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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성어 365

1월 1일: 등고자비(登高自卑)

by 김영수

2024년 용의 해가 밝았습니다. '고사성어 365'는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매일 고전 속의 명언명구를 하나씩 소개하고 해설을 덧붙여서 연재합니다. 우리 삶에 용기와 격려, 성찰과 통찰을 선물할 명언명구를 눈으로 읽고 입으로 낭독하고 손으로 써보는 기회를 가져 보시길 바랍니다.(김영수 드림)


등고자비(登高自卑)

* 높은 곳에 오르려면 낮은 곳에서 시작해야 한다.

* 《예기(禮記)》 <중용(中庸)>


새해 첫날 1월 1일의 명언명구로 ‘등고자비’를 추천한다. ‘높은 곳에 오르려면 낮은 곳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뜻으로 《예기》 <중용> 편이 그 출처이다. 이하 문장은 눈으로 읽으면서 함께 낭독해 보자. ‘등고자비’는 <중용> 편의 다음 대목을 줄인 것이다.


“비유하자면 먼 길을 가려면 가까운 곳에서 시작해야 하고, 높은 곳에 오르려면 낮은 곳에서 시작할 수밖에 없는 것과 같다.”

“비여행원필자이(譬如行遠必自邇), 비여등고칠자비(譬如登高必自卑).”


위 대목에서 ‘행원필자이(行遠必自邇), 등고필자비(登高必自卑)’라는 축약된 구절이 나왔고, 다시 각각 ‘행원자이’ ‘등고자비’로 네 글자씩 줄여 사자성어로 활용한다.

이 말처럼 사람 관계나 각자하고 있는 일도 마찬가지다. 소소한 배려, 작은 일에 대한 처리가 큰일을 해내는 기초이자 원동력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세상사 이치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보자면 ‘작은 일을 못하면 큰일도 못한다’ 거나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지 산에 걸려 넘어지는 일은 없다’는 격언들도 다 같은 맥락이다.

‘등고자비’는 기존의 해석과는 달리 ‘높은 곳에 오르면 자신이 보잘것없어 보인다’는 식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 즉, 다른 차원을 경험하면 자신의 부족함을 알게 된다는 뜻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높은 산에 올라보면 자신이 왜소하다고 느껴진다. 그렇다고 자신을 너무 비하할 필요는 없다. 중용의 요지는 겸손해지라는데 있다. 겸손하게 꾸준히 기초를 닦으며 노력하면 누구든 시간 차이는 있겠지만 정상에 오를 수 있다. 다만, 자기만 정상에 오르려고 남을 끌어내리는 짓은 하지 않아야 한다. 모두가 정상에 올라 자신이 걸어온 길들을 이야기하고, 서로 어깨동무를 하고 내려가는 지성을 발휘해야 한다. 이것이 윈_윈이다. 비슷한 뜻의 명언으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천리 길도 발아래에서 시작한다.”

“천리지행(千里之行), 시우족하(始于足下).”(《노자》 제64장)


“걸음걸음이 쌓이지 않으면 천 리에 이를 수 없고, 작은 물줄기가 모이지 않으면 강과 바다를 이룰 수 없다.”

“부적규보(不積跬步), 무이지천리(無以至千里); 부적소류(不積小流), 무이성강해(無以成江海).”(《순자荀子》 <권학勸學>)


손으로 써보며 생각하기

* 비여행원필자이(譬如行遠必自邇), 비여등고필자비(譬如登高必自卑).

* 천리지행(千里之行), 시우족하(始于足下).

* 부적규보(不積跬步), 무이지천리(無以至千里); 부적소류(不積小流), 무이성강해(無以成江海).

하늘을 보려면 고개를 들어야 하고, 땅을 보려면 고개를 숙여야 한다. 세상사 이치다. 사진은 중국 오악(五岳) 중 서악인 화산(華山)이다.(출처: 김영수)

* 참고 유튜브 영상: 하루 명언공부(1월 1일 '일언구정')

https://youtu.be/NKfswVaiVQ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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