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초등학교 5학년이면
교실에서 남학생 여학생 사이는 어떤지 궁금하지요.
한별이에게 물어봅니다.
" 한별아 너네 반에서 남자애 여자애 사이는 어때?
어디서 보면 초등학생도 반에서 사귄다는 얘기도 있던데 "
" 엄마 우리는 그런거 없어. 그냥 다 따로야. 남자애들은 남자애들끼리 놀고, 여자애들은 뭐 어떻게 노는지 그건 나도 몰라 "
" 그럼 너는 네가 누구 좋아하는 애 없어? 아니면 러브레터 받은 적은 없고? "
" 에이 없어~~ 요즘 누가 러브레터를 줘 엄마 "
한별이 4학년 때는 같은 반의 유리를 한참~~ 좋아했더랬죠.
집에 와서도 온통 유리 얘기만 하고, 일기장에도 유리 얘기 쓰고는 그것도 모자라서 그 일기에 예쁜 스티커도 잔뜩 붙여놓았지요.
한별이의 그런 얘기 듣는 거 참 재밌었는데 4학년이 끝나가면서 그 마음도 차차 식어갔습니다.
그런 한별이를 보고 아빠는 자기의 초등학교 때 인기있었다는 얘기를 오늘도 또 합니다.
" 야 너는 여태껏 러브레터도 하나 못 받아봤냐? 아빠처럼 러브레터도 받아봐야지. 쯧쯧쯧 너 참 안 됐다.
야 아빠는 말야 6학년때 러브레터를 2번이나 받아봤어!
아~ 근데 그때는 너무 내가 철이 없어서 그 러브레터를 읽어보지도 않고 짝짝 찢어서 휴지통에 버렸으니... 아.. 내가 왜 그랬을까
그때 그 러브레터 준 여자애는 친구랑 둘이서 복도 창문으로 내가 어떻게 하나하고 지켜보고 있었는데...
아 내가 왜 그랬을까.."
" 여보는 왜 읽지도 않고 버렸다고 했죠? "
" 난 그때 그게 창피했어. 내 책상에 러브레터가 있고 또 저기서 여자애들이 나를 쳐다보고 있는 것이 느껴지니까 얼굴 되게 빨개지고 창피했다니까요.
야 그래도 그때는 순진한 시절이었으니까 그렇지, 요즘에는 여자애가 준 러브레터를 그렇게 찢어버렸다가는 큰일난다. 한별아 너는 절대 그러지 마라. 알았지?"
" 에이 요즘에는 그런거 주지도 않아요~ "
" 치, 자꾸 러브레터 러브레터 그러지 마세요! 그냥 쪽지였겠지 뭘 러브레터에요?! "
" 그게 러브레터죠! 여보는 한 번도 러브레터 못 받아봤으니까 부러워서 그렇죠? "
남편은 자기가 러브레터 받은 것이 그렇게 흐뭇하고 좋은가봐요.
이 얘기를 도대체 몇 번이나 하는지 몰라요.
덕분에 요즘은 잘 사용하지 않는 말인 '러브레터'가 저희 집에선 이렇게 흔한 말이 되었습니다.
" 엄마, 근데 나 오늘 학교에서 철수한테 장난쳤다? 흐흐흐 "
" 엄마 철수는 여자애들 되게 좋아하잖아.
그래서 내가 쪽지에다가
"안녕? 나는 너를 좋아해. 이따가 점심시간에 학교 뒤에서 만나자" 라고 써서 철수 책상 위에 놨어.
그러고 철수가 어떡하나 보려고 교실 뒤에서 철수를 기다렸지 "
" 어 그랬더니 어떻게 됐어? 아이구 흥미진진해!! "
" 푸하하하 철수 좋아서 난리 났지. 엄청 좋아하면서 다른 애들한테 보여주고~ 자랑하고~
애들도 오~오~~ 하면서 부러워하고 난리 났어 "
" 나도 껴서 오~~철수 좋겠다 하면서 우리가 떠들고 있으니까 선생님이 니네 왜 그러냐고 해서,
애들이 '철수 연애편지 받았어요!! '하면서 우르르 선생님한테 가서 보여줬거든? "
" 앗 그랬더니,, 선생님이 잠시 보시더니 " 뭐야, 이거 한별이 글씨잖아! " 하셔서 들통 나버렸어 "
진짜?
" 애들은 다 웃고 철수는 나 잡으러 쫓아오고 난 도망가고, 암튼 너무 재밌었어요 "
" 아 선생님이 우리 일기장을 보시니까 내 글씨체를 금방 아셔! 너무 금방 들통난게 아쉬웠어요 "
이런 일이 있고 며칠 후였습니다.
한별이가 학교에서 돌아오자마자 큰 소리로 외쳐요.
" 엄마! 나 오늘 학교에서 러브레터 받았어요! "
오잉 진짜?? 누구한테서!!
" 아니 오늘 쉬는시간에 나갔다 들어왔는데 영희가 나한테 와서 무슨 쪽지를 주는 거에요.
'한별아 이거 받아'하면서!
그래서 난 '오~ 러브레터인가?" 하면서 열어봤더니 거기에 뭐라고 써 있는 줄 알아요?? "
뭐라고 써 있었는데!!
라고 써 있었어요. 에잇~~~!! 내가 당했다니까요 "
"아고 웬일이니, 설렜어라니 ㅎㅎㅎ"
" 아니 그게 처음부터 좀 이상하긴 했어요.
교실 들어오니까 저기 구석에 애들이 모여 있으면서 나를 보는데 자기들끼리 쿡쿡웃는거야.
왜 그러지? 하면서 넘어가는데 그때 영희가 쪽지를 주더라고
아무래도 철수가 자기가 당한거 갚으려고 시킨거 같애"
이야~~ 그래도 너무 상황들이 재밌었겠다
근데 너 진짜 설렜니?
" 어,, 쫌 그랬긴 했죠 하하하하 "
한별이는 자기가 당했지만 그래도 웃음가득한 즐거운 얼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