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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수 Feb 17. 2024

고사성어 365

2월 17일: 담언미중역가이해분(談言微中亦可以解紛)

2월 17일의 고사성어(48)


담언미중역가이해분(談言微中亦可以解紛).


* 말이 적절하면 다툼도 해결할 수 있다.

* 《사기》 <골계열전(滑稽列傳)>


눈으로 읽으며 낭독하기

<골계열전>은 역사서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유머와 웃음, 그리고 그것을 구사했던 유머리스트들에 대한 기록이다. 사마천은 유머와 적절한 말로 권력자에게 충고하고 얽힌 문제를 해결했던 인물들을 위해 특별히 <골계열전>을 마련했다. ‘골계(滑稽)’는 원래 술을 계속 따를 수 있게 돌아가는 술그릇을 가리킨다. 이로부터 빠르고 재치 있고 유창한 말솜씨를 비유하는 단어가 되었고, 문학이나 예술 방면에서 ‘골계미(滑稽美)’라는 용어까지 갈라져 나왔다. 

사마천은 보잘것없는 배우나 연예인의 재치 있고 의미심장한 말솜씨조차 높이 평가했고, 이들 역시 다양한 인재의 범주에 속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아울러 그런 재능을 가진 사람들의 말이 상황과 상대에게 맞으면 해결하지 못할 일이 없다고 인식했다. 

사마천은 <골계열전>에서 독재자의 대명사인 진시황(秦始皇)과 그 아들 2세 황제 호해(胡亥)조차 이들 유머리스트들의 유머에 마음을 풀고 웃었던 사례를 소개한다. 세상사가 엄숙한 예의범절과 딱딱한 권위에만 의존해서는 무미건조하다는 지적으로도 이해할 수 있다.

중국 현대문학사에서 ‘유머론’을 처음 제창했던 세계적 수필가 임어당(林語堂, 린위탕 1895~1976)은 세계 각국의 지도자들이 모두 유머 감각을 갖추고 있다면 전쟁할 일이 없을 것이라 했다. 영국의 소설가이자 시인으로 예리한 심리해부와 시적이고 난해한 표현으로 가득 찬 작품을 남긴 메러디스(Meredith, George 1828∼1909)는 <희극론>이란 글에서 유머는 한 개인이나 한 나라의 문화적 수준이 일정 단계에 올라야 나타날 수 있다고 했다. 유머가 문화 수준과 연계된다는 말이다.

수준 높은 유머는 인생의 깊이를 통찰한 사람에게서 나온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역사서를 완성하기 위해 자신의 성기까지 잘라야만 했던 사마천이 웃음과 유머의 작용을 언급한 것도 이런 경지의 반영이 아닐까?


손으로 써보며 생각하기

* 담언미중역가이해분(談言微中亦可以解紛).

<골계열전>은 기적과도 같은 기록이다. 사람이 밥만으로 살 수 없듯이 유머와 웃음이 없는 삶은 삭막 그 자체다. 사진은 <골계열전>의 첫 부분이다.

도면(위). 유머는 다툼을 막아준다. 임어당은 전쟁도 막을 수 있다고 했다.


* 유튜브 ‘김영수의 좀 알자 중국’: 하루 명언공부 2월 17일

- 난처지사(處難處之事), 가이장식(可以長識).

- 어려운 일을 처리하다 보면 식견이 늘어난다.

https://youtu.be/jRErn2kSey8

이미지 출처: 창해 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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