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한국사마천학회 추천 올해의 고사성어 5(마지막)
한국사마천학회 회원들이 매년 추천하는 2023년 올해의 고사성어들을 항목별로 나누어 몇 회에 걸쳐 올려본다. 교수신문처럼 사자성어에만 한정되어 있지 않고 명언명구들도 추천할 수 있지만 거의 대부분 사자성어였다. 사자성어의 특징과 장점에 대해서는 '고사성어의 특징과 매력' 부분에서 언급한 바 있다. 전 회에서 언급한 바 있듯이 추천을 받은 성어들이 뜻하는 바가 대부분이 부정적이고 암울했다. 현 시국과 상황에 대한 인식을 반영하는 것이리라.
간신의 가장 큰 특징은 ‘무치(無恥)’
‘후안무치’는 ‘교언여황(巧言如簧), 후안무치(厚顔無恥)’라는 《시경(詩經)》 <소아(小雅)> ‘교언(巧言)’이란 노래에서 나왔다. ‘생황(笙簧) 같은 교묘한 말, 얼굴도 두껍구나’라는 뜻이다.
‘교언’이란 시는 서주 시대 작품으로 추정한다. 소인배가 국정을 어지럽게 만드는 것을 폭로한 시다. 시를 지은 사람이 이 때문에 피해를 입은 사람이 아닌가 한다. 그는 자신이 보고 들은 것을 바탕으로 이들 소인배의 추태와 그들이 초래한 피해를 묘사하면서 이들이 득세하여 자기들 멋대로 할 수 있는 것은 권력자가 거짓과 중상하는 이들의 말을 믿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 노래의 가사는 이렇다.(‘후안무치’가 나오는 5장만 인용한다.)
부드럽고 연약한 나무여/임이 너를 심었도다.
오가는 말들/ 마음을 헤아려 보노라.
허풍 떠는 큰 소리/그 입에서 나오는구나.
생황 같은 교묘한 말/얼굴도 두껍구나.
생황은 악기의 하나로 그 소리가 아주 듣기 좋기 때문에 입에 발린 아부의 말에 비유한 것이다. 그 뒤로 ‘교언여황’이 사자성어로 정착하여 듣기 좋은 소리로 사람(권력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교묘한 아부와 아첨을 비유하기에 이르렀다. ‘교설여황(巧舌如簧)’이라고도 쓴다. 그 뒤의 ‘후안무치’는 원래 ‘안지후의(顔之厚矣)’였으나 ‘후안무치’로 바꾸어 쓴 뒤로 이 네 글자가 흔히 인용되고 있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낯짝 두꺼운 인간을 비유한다. 지금 정권과 권력자 주변에는 간신이 넘쳐난다. 하나 같이 ‘후안무치’한 자들이다.
넘쳐나는 간신들 ‘없애지 않으면 끝나지 않는다’ ‘필주즉지(必誅則止)’
이 정권 들어 온갖 부류의 간신들이 총궐기했다. 최고 권력자인 ‘권간’과 그 처를 비롯하여 검찰의 ‘검간’, 언론계의 ‘언간’, 잘못 배운 ‘학간’, 군대와 경찰의 ‘군간’과 ‘경간’ ..... 우리 사회가 간신현상으로 심하게 앓고 있다. 한비자는 이런 간신현상에 대해 다음과 같은 강력한 해결책을 남겼다.
“부간(夫奸), 필지즉비(必知则備), 필주즉지(必誅則止).”
“나쁜 짓을 하는 간신에 대해서는 반드시 알아서 경계해야 하고 반드시 죽여야만 끝난다.”
바로 이어지는 대목은 “부지즉사(不知則肆), 불주즉행(不誅則行)”이다. “모르면 방자해지고 엄벌하지 않으면 멋대로 설친다”는 뜻으로 앞 대목의 의미를 한 번 더 강조하고 있다.
그러면서 한비자는 아무도 보는 사람 없는 두메산골에 줍기 편한 작은 보물이 내버려져 있다면 증자(曾子)나 사추(史鰌) 같은 정직한 사람이라도 딴마음을 품을 수 있고, 많은 사람들로 붐비는 시장에서는 백금이 걸려 있어도 도둑은 사람들의 눈과 귀가 두려워 가져갈 수 없다고 말한다.
요컨대 법이 제대로 집행되지 않거나 집행하지 못하는 것은 나쁜 간신들이 벌을 받지 않고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에 대비하려면 이들의 악행을 언제든 알아챌 수 있는 경각심을 갖추어야 하고, 그래서 악행이 드러나면 바로 엄벌에 처하여 그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악행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법과 제도적 방비책은 물론 시민들의 경각심이 더더욱 필요하다.
더 큰 문제는 권력자가 권력욕과 사리사욕에 눈이 멀어 이런 간신 소인배들의 악행을 처벌은커녕 방조하거나 부추기는 것이다. 이런 자들은 언제 어디서건 상황이 바뀌면 금세 낯짝을 바꾸어 그 권력자를 물어뜯는 저열한 속성의 소유자라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인데, 이런 권력자들의 말로는 예외 없이 비참했고, 나아가 나라와 백성들도 해쳤다. 백성들이 눈을 부릅떠야 하는 까닭이다. 그리고 이제 끌어내려야 한다. ‘죽이지 않으면 끝나지 않는다.’
* 참고 유튜브 영상: ‘김영수의 좀 알자, 중국’
《사기》의 다양한 고사성어와 명언명구들(1시간 23분) 외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