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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성어 365

한국사마천학회 추천 올해의 고사성어 2

by 김영수

2023년 한국사마천학회 추천 올해의 고사성어 2


한국사마천학회 회원들이 매년 추천하는 2023년 올해의 고사성어들을 항목별로 나누어 몇 회에 걸쳐 올려본다. 교수신문처럼 사자성어에만 한정되어 있지 않고 명언명구들도 추천할 수 있지만 거의 대부분 사자성어였다. 사자성어의 특징과 장점에 대해서는 '고사성어의 특징과 매력' 부분에서 언급한 바 있다. 전 회에서 언급한 바 있듯이 추천을 받은 성어들이 뜻하는 바가 대부분이 부정적이고 암울했다. 현 시국과 상황에 대한 인식을 반영하는 것이리라.


차마 눈 뜨고 못 봐줄 ‘목불인견(目不忍見)’ 정권

‘차마 눈 뜨고 못 보다’는 뜻의 ‘목불인견’은 참혹한 모습이나 상황을 비유한다. 같은 뜻의 중국 성어로는 ‘참불인도(慘不忍睹)’가 있다. ‘목불인시(目不忍視)’로도 쓴다. ‘목불인견’의 출처는 청나라 말기인 1844년 사마기보(司馬冀甫)가 편찬한 《광동군무기(廣東軍務記)》(8권)라는 산문집의 “정말이지 눈뜨고는 못 볼 지경이었다(진목불인견眞目不忍見)”는 대목이다.

‘참불인도’는 당나라 시인 이화(李華)의 <조고전장문(弔古戰場文)>에 나오는 “상심참목(傷心慘目), 유여시야(有如是也)”라는 대목을 변형한 것으로 ‘세상에 이렇게 마음 아프고 참혹한 일은 없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추천자는 지금 이 정권과 권력자의 행태와 무능을 ‘목불인견’이라는 성어로 비유했다. ‘목불인견’은 2007년 올해의 사자성어로 추천되기도 했다.(참고로 2007년 선정된 올해의 사자성어는 《주자어류朱子語類》를 비롯하여 불경에 자주 보이는 ‘자기를 속이고 남도 속인다’ 뜻의 ‘자기기인自欺欺人’이었다. 같은 뜻의 성어로 ‘이우아사爾虞我詐’가 있다. ‘너도 속이고 나도 속이다’는 뜻으로 출처는 《좌전》이다.)


개가 사나우면 술이 시어진다 ‘구맹주산(狗猛酒酸)’

‘구맹주산’은 술집 문 앞의 개가 사납게 짖으면 손님이 끊겨 맛나게 담아 놓은 술이 팔리지 않아 시어버린다는 고사성어다. 관련하여 《안자춘추(晏子春秋)》에는 이런 이야기가 전한다.

춘추시대 제나라의 주군 경공(景公)이 나라를 다스리는데 가장 큰 근심거리가 무엇이냐고 묻자 재상 안영(晏嬰)은 ‘사당의 쥐새끼’ ‘사서(社鼠)’라고 답했다. 경공이 무슨 뜻이냐고 묻자 나라의 사당이라 불을 지르거나 물을 부어 사당에 사는 쥐새끼를 잡을 수 없듯이 나라에도 그런 쥐새끼 같은 자들이 있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이들은 안으로는 임금으로 하여금 선악을 구별 못하게 가로막으며, 밖으로는 그 권세를 팔아 백성의 짐이 되고 있습니다. 이들을 죽이지 않으면 혼란이 일어날 것 같고, 죽이자니 임금에게 기대어 마치 임금 뱃속에 있는 경우와 같습니다.”


그러면서 안영은 송나라의 한 술집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이 술집은 좋은 술을 빚고 눈에 띄는 간판을 내걸었지만 술이 팔리지 않았다. 이웃에게 그 까닭을 묻자 이웃은 당신 집에 ‘맹구(猛狗)’, 즉 ‘사나운 개’가 있어 사람들을 무니 사람들이 오길 꺼려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안영은 이렇게 말했다.


“나라에도 그런 맹구, 사나운 개가 있습니다. 권력을 쥔 자들이죠. 능력과 기술을 가진 인재가 만승의 임금을 명석하게 가르쳐 주고 싶어도 이런 자들이 이들을 물어 버립니다. 이렇듯 좌우 신하는 사당의 쥐새끼 같고, 권력은 쥔 자는 사나운 개와 같으니 임금의 (눈과 귀가) 어찌 가려지지 않겠습니까?”


여기서 ‘사서맹구(社鼠猛狗)’라는 유명한 성어가 나왔다. 권력자 주변에 이런 사나운 개나 쥐새끼 같은 자들이 버티고 있으면 권력자가 마땅히 들어야 언로가 막히고 정권의 내부는 썩어 들어간다. 지금 이 정권에서 어떤 자가 쥐새끼며 어떤 자가 개인지 잘 살펴보자.

안영.JPG 권력자에게 ‘사서맹구’와 같은 자들을 경계하라고 충고한 안영(사진 출처: 김영수)

* 참고서

《인간의 길-나를 바로 세우는 사마천의 문장들》, 김영수, 창해, 2018.

인간의 길.JPG 이미지 출처: 창해

* 참고 유튜브 영상: ‘김영수의 좀 알자, 중국’

《사기》의 다양한 고사성어와 명언명구들(1시간 23분) 외 다수

https://youtu.be/avMIRnRcKF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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