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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수 Nov 06. 2024

고사성어 365

11월 6일: 이식지담(耳食之談)

11월 6일의 고사성어(311) - 귀로 음식을 먹으려는 자들이 넘쳐나는 세상


이식지담(耳食之談)


* 귀로 음식 맛을 보듯 하는 말

* 《사기》 <육국연표>


눈으로 읽으며 낭독하기

‘이식지언(耳食之言)’도 같은 뜻이다. 천박한 식견으로 하잘 것 없는 이 일 저 일은 물론 천하 정세까지 아무렇지도 않게 진단하고 단정하는 허울뿐인 지식인을 비꼬는 말로도 사용되는 참으로 절묘한 비유다. 우화 하나 소개한다.


옛날에 입과 코와 눈이 서로 자기 자랑을 하기 시작했다. 먼저 입이 말했다. “이 세상에 맛있는 것들은 내가 없으면 절대 맛볼 수 없지. 그러니 내가 얼마나 훌륭해? 안 그래?” 그러자 코가 코웃음을 치며 “야, 웃기는 소리하지 마! 네가 아무리 맛있는 것을 맛볼 수 있다 해도 내가 이 코로 냄새를 맡아주지 않으면 다 소용없어. 안 그래?” 입은 아무 말도 못 했고, 코는 킁킁 소리를 내며 뻐겼다.

이 광경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눈이 살며시 눈웃음을 치며 코와 입을 향해 이렇게 쏘아붙였다. “야, 그럼 말이야, 만약 내가 그 맛있는 것들을 이 눈으로 보지 못하면 어떻게 되지? 내가 보지 않으면 코 네가 냄새를 맡을 수 있어? 또 입 네가 먹을 수 있어?” 코도 입도 아무런 대꾸를 하지 못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러다 입과 코와 눈은 누구랄 것도 없이 일제히 눈썹을 올려다보았다. 그러면서 갸우뚱 고개를 흔들었다. 그리고는 동시에 “야, 그런데 제는 아무것도 하는 일 없는데 어째서 우리 위에 가있는 거지?”라면서 볼멘소리를 했다. 하지만 코도 입도 눈도 시원하게 대답할 수 없었다.

그러자 눈썹이 겸연쩍은 듯 이렇게 한 마디 했다. “내가 니들 밑에 가있다고 생각해 봐, 얼굴 꼴이 뭐가 되겠니?”


이 세상은 각자의 역할을 열심히 잘 해낼 때 살 맛 나는 법이다. 하는 일 없어 보이는 눈썹도 제 자리를 지키고 있을 때 얼굴이 얼굴다워지는 것처럼, 나만을 내세우지 말고 상대의 존재와 역할 그리고 능력을 기꺼이 인정할 때 세상이 세상다워지고 인간이 인간다워지는 것이다.


손으로 써보며 생각하기

* 이식지담(耳食之談)

도면. 사람들마다 각자의 자리와 역할이 있다. 그 자리를 벗어나거나 역할을 제대로 못하면 볼썽사납다.


* 유튜브 ‘김영수의 좀 알자 중국’: 하루 명언공부 11월 6일

- 대목백심(大木百尋), 근적심야(根積深也).

- 큰 나무가 백 장씩 자랄 수 있는 것은 그 뿌리가 깊고 깊기 때문이다.

https://youtu.be/17sKsjfabs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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