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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성어 365

1월 8일: 계창야정(鷄窓夜靜)

by 김영수

1월 8일의 고사성어


계창야정(鷄窓夜靜)

* 밤이 깊도록 창문 앞의 닭과 이야기하다

* 《예문유취(藝文類聚)》 권 91에 인용된 《유명록(幽明錄)》


눈으로 읽으며 입으로 낭독하기

공부와 독서에 동물이 등장하는 고사성어가 적지 않게 전해져 온다. 외출하면서 소 등에 안장을 얻고 앉아 ‘소뿔에 책을 걸어 두고’ 글을 읽었다는 ‘우각괘서(牛角掛書)’, 등불을 밝힐 기름 살 돈이 없어 ‘반딧불이를 주머니에 담고 눈빛에 비추며’ 책을 보았다는 ‘낭형영설(囊螢映雪)’ 등이 대표적이다. 전자는 《신당서》 <이밀전>이 출처이다. ‘낭형영설’은 우리에게는 ‘형설지공(螢雪之功)’이란 사자성어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출처는 이어 소개할 ‘계창야정’과 같이 《예문유취》(권 97)이다.

‘계창야정’은 밤늦도록 닭과 대화를 나누었다는 기이한 성어이다. 먼저 그 이야기를 보자. 진(晉) 나라 때 연주자사(兗州刺史) 벼슬을 지낸 송처종(宋處宗)이란 사람이 긴 울음소리를 내는 닭을 한 마리 사서 애지중지 길렀다. 처종이 늘 닭장을 창 앞에 놓아두었는데 놀랍게도 이 닭이 사람 말을 할 줄 알았다. 둘은 하루 종일 고상한 대화를 나누었는데, 사용하는 언어가 대단히 아름답고 재미있었다. 이로써 처종의 말솜씨도 크게 진보했다.

사실 이 고사는 너무 황당해서 믿을 수 없다. 하지만 훗날 사람들은 이 재미난 고사에서 영감을 얻어 ‘닭과 대화하다’는 뜻의 ‘담계(談鷄)’, ‘계담(鷄談)’이나 ‘창중벽계(窓中碧鷄)’ 등과 같은 표현으로 유창한 말솜씨나 고상한 대화를 비유했다.

아울러 후대 사람들은 ‘창 앞에 놓아둔 닭장’이나 ‘창 앞의 닭’ 또는 ‘닭이 있던 창’을 뜻하는 ‘계창’을 서재(書齋)를 나타내는 단어로 사용했다. 시인묵객들이 이 고사와 독서를 연계시켜 시를 짓거나 문장을 썼기 때문이다.

‘계창야정’은 ‘밤이 깊도록 창문 앞 닭과 이야기를 나누다’는 뜻이지만 그 속뜻은 고상하고 깊이 있는 대화를 형용하는 전고로 자리 잡았다. 아울러 여기서 늦도록 독서에 정진하는 모습까지 비유하게 되었는데, ‘야창’으로 서재를 비유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손으로 써보며 생각하기

* 계창야정(鷄窓夜靜)

당나라 때 구양순(歐陽詢) 등이 편찬한 종합적인 성격의 유서(類書, 여러 분야의 항목들을 모아 놓은 책)인 《예문유취》의 판본

* 함께 보면 좋은 유튜브 영상

하루 명언공부: 1월 8일 '사군수事君數, 사욕의斯辱矣’

https://youtu.be/7wyKeETlyvI

이미지 출처: 창해 출판사(예약판매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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