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 속 史记의 고사성어

감언이설과 감언호사

by 김영수

초중고 교과서에 나오는 《사기》의 고사성어



감언이설(甘言利說)과 감언호사(甘言好辭)

달콤하고 듣기 좋은 말의 함정



‘감언이설’은 《알고 쓰자 고사성어》에는 우리식 사자성어로 소개되어 있다.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려 있고, 수능 시험에도 출재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사기》를 보면 거의 같은 뜻의 ‘감언호사’라는 사자성어가 나온다.

‘감언이설’은 우리식 사자성어다. 오랫동안 한자와 한문을 사용해오다 보니 우리식으로 만들어진 사자성어나 고사성어들이 제법 있고, ‘감언이설’도 그 중 하나다. 아쉬운 점은 이런 우리식 고사성어들의 원전이나 출전을 밝히기 어렵다는 현실이다.(중국 최대의 포털 바이두에는 ‘감언이설’을 우리식 사자성어로 소개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감언호사(甘言好辭)’라는 사자성어를 주로 인용한다. 《전국책(戰國策)》(<한책韓策>)과 위대한 역사가 사마천(司馬遷)이 평생을 바쳐 남긴 역사서 《사기(史記)》(<소진·장의열전蘇秦張儀列傳>) 장의(張儀) 편에 보인다. 장의는 전국시대 여러 나라를 돌며 국제정세를 분석하고 그에 맞는 대책을 제안한 ‘유세가(遊說家)’였다. 그가 한나라 군주에게 유세하며 “군신(群臣)과 제후들은 국토가 협소한 것은 헤아리지 않고 합종을 주장하는 유세객들의 달콤하고 듣기 좋은 말에 현혹되어 한패가 되어서는 서로 말을 꾸며대면서 ‘나의 계책을 따르면 강성해져서 천하의 패자가 될 수 있다’고 큰소리를 칩니다”라고 말한 대목이 있다.


“군신(群臣)과 제후들은 국토가 협소한 것은 헤아리지 않고 합종을 주장하는 유세객들의 ‘달콤하고 듣기 좋은 말’에 현혹되어 한패가 되어서는 서로 말을 꾸며대면서 ‘나의 계책을 따르면 강성해져서 천하의 패자가 될 수 있다’고 큰소리를 칩니다.”

“부군신제후불료지지과(夫群臣諸侯不料地之寡),이청종인지감언호사(而聴従人之甘言好辭),이주이상식야(比周以相飾也),개분왈‘청오계가이강패천하’(皆奮曰‘聴吾計可以彊霸天下)’.”

이상은 유세가 장의가 한나라 왕을 설득하는 대목에서 나온 것인데, 바로 뒤 이어 장의는 ‘감언호사’와 비슷한 뜻으로 ‘수유지설(須臾之説)’이란 표현도 함께 쓰고 있다. ‘아부하는 말’이란 뜻이다. 한 대목에서 비슷하지만 다른 표현으로 유세의 설득력을 높이는 유세가 특유의 수법을 구사하고 있다. 이 대목의 원전은 《전국책(戰國策)》 <한책(韓策)>이다.

당나라 초기의 천재 시인 왕발(王勃)은 《평대비략론(平臺秘略論)》 <포객(褒客)>이란 시에서 “편벽지위식기적(便辟脂韋飾其迹), 감언교사운기변(甘言巧辭運其辯)”이라 하여 ‘감언교사’로 살짝 바꿔 쓰고 있다. 그 뜻은 “달콤하고 부드러운 말로 그 행적을 꾸미고, 달콤하고 교묘하게 그 말을 운용하다” 정도가 되겠다.

또 ‘감언’은 중국의 나라별 역사를 기록한 《국어(國語)》(<진어晉語>1)라는 책에 “또 ‘감언’이구나”라는 대목이 보인다. ‘듣기 좋은 말’이란 뜻이다. 또 전국시대 최고의 개혁가 상앙(商鞅)의 전기인 《사기》(<商君列傳>)에도 ‘감언’이란 단어가 나오는데 관련한 대목이 무척 의미심장하여 소개해둔다.


“겉으로 응수하는 말은 허황되고, 내심에서 나오는 말은 진실 되며, 쓴 말은 약이고 달콤한 말(감언甘言)은 질병(독)이다.”


비슷한 표현으로는 역시 장의가 한 ‘아부하는 말’이란 뜻의 ‘수유지설(須臾之説)’이 있고, 또 《논어》(<학이>편)에서 공자가 말한 ‘교언영색(巧言令色)’이란 유명한 사자성어도 있다. ‘교묘하게 꾸민 말과 아첨하는 얼굴빛’이란 뜻인데, 공자는 이런 말과 표정에는 어진 부분(사람)이 드물다고 했다.

‘감언이설’이나 ‘감언호사’는 분명 듣기에 좋고, 그래서 귀가 얇은 사람은 홀리기 쉽다. 그 말에 진정성이 담겨 있는지를 제대로 살피려면 그 사람의 평소 언행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이를 소홀히 하고 ‘감언호사’에 넘어가 큰일을 그르친 사례가 수없이 많았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 ‘감언호사’는 ‘말은 꿀처럼 달콤하지만 뱃속에다 칼을 감추고’ 있는 ‘구밀복검(口蜜腹劍)’과 ‘웃음 속에 비수를 감추고 있는’ ‘소리장도(笑裏藏刀)’로 무장한 간신들에게 예외 없이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하나의 현상이란 점도 알아두자. ‘구밀복검’은 《자치통감(資治通鑑)》이 그 출전으로, 당나라 현종(玄宗) 때의 간신 이임보(李林甫, ?~752)의 별칭이라 한다. ‘소리장도’는 《신당서(新唐書)》가 그 출전이고, 역시 당나라 태종(太宗) 때의 간신 이의부(李義府, 614~666)의 별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