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도와 한덕수
新 간신열전 1 - 풍도와 한덕수
간신의 처세를 두고 ‘원활세고(圓滑世故)’라는 표현을 많이 쓴다. 세상사에 노련하고 무슨 일이든 매끄럽고 약삭빠르게 잘 빠져나간다는 뜻이다. ‘원활세고’는 예나 지금이나 정객들의 정치에서의 생존책략, 특히 간신의 전매특허와 같은 수법의 하나이다. 또 사회에서 이것저것 두루 잘 주선하여 환영 받는 처세의 법칙이기도 하다.
중국사를 두루 살펴보면 권세를 가졌던 간사한 정객이나 간신들 중 이처럼 노회하고 교활한 자가 적지 않았다. 풍도(馮道), 엄숭(嚴嵩), 화신(和珅), 이연영(李蓮英), 장군(張群) 등이 대표적 인물이다. 이들의 관료 생애, 즉 간행을 전체적으로 살펴보면 그 처세책략은 대체로 다음 몇 가지 방면으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상대의 마음을 잘 쓰다듬고 역린(逆鱗)을 건드리지 않는다.
둘째, 머리는 숙이고 귀는 쫑긋 세운 채 오로지 명령에만 따른다.
셋째, 바람을 살펴 방향타를 조종하고 염치를 모른다.
넷째, 처세가 노회하고 교활하며, 위아래의 비위를 잘 맞춘다.
다섯째, 거짓과 속임수로 일을 처리하고, 마음 씀씀이가 교묘하다.
위에 든 간신들 중 풍도(882~954)는 5대 10국 시대를 통해 8개 성씨(왕조) 11인의 서로 다른 종족(사타족, 거란족, 한족) 출신의 황제를 받들었다. 나라가 망하고 민족이 수난을 겪는 순간에도 끊임없이 자신의 영혼을 내다 판 추악한 지식인 간신의 전형이었다.
풍도가 이렇게 많은 황제의 총애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은 ‘엉덩이를 두드리는’ 재주 때문이었다. 그는 매번 새로운 황제가 올 때마다 먼 길을 마다않고 직접 나가 무릎을 꿇고 맞이했다. 일단 기용되면 극도로 공순한 태도로 일관했다. 대만의 장한종(莊漢宗)이 지은 《강자의 처세술》이란 책에서는 “풍도의 뛰어난 점 중 하나는 처음부터 끝까지 ‘조롱받는 것과 스스로를 낮추는 것을 겁내지 않았다’는 것이다”라고 했다.
간신의 처세는 이처럼 권력자의 눈을 가리는 것은 물론 세상마저 속일 정도로 무섭다. 이는 지금 우리가 쓰라린 심정으로 겪고 있는 현실이기도 하다. 이런 역사의 비극이 우리에게 또 다시 일어나지 않게 하려면 이런 자들을 더욱 더 조심하고 유심히 살펴서 득세하지 못하도록 처음부터 씨를 말려야 한다.(이상 《간신학》 개정증보판, 204~209쪽 발췌)
지금 간신 풍도를 뺨치는 우리의 간신 한덕수가 얄팍한 술수로 일신의 영달을 지키려 전전긍긍하고 있다. 사방의 눈치를 보면서 어느 쪽이 자기에게 유리한 지 머리를 굴리고 있다. 눈알 돌아가는 소리와 머리 굴리는 소리가 모든 국민들에게 들린다는 사실을 아는지 모르겠다. 수구 기득권 정권은 물론 김대중 대통령, 노무현 대통령까지 섬긴 희대의 간신 한덕수의 처신이 새삼 주목을 받고 있는 지금이다. 부릅뜬 눈을 거두지 말아야 한다. 간신을 상대함에 있어서 방심과 한눈팔기는 치명적인 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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