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마천학회 추천 올해의 고사성어 1
한국사마천학회 회원들이 매년 추천하는 2023년 올해의 고사성어들을 항목별로 나누어 몇 회에 걸쳐 올려본다. 교수신문처럼 사자성어에만 한정되어 있지 않고 명언명구들도 추천할 수 있지만 거의 대부분 사자성어였다. 사자성어의 특징과 장점에 대해서는 '고사성어의 특징과 매력' 부분에서 언급한 바 있다.
암울한 상황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는 추천 고사성어들
2022년과 2023년은 우리 국민들 모두 정말 힘들었다. 천박하고 무능하기 짝이 없는 권력자와 그 정권, 그리고 권력자의 호위무사를 자처한 여당 때문에 나라 전체가 멍이 들었다. 여기에 이를 비판하기는커녕 기꺼이 권력의 앞잡이로 전락한 언론, 즉 ‘언간(言奸)’은 이 무능을 감추고 포장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검찰’의 ‘검간(檢奸)’은 권력(자)의 심기경호에 열을 올리는 반면 선량한 시민, 권력(자)을 비판하는 양심 있는 언론, 눈에 거슬리는 정적들만 집요하게 탄압하고 있다. 국민들은 심각한 분노와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다. 이 정권의 무능은 엑스포 결과(119대 29)로 그 정점을 찍었고, 권력자 처의 명품 뇌물수수 사건은 본격적인 권력(자)의 몰락을 예고하고 있다.
온갖 부류의 간신들이 모조리 튀어나와 나라를 쑥대밭으로 만들고 있는 이런 형국에서 한국사마천학회의 회원들이 추천한 올해의 고사성어들도 예외 없이 이런 암울한 우리 상황을 대변하고 있어 몹시 씁쓸하다. 회원들이 추천한 고사성어의 목록과 출처를 먼저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 남우충수(濫竽充數): 《한비자》 <내저설(內儲說)>(상)
* 목불인견(目不忍見): 《광동군무기(廣東軍務記)》
* 구맹주산(狗猛酒酸): 《한비자》 <외저설>
* 일촉즉발(一觸卽發): 《괴애집(乖崖集)》
* 자가당착(自家撞着): 《선림유취(禪林類聚)》
* 지록위마(指鹿爲馬): 《사기》 <진시황본기>
* 혼용무도(昏庸無道): 혼용+무도의 합성어
* 후안무치(厚顔無恥): 《시경(詩經)》 <소아(小雅)> ‘교언(巧言)’
* 부간(夫奸), 필지즉비(必知则備), 필주즉지(必誅則止); 부지즉사(不知則肆), 불주즉행(不誅則行): 《한비자》 <육반(六反)>
이밖에 도탄지고(塗炭之苦, 진흙과 숯의 고통), 거조실당(擧措失當, 모든 조치가 정당하지 않다), 하월비상(夏月飛霜, 오뉴월에 서리 날린다), 혹세무민(惑世誣民, 세상과 백성을 홀리고 어지럽게 만들다), 조삼모사(朝三暮四, 아침에 셋, 저녁에 넷), 사면초가(四面楚歌, 사방이 초나라 노랫소리), 주지육림(酒池肉林, 연못을 채운 술과 숲을 이룬 고기), 교언영색(巧言令色, 교묘하게 꾸며서 하는 말과 아첨하는 얼굴빛), 시역과의(是亦過矣, 이 또한 지나가리) 등이 추천되었다. 하나 같이 부정적이고 암울한 뜻의 성어들이다.(이 성어들의 내용과 지적하는 의미에 대해서는 각자 공부에 맡기고 글자 뜻만 밝혀두었다.)
이제 추천을 받은 고사성어들의 내용을 살펴보고, 그것이 우리에게 던지는 의미가 무엇인지 함께 생각해 본다.
밥(세금)만 축내는 자들로 넘쳐나는 정권 ‘남우충수(濫竽充數)’
‘남우충수’란 ‘악대에 불필요한 피리 연주자가 수를 채우다’는 뜻으로 다음과 같은 고사에서 나왔다. 전국시대 제나라 선왕(宣王)은 음악을 좋아하여 궁중에 악대를 꾸렸다. 선왕은 악대의 연주로 합주를 즐겨 들었다. 이 때문에 피리를 잘 부는 악사들을 구해 300명에 이르는 피리 연주단을 구성할 정도였다. 이 악대에 남곽(南郭)이라는 자가 있었는데, 연주 실력도 별 볼 일 없으면서 온갖 방법을 다 짜내 선왕의 환심을 사서 악대에 들어갔다. 악대가 피리를 연주할 때 다른 악사는 실력을 한껏 발휘했지만 남곽은 그저 연주하는 흉내만 낼뿐이었다. 그러나 악대의 숫자가 워낙 많은 덕에 남곽 한 사람이 연주하지 않아도 전혀 티가 나지 않았다.
이렇게 남곽은 몇 년 동안 다른 악사들처럼 좋은 대접을 받으며 지냈다. 그런데 선왕을 이어 즉위한 민왕(緡王)은 합주보다 독주를 선호했다. 남곽은 매일 마음을 졸이며 지낼 수밖에 없었고, 결국은 서둘러 보따리를 챙겨 몰래 궁에서 도망쳤다.
‘남우충수’는 자질과 실력은 물론 인간성도 형편없는 자들이 사회 곳곳에서 자리를 꿰찬 채 세금과 사회적 재부를 축내고 있는 여러 조직의 실질적인 문제점을 비판하는 고사성어다. 지금 이 정권에 머리만 채우고 밥(국민 세금)만 축내는 ‘남우충수’하는 자들이 흘러넘친다.
* 참고 유튜브 영상: ‘김영수의 좀 알자, 중국’
《사기》의 다양한 고사성어와 명언명구들(1시간 23분) 외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