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줌마의 미국 스타 벅스 도전기(6)

6. 아프리칸 아메리칸

by Moonfeel

1월 하면 왜인지 가끔 아직도 생각나는 손님 둘이 있다.

내가 오래 다니던 매장은 정말 다이버시티스럽게 온갖 나라의 손님들이 찾아오는 매장이었다.

매장 뒤쪽엔 힌두사원이 있었고, 근처엔 교회와 성당이 있어 정말 다양한 종류의 손님들이 주일마다 예배 끝나면 참새가 방앗간 들르듯 커피 한잔씩 하고 가는 그런 장소였다.

당연히 오프닝팀인 나는 남들 기피하는 주말 중 하루는 일을 해야 했고, 토요일보다는 일요일 오전에 일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당시 토요일엔 한국학교 교사일도 병행하고 있었기 때문에 토요일만큼은 일할 수 없는 날이 많아 일요일 오전은 거의 내 차지였다.

일요일 오프닝조가 좋은 이유는, 아침에 상대적으로 1시간 늦게 출근하고 다른 날보다 여유 있는 시간이 있었기 때문이었고,

나쁜 점은 교회시간이 끝나는 9시부터는 지옥 같은 전쟁이 펼쳐진다는 점이었다.


때문에 아침도 그렇긴 하지만, 이때는 진짜 뜨내기손님들 보다는 단골들이 주르륵 몰려오는 시간이기도 하고,

또, 나의 기억력을 시험하는 자리기도 했다.

보통 스타벅스에서는 직원들 교육시킬 때 손님들의 이름과 주문을 기억해 서비스하는 것에 중점을 두었다.

보다 친근하고 동네 커뮤니티에 스며들기 위한 전략이라고 보면 되는데, 문제는 내가 안면인식장애라도 있는 것인지 사람 얼굴과 이름을 매치시키지 못하고 버벅거릴 때가 많다는 거였다.


레지스터 앞에서 오늘도 빵긋 웃으며, “오늘도 같은 거 먹을 거지?” 하고 물으면 상대도 “어, 맞아. 기억하네?” 그러면, “당근이지. 근데, 너 이름이 뭐더라?”를 열댓 번 반복을 해야 기억할까 말까 한다.

그래서 손님도 웃고, 나도 울면서 웃고 하는 그런 상황이 종종 발생했지.


암튼, 오늘 얘기할 손님도 그런 손님들 중 하나다.

미국에서 주일 교회라 함은 진짜 잘 차려입고 한껏 꾸미고 나가는 날이라 특히 흑인들 같은 경우는 진짜 잘 꾸미고 나타난다.

그중 자매인지 친구인지 항상 빨간 립스틱에 매니큐어도 색색이 칠하고 드레스도 항상 화려하게 입고 나타나는 흑인 여자 둘이 있었다.

시키는 메뉴도 대부분이 모카나 계절 프라푸치노 같이 휩크림 잔뜩 올라간 단 것과 커피케이크나 레몬파운드케이크를 시켜서 기억을 잘 한 편이었다.

비록 이름은 지금도 기억은 안 나지만…….

당시 스타벅스의 포인트 제도는 일정 포인트에 도달하면 금액 상관없이 무료로 음료나 베이커리 제품들을 제공하는 제도였다.

지금은 포인트제가 바뀌어서 일정 별을 모으면 그 모은 별의 개수에 따라 무료로 할 수 있는 것이 차등 제공되는데 당시에는 그것과 상관없이 어떤 것이든 가능했었다.

당연히, 그런 경우 사람들은 대개 제일 비싼 걸 시키고.

이 두 자매 손님들 역시 주문할 때 프라푸치노 같은 경우 추가주문이 많아서 항상 프라푸치노 한 잔 가격이 당시 12불 정도 했던 걸로 기억을 한다.

일반적인 프라푸치노의 경우 가격이 벤티 사이즈 같은 경우 7~8불인데 모카프라푸치노에 엑스트라 캐러멜 드리즐과 칩 추가, 초콜릿 드리즐 추가 엑스트라 휩 해서 대충 12불 정도 나왔던 걸로 기억한다.

