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수의 지인논세

분수와 분수

by 김영수

김영수의 지인논세(知人論世)


분수(分手)와 분수(分數)


유시민 작가의 ABC 다이어그램 때문에 세상(?)이 난리다. 이에 대해서는 따로 글을 마련하기로 하고, 여기서는 왜 그렇게들 호들갑을 넘어 서로 못 잡아먹어 악다구니를 쓰는지 그 이유를 생각해볼까 한다. 한 마디로 단순명쾌한 하나의 도식 때문에 긁힌 자들이 많기 때문이다.

왜 긁혔을까? 다시 말해, 무엇이 그들을 그렇게 만들었을까? 무엇보다 저들의 지분(持分)을 건드렸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수학, 주로 분수(分數)를 가지고 쉽게(?) 풀어보자. 민주사회에서 우리는 누가 되었건 1/N의 몫을 갖는다. 당연한 말이다. 그런데 여기에 이런 저런 힘을 대입시키면 분모(分母)와 분자(分子), 특히 분자가 달라진다. 1/N이 2/N가 될 수 있고, 그보다 더 커질 수도 있다. 유시민 작가가 말하는 영향력, 분자의 영향력이 커졌기 때문이다.

영향력도 분명 힘이다. 그래서 긁힌 자들은 영향력을 권력으로 바꾸어 공격한다. 유 작가 때문에 자신들의 힘인 분자가 작아졌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번 생각해보자. 분모의 크기(수)가 바뀌지 않고 분자가 커졌다면, 즉 1/10에서 2/10가 되었다면 분모는 결국 5로 줄어든 셈이다. 이것이 저들이 말하는 권력과 권력행사의 핵심이다. 권력이 커지면 10명 모두에게 신경을 쓰던 것이 절반인 5명에게만 신경을 써도 된다는 것이다. 이는 권력과 권력행사에 대한 저차원적인 인식이다. 권력은 키우면 되고, 잡으면 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이다.

이제 영향력이란 힘에 대해 생각해보자. 영향력, 좋은 영향력이라면 많은 사람에게 퍼질수록 좋다. 다시 말해 영향력이 커진다는 것은 분모가 커진다는 것이다. 그러면 분자의 힘은 줄어든다. 얼핏 모순되는 것 같지만 그게 그렇지 않다. 영향력은 분자가 행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분모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상호작용이기 때문이다. 역설적이게도 분모의 수가 커질수록, 다시 말해 분자의 줄수록 영향력은 커진다.

영향력은 권력인가 아닌가? 이 질문으로 돌아간다. 아래 사진 한 컷을 보자. 청동으로 만든 2천 수백 년 전 최초의 통일제국 진나라 때의 기물이다. 무엇에 쓰는 물건일까? 지금까지 우리가 이야기해온 분수와 관련된 물건이다. 어떤 물건의 무게를 달 때 쓰는 저울추이다. 저울 한 쪽에는 달고자 하는 물건을 올려놓고, 다른 한 쪽에는 무게 단위가 정해진 이 저울추를 올려 달고자 하는 물건의 무게를 측정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저울추의 이름이 다름 아닌 ‘권(權)’이다. 우리가 말하는 ‘권력(權力)’의 바로 그 ‘권’이다. 권력은 영어로 power로 번역하지만, 제대로 번역하자면 balance of power가 되어야 한다.

진정한 권력은 ‘힘을 나누는 것’이다. 분수에 대입해보면 분모를 키우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자면 영향력도 분명 권력이다. 종래의 수준 낮은 권력론과 구지 구별하자면 ‘선한 권력’이라고 할 수 있을까? 요컨대 권력의 진정한 의미에 대해 좀 더 생각했더라면 긁힐 일도 없었을 것이고, 저런 수준 낮은 다툼도 없었을 것이다. 문제는 저들이 지금이라도 ‘아차’하고 자신들의 오류를 인정할 수 있는 자들인가? 이것이다.

‘분수(分數)를 알라’는 말이 있다. 그 분수가 지금까지 이야기해온 그 분수다. 1/N만큼 가지는 것에 만족하라는 뜻이다. 대신 분모를 키우면 선한 영향력이 커지고 세상이 보다 나은 쪽으로 진보한다. 개인적으로는 커진 분모만큼의 사랑과 존경을 얻는다. 이것이 ‘분수를 알라’는 말의 참뜻이다.

이 분수(分數)를 모르는 자들, 다시 말해 자기 몫이 아닌 분자를 더 차지하려는 저급한 권력론에 사로잡힌, 그래서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않으려는 자들과는 어떻게 해야 하나? 분수(分手)하는 수밖에 없다. 잡았던 손을 놓고 헤어지는 것이다. 커진 분모의 힘(크기)이 자연스럽게 분자를 줄이거나 다른 분자로 대체할 것이다. 커진 분모의 힘, 그것이 바로 나누어진 힘, 즉 ‘권력’이다. 어쨌거나 이 일로 한 가지 분명해진 사실은 분모가 커졌다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유시민 작가의 권력(영향력)도 그만큼 더 커졌다. 아이구, 이 멍충이들아!(2026년 3월 28일 07:39)


도면. 진나라 때의 저울추 ‘권’의 실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