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마천학회 추천 올해의 고사성어 3
한국사마천학회 회원들이 매년 추천하는 2023년 올해의 고사성어들을 항목별로 나누어 몇 회에 걸쳐 올려본다. 교수신문처럼 사자성어에만 한정되어 있지 않고 명언명구들도 추천할 수 있지만 거의 대부분 사자성어였다. 사자성어의 특징과 장점에 대해서는 '고사성어의 특징과 매력' 부분에서 언급한 바 있다. 전 회에서 언급한 바 있듯이 추천을 받은 성어들이 뜻하는 바가 대부분이 부정적이고 암울했다. 현 시국과 상황에 대한 인식을 반영하는 것이리라.
곧 터진다 ‘일촉즉발(一觸卽發)’
‘일촉즉발’은 건드리기만 하면 바로 터진다는 뜻의 성어로, 몹시 위험하거나 위급한 상황을 비유한다. 지금 이 정권은 뇌관에 불이 붙은 형국이다. 곧 터질 것 같다. 문제는 그 폭발로 국민들이 다치는 일이다. 성난 민심은 무엇으로도 막을 수 없다. 그래서 ‘백성의 입은 홍수를 막기보다 더 어렵다’고 했다. 민심이란 성난 뇌관에 무능한 정권과 권력자 부부가 불을 붙였다. 터지기 일보직전이다.
비슷한 뜻의 성어로 ‘위기일발(危機一髮)’이 있다. ‘머리카락 한 올로 버티고 있는 위기’라는 뜻으로 역시 아주 위태로운 상황을 비유한다. 출처는 당나라 때 문장가 한유(韓愈)의 <여맹상서서(與孟尙書書)>이고, 이 글에는 또 ‘천균일발(千鈞一髮)’이란 표현도 보인다. 3천 근이나 나가는 무게가 머리카락 한 올에 매달려 있다는 뜻이다. 모두 아슬아슬 위태로운 모습이라 상황을 비유하는 성어이다. 지금 나라가 아슬아슬하다.
‘일촉’이란 단어는 송나라 때 장영(張詠)의 《괴애집(乖崖集)》에 처음 보인다. ‘일촉즉발’이 하나의 성어로 쓰인 곳은 청나라 말기의 이름난 학자 양계초(梁啓超, 1873~1929)의 <중국 학술사상 변천의 대세에 관한 논의>란 글이고, 모택동도 <장개석 대변인의 담화에 대한 논평>이란 글에서 ‘일촉즉발’이란 표현을 썼다.
자기들끼리 치고받고 싸운다 ‘자가당착(自家撞着)’
‘자가당착’은 제 스스로, 또는 자기들끼리 부딪치기도 하고 붙기도 한다는 뜻의 성어로, 한 사람이나 한 집단의 말과 행동이 서로 앞뒤가 맞지 않는 모습을 비유한다. ‘자가당착(自家撞著)’으로도 쓴다.
스스로 싸우기도 하고 붙기도 하는 꼴이 대체 어떤 모습일까? 그래서 모순된 상황을 표현하는 말이 되었다. 집 ‘가(家)’는 무생물인 집을 뜻하기도 하지만 사람이나 집단을 가리키기도 한다. 당(撞)은 ‘치다, 두드리다, 부딪치다’와 같은 의미를 갖는데, 스포츠의 하나인 당구(撞球)에 쓰인다.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뜻의 대표적인 표현인 모순(矛盾)이 비슷한 뜻의 단어다. 출처는 《선림유취(禪林類聚)》 <간경문(看經文)>의 “자기 머리를 돌려 자기 머리와 부딪히고 막히다(회두당착자가저回頭撞著自家底).”라는 대목이다.
간신들은 아니다 싶으면 잡았던 손을 서슴없이 뿌리치고 자기들끼리 싸운다. ‘자가당착’은 물론 서로를 속이는 것도 기본이다. 이를 ‘이우아사(爾虞我詐)’라 한다. “너도 속이고 나도 속이다”는 뜻이다. ‘이우아사’는 《좌전》 선공(宣公) 15년(기원전 594년) 조에 보이는 내용을 네 글자로 압축한 것이다.
권력의 우두머리인 ‘권간(權奸)’과 이에 빌붙은 ‘언간’이 ‘이우아사’와 ‘자가당착’에 빠진 지 한참이다. 무슨 짓을 해도 핥아주고 띄워주다가 이제 자기들끼리 치고받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수천 년 역사를 돌아보면 장성(長城)이 외적의 공격을 받아 밖에서 무너진 경우는 드물었다. 대부분 안에서 무너졌지. 장성 곳곳이 무너지고 있다.
* 참고 유튜브 영상: ‘김영수의 좀 알자, 중국’
《사기》의 다양한 고사성어와 명언명구들(1시간 23분) 외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