…….. 워낙 기억력이 금붕어라 정확한지 어쩐 지는 보장할 수 없지만.


매주 오는 데다가 항상 시키는 메뉴도 한 번에 20~30불 정도 결제를 하니 별도 금방 모아서 그날따라 자기 포인트 쓰고 싶다고 하길래, 그래~했다.

프라푸치노 2개와 커피케이크 하나 시키면서 나한테 커피케이크를 포인트로 쓰고 싶다고 그러더라고.

………엥?

아니, 왜?

포인트 쓸 거라면 좀 더 비싼 걸로 하면 되잖아?

아까도 얘기했듯이 당시 포인트 결제하면 같은 포인트로 아무거나 시킬 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 생각했지.

아, 그냥 젤 비싼 거 무료로 해주지, 뭐.

참고로 얘들은 팁도 그럭저럭 잘 주는 편이었다.

그래서 프라푸치노를 포인트 차감해 주고 난 웃으면서 “같은 포인트 쓰는데 제일 비싼 걸로 해줬어.”

그랬더니, 갑자기 노발대발하면서 항의하기 시작하더라고.

내가 커피케이크에 포인트 쓰고 싶다고 그랬는데 왜 내 맘대로 프라푸치노를 포인트로 계산했냐고.

순간 난, 음? 뭐지? 하면서 상당히 황당할 수밖에 없는 일이 벌어졌다.

그래서 난 열심히 설명을 해줬지.

어차피 똑같은 포인트 쓰는 건데 1.75인가 제일 싼 걸로 하느니 그냥 비싼 거 해준 거라고.

아니 얘들은 수학 못하나?

단순 계산으로 생각해 보아도 12불짜리 음료 가격이랑 1불짜리 케이크랑 어떤 게 더 이득이 되는 건지 계산이 안 되는 건가?

이해를 할 수 없었다.

몇 번이고 같은 말을 되풀이하며 설명해 줬지만, 귀를 막고 있는 건지 정말 씨알도 안 먹히더라.

결국에 소리 지르면서 매니저 부르라고, 외치길래 이전에도 이런 진상 몇 번 겪어본 지라 조용히 매니저 부르러 갔다.

(다른 진상들은 한꺼번에 묶어서 설명하는 걸로)


그래도 1.5세 매니저는 내가 부르면 아무 말없이 나와 컴플레인을 잘 받아주는 편이었다.

대충 설명하고 내가 포인트를 이래이래 했는데, 화가 나서 매니저랑 얘기하겠다고 한다니까 알았다고 하면서 나와주더라.

매니저가 나와 그 두 여자와 함께 레지스터 건너편에서 얘기를 하는데, 여전히 두 여자는 내가 자기들 허락 없이 포인트를 프라푸치노에 썼다면서 항의를 퍼부었다.

커피케이크가 아니라 왜 음료에 썼냐면서.

매니저도 별반 다를 것 없이 나와 똑같은 얘기를 반복하면서

얘가 너네 서비스해주려고 더 비싼 메뉴 디스카운트해 준 거다. 포인트 다르게 하는 거 없고 다 똑같다.

그렇게 설명해 주는데도 한참만에 씩씩거리며 자기가 주문한 거 받아서 나가더라.

허허허…….

이전까지만 해도 하하 호호 너네 오늘 뭐 했니? 날씨 좋지? 뭐 이딴 농담 따먹기하며 잘 지냈는데 말이지.

매니저도 나한테 와서 네가 잘못한 건 없고 쟤들이 이상한 거다라고 이야기를 해 주긴 했는데, 어째 좀 씁쓸하더라고.

그 뒤로도 요 자매들 일요일에 오긴 또 왔었는데, 상당히 머쓱했던지 어색하게 자기들 주문만 하고 뒤로 빠지더라.

나는 평소처럼 응 어서 와, 같은 메뉴? 하면서 주문받아주고.


