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을 키우다 보면 누구나 어린 자식이 하는 귀여운 말에 감동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저도 한별이를 키우면서 한별이가 하는 귀여운 말들, 재미있는 상황들을 만나게 되지요.
그러한 이야기들이 그때는 참 재밌었는데 얼마 안 가 잊어버리는게 아까워서 수첩에 적어두곤 합니다.
가끔씩 수첩을 넘겨보며 그 때 일이 떠올라 피식 피식 웃는 것도 좋고, 나중에 이 수첩을 한별이에게 주면 그것도 좋겠지요.
그 날도 무슨 일이 있어서 저녁에 책상에 앉아 수첩에 볼펜으로 적고 있었습니다.
" 여보 오늘도 뭐 써요? "
남편이 지나가면서 물어봅니다.
" 네. 오늘 한별이가 재미있는 말 한 게 있어서 적고 있어요
아까 한별이가 주민센터 갔다가 집에 돌아오는데 문을 열고 들어오지 않고 밖에서 노크를 하는 거에요.
그러더니 " 여기 무한의 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택배가 왔습니다~~" 하는 거 있죠
그 얘기가 재밌어서 쓰고 있어요 "
" 나 한번 읽어봐도 돼요? "
" 그럼요 "
하고 쓴 것을 보여주니 남편이 읽어봅니다.
그러더니....
" 여보. 난 여보가 이렇게 가끔 뭐을 쓰잖아요. 그러면 난 속으로 생각했어요.
' 그래 우리 여보가 저렇게 글을 써서 언젠가는 잘 되는 날이 올 거야! '
그랬거든요? 근데 이제 그 기대 버리려고요."
엥 뭐라구요??
" 난 또 여보 글 좀 쓰는 줄 알았는데, 에이 이 정도는 나도 쓰겠다.
에휴,,,
난 또 여보 덕에 제네시스 좀 타 보나 했는데....
그냥 지금처럼 아반테 타다가 그랜저는 내가 벌어서 살게요 "
남편은 그래놓고는 크게 웃어요.
저도 웃음을 참을 수가 없어 같이 웃었습니다. 그러다 뭔가 번득여서 웃음을 뚝 멈췄어요.
그리고는!
" 여보! 그런거 있잖아요. 대가들 있잖아요?
화가나 작가나 암튼 뭔가 성공한 사람들의 전기문을 읽어보면 꼭 그런 흑역사가 나오잖아요.
초창기에는 실력이 없어서 푸대접 받다가도 꾸준히 노력하여 성공을 이루는 거!
지금 여보 말 잘했어요. 지금 여보가 한 말을 여기다 잘 기록해놨다가 나중에 내가 잘 된 다음에 흑역사 자료로 쓰는 거에요! 너무 좋죠! "
남편은 어이가 없는지 아까보다 더 크게 웃어제끼다가도
'말의 권세있음' 에 기대어 일말의 희망이라도 잡으려는 듯이
"그... 그래요.. 그런 날이 오면 정말 좋겠네요.
여보는 잘 될 거에요.
나도 제네시스 좀 타보게요...."
이 얘기가 있었던 것은
벌써 몇 년 전이었습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그러면 그 사이에 여포아내에겐 눈부신 발전이 있었느냐
그 대답은 다음 에피소드로 대신하겠습니다.
어느 날 저녁
우리 세 가족은 어느 모임에 갔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습니다.
모임에서 뭔가 감동을 받은 저는
차를 주차하고 내려 아파트 입구를 걸어가면서 같이 걷던 남편과 한별이에게 말했습니다.
" 여보, 저도 남에게 베풀며 살고 싶다는 마음이 들어요. 마음이나 물질로요.
근데 저는 여보가 주는 생활비만 있지 돈이 없잖아요.
그래서 나중에 글쓰는 것으로 돈을 벌면
그 수익의 20%는 남을 위해 쓸게요. 20%너무 많나? 그럼 10%요.
제가 번 돈이라 해도 그래도 여보 허락이 있어야 하잖아요 "
그러자 남편은 걷던 걸음을 우뚝 멈춰섰습니다.
그러고는 저를 바라보며 어이없다는 얼굴을 보이며 큰 소리로 말했습니다.
" 요즘 여보 보니까 글쎄? 난 여보가 글 써서 돈 벌어올거라는 기대는 이제 접었어요.
혹시라도 글 써서 돈 벌면 그냥 여보가 다 쓰세요. 괜찮아요! 하하하하하 "
아주 두 팔을 벌려 훠이훠이 내 저으며 온 몸으로 말하고 있습니다.
우앙 !! 저 그 정도밖에 안 되는 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