 꾸준히 반복적으로 찾아오는 것이 권태기이기도 하다. 그리고 10년이 넘어가서도 같이 살면, 사랑은 화석처럼 흔적으로 남아  사니까 살게 되는 부부도 적지 않다. 


물론 평생을 아끼고 사랑하면서 사는 부부들도 있다. (나의 주변엔 오랜 시간 사이좋은 커플이 있는데, 당신 주변에도 있는가?)  언제부터 시작된 고민인지 모르겠지만, 한 번 떠오르면 꼬리를 무는 이혼 결심. 시간이 흐를수록 확신이 생겨서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보는 단계에 이르면 경험자들은 부분을 가장 먼저 우선하라고 조언한다. 경험이 있는 나도 동의하는 조건이다. 


경제적 현실

이혼에 대한 상담 경험이 풍부할수록 경제적 현실부터 확인한다. 단순하게 사주나 타로 상담을 할 때에도 현실적 조언이라며 듣는 것이 경제 문제이고, 전문 상담가도 제일 먼저 챙긴다. 여자들이 이혼을 하면 경제적으로 어렵다. 그래서 현실적으로 이혼을 권하지 않는다.


여성들의 사회참여가 늘어나면서 여성들이 할만한 일거리들이 많다고는 하지만 막상 경단녀가 된 주부들이 직장을 찾는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아이들을 키우며 조금씩 했던 알바가 아니라, 경제적 주체로 살아야 하다 보니 그에 맞는 직장을 찾는 것이 쉽지 않다.  배우자가 양육비를 잘 줄 것 같지 않은 상태라면 아이는 오롯이 내 몫. 아이가 부모의 이혼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감정적인 부분도 고민인데, 가장 현실적인 '생계'의 부담은 가벼울 수가 없다. 결혼 생활이 지옥이라서, 배우자로부터 도움이라곤 받아본 적이 없어서 차라리 이 지옥에서 벗어나는 것이 사는 길이라고 매일 결심하는 사람들도 실행하기까지 쉽지 않은데, 경제적으로 배우자에게 의지하고 있다면 더 어려울 것이다. 


전문가들은 배우자로 인해 삶이 와장창 무너지고 깨어질 것 같은 순간에도, 정말 이혼을 하고 싶으면 독립을 위한 경제적 자립부터 따져보라고 조언한다. 먹고 사니즘이 해결되지 않을 것 같다면 그냥 참고 사는 것이 낫다고 대놓고 말한다. 


특히 갑작스럽게 이혼을 염두에 두는 사람들은 상처를 받은 상태일 가능성이 높기에, 감정적으로 흥분되어 있을 것이다. 상처가 클 때는 이성적으로 생각하기가 어렵다. 당장 이혼부터 해야 직성이 풀릴 것만 같다. 내가 이혼에 대해 이런저런 매뉴얼을 찾았을 때, 읽어본 사연들은 그랬다. 온라인이라 한계는 있겠지만, 상처받은 영혼들이 진심으로 이혼을 원한다 해도 마음처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당장 이혼하고 싶은 누군가에게 경험자들은 워~ 워~ 진정을 시키며 현실을 따져보라고들 했다. 


경제적으로 준비가 안된 상황에서 이혼을 하면, 마음이야 홀가분하고 가볍겠지만 더 무거울지 모를 현실이 기다린다. 성실하게 일한다면 내 한 몸 먹고사는 것은 일도 아닐 것이다. 그러나 양육자라면, 특히 양육비를 받기 어려운 양육자라면 날아갈 것 같은 이혼 후 오히려 우울해지기 쉽다.  먹고 사니즘의 무게는 가볍지 않다.

나이라도 어리다면 내 힘으로 못살까. 호기로움으로 당당하게 출발할 수 있지만, 연령이 높은 여성들은 더 힘들다. 취업시장이 좋지 못하다면 미래와 노후를 생각해 보다가, 결국 재혼을 생각해 볼 수밖에 없게 된다. 


결혼생활을 박차고 나왔는데 다시 결혼생활로 돌아가게 된다.



재혼을 결심할 때


결혼생활에 애정이 없어서, 새롭게 사랑하고 싶어서 연애를 하고 사랑을 하는 것이 왜 나쁠까.

그러려고 이혼을 했을 것이다. 떠나간 사랑, 지긋지긋한 생활 안녕! 나를 사랑해 주는 사람 만나서 사랑하고 살래! 


지긋지긋했던 결혼생활에서 벗어나 진정한 사랑을 찾고 싶은 욕망을 가진 그대는 사랑받지 못한 자의 결핍에서 비롯된 욕망이라고 해도 충분히 자격이 있다. 사람은 사랑받고 싶어 하는 존재니까. 중년의 인연은 사랑만으로는 힘들다. 경제적 자립이 어려워서, 노후를 위한 취집이 되어 버리는 것은 과거의 결혼생활과 다르지  않을 수 있다. 생존을 위해 계산기 튕기며 나를 속이며 하는 재혼은 다니기 싫은 직장을 버티는 현생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콘크리트 바닥에  살갗이 다 까이듯이 전신 상처를 받고 영혼 털려 한 이혼. 그때는 사랑했지만 지금은 서로를 참아내기 어려워 이혼을 했다면,  '허기'로 생긴 결핍이라고 해도 둘이 되는 것은 축복받을 일이다. 인생 1라운드는 막장이어서 인생 2라운드를 인간답게 살고 싶단 바람으로 좋은 사람을 찾는 것은 환영이다. 모르는 사람의 일이더라도 축복해 줄 수 있다.  행복해질 자유와 권리, 우리에겐 분명 있다. 


취직이 아닌 취집을 선택하는 것은 좋아 보이지 않는다. 최선도 차선도 아닌 생존을 위한 차악은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 가면, 포장, 연기. 떠오르는 단어들이 그랬다. 마음이 급하면 좋은 짝을 찾기도 어렵다. 그렇게 재혼하면 행복할까? 의문이 들기도 한다. 


재혼은 초혼보다 더 촘촘하게 경제적 조건에 따라 등급이 나누어지는 시장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머니에 따라 등급이 나누어지는 것이 요즘 현실이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나를 받아줄 짝은 초혼보다 더 없다. 

노후 대책으로, 연금 삼아 재혼하는 시대는 지났다.  예뻐서 팔자 고치는 시대도 사라진 것 같다. 호기롭게 이혼을 했으면 그 이후의 삶도 당당해야 하고, 그렇기 위해서는 나를 보호하고 지킬 능력이 있어야 한다. 

이혼 이후 행복한 인생 2라운드를 생각한다면, 경제적 독립이 가능하도록 준비를 하는 것이 필요하겠다.



누구도 아닌 '나'와 '내 아이'를 위해서.




© boxedwater, 출처 Unsplash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