여기서 일하면서 사실 미국 내 흑인들의 인종차별에 대해선 이전까지만 해도 별 생각이 없었다.

그저 백인들과 흑인들 사이에 뿌리 깊은 갈등정도로만 생각했었지.

그리고 내 주위에 있는 흑인들이라 해도 상당히 고학력 스펙에 나이스한 사람들이 대다수여서 별로 그런 생각은 안 하고 있었는데.

일을 하면서, 깨달은 것이 있다.

진상 중의 진상이 바로 흑인애 들이라는 사실.

물론 이건 케바케일 수도 있고 그냥 내 개인적인 의견일 뿐이긴 하지만,

차별에 대한 피해의식이랄까, 그런 게 많이 느껴지는 때가 종종 벌어졌다.


한 번은 어떤 흑인 여자 손님이 매장에서 나가는 런치 박스를 물어본 적이 있었다.

자기가 플로리다에서 먹었었는데 여긴 왜 그게 없냐고.

그래서 우리가 있는 건 거기 냉장고에 있는 게 다라고 설명했더니 막, 뭐라 뭐라 하면서 거기는 세일도 있고 buy1 get1도 있었는데 왜 너네는 없냐, 그냥 좀 해달라……. 뭐 그런 식으로 항의를 해오더라고.

근데 그게 내 마음대로 해 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플로리다와 내가 있는 조지아는 계약한 회사가 달라서 메뉴 구성이 다를 수도 있는 거였거든.

buy1 get1의 경우는 내가 매니저도 아니고 시스템 자체가 내가 뭔갈 더하고 빼 줄 수 있는 게 아니라 어떻게 해줄 수 없는 문제였었다.

그래서 설명을 해주려고 했더니 막 화를 내면서

“야! 너 영어 더럽게 못 알아먹으니까 당장 가서 영어 잘하는 애로 데려와!”

이러더라.

솔직히 나도 내가 영어를 못하면 여기서 네 주문이나 받아먹고 있었겠니? 하고 따지고 싶긴 했지만

마음만 그렇다는 것이었고 사실 속으로는 무지하게 상처받았었다.

“너 아시아인이잖아. 영어 못하니까 미국인 데려와!”

하는데에서 아, 자기들은 흑인이라 인종차별받았다고 하는데 그걸 왜 우리에게 다시 차별하는 거지? 하는 생각이 절로 들더라.

바에서 듣고 있던 사라라고 하는 쉬프트 슈퍼바이저 하는 친구가 조용히 다가와서 일단 나 대신 주문받아주고 나는 그대로 사무실로 들어가 다른 cs일을 했다.

와……이게 말로만 듣던 인종차별이라는 거구나.

그것도 흑인한테.

라는 생각과 함께 울컥했다.


그러면서 든 생각이

미국에는 두 종류의 아프리칸 아메리칸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하나는 정말 교육도 잘 받고 사고도 열려 있는 친절하고 나이스한 아프리칸 아메리칸,

아니면 피해의식에 뭐만 해도 진상짓으로 나 흑인이라고 무시하는 거냐고 무조건 화만 내는 아프리칸 아메리칸.

백인뿐만 아니라 흑인들에 의한 인종차별도 있구나 하고 깨달음을 얻은 순간순간의 사건들이 좀 있었었다.


인종차별이라 하면 대표적인 것이 바로 백인과 흑인들 간의 갈등이 제일 먼저 떠오르는데,

사실 제일 민감한 문제기도 하고, 학교에서도 이런 흑인들의 역사에 대해 굉장히 심도 있게 가르치는 편이기 때문에 오히려 조심스럽게 다루어지는 부분이다.

그런데 흑인과 백인 외 그레이존이라 불리는 아시안들의 인종차별 문제는 일부 꼰대 백인들의 차별 외에는 크게 다뤄지지 않는 것 같은데, 어쩌면 보이지 않는 부분의 흑인들에 의한 그레이존의 차별에 대해서도 한 번쯤은 생각해 봄직 한 주제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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