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하늘을 보다

by 할미꽃

동네 한 바퀴를 돈다 . 매일이다시피 걷는 길이지만 거리 풍경은 날마다 조금씩 다르다.

늘어진 수양버들가지가 한들거린다. 내 동네에 저렇게 멋진 수양버들이 있었던가? 새로 심은 것도 아닐텐데 이제사 내 눈에 들어온 것이다. 삶의 흐름에 따라, 마음의 흔들림에 따라 있는 것들이 보였다 안보였다 부침한다.

내 산책길 가에 아주 오래 된 아파트가 있었다 . 사람이 사는지 안사는지 거의 폐가 같은 모습이었다.

건물 벽 밖으로 보이는 여러가지 배관들은 거의 부식되어 터질 것 같은 모습이었고, 여기 저기 테프로 엉겨 붙여 놓은 창문도 있고 낮은 브로크 담장은 건드리면 툭하고 무너져 버릴 것 같았다.

그 앞을 지날 때마다 으스스한 느낌마저 드는데, 그 아파트가 재건축 된다는 바람에 집 값이 다락같이 높다고 한다.

도대체 이 안에 사람이 살고 있기는 한 것인가?

의구심에 호기심까지 발동하여 무심히 지나치지 못하고 유심히 살펴보며 지나 다녔다 . 베란다에 소쿠리며 상자며 작은 항아리 등 생활용품들이 놓여 있는 것을 보면 사람들이 사는것 같기도 하였다. 내게는 아무 상관도 없는 일인데 왜 나는 무심히 지나치지 않고 살펴보며 지나다니는지 모를 일이었다.

내심으로 이 건물들 때문에 내가 사는 동네가 함께 우중충하게 보인다는 불만 아닌 불만스러움 때문이었을까?

새 아파트가 완성되면 새 집으로 이사하고 싶은 마음이 은근히 내 마음 속에 자리 잡고 있어서였을까?

드디어, 낡은 브로크 담 대신, 사람 키의 두서너배나 될 것 같은 높은 담장이 설치되었다. 그 안은 감춰진 땅이 되었다.어떤 모습으로 나타날지 늘 그 속이 궁금했다.

포크레인이 몇날 몇일을 먼지를 펄 펄 날리며 사정없이 그 집들을 부숴 내렸다. 괴물 같던 건물이 부서져 내리는 모습이 통쾌했다.

부스럭거리던 담장이 상록수로 대체되었고, 한 편에 작은 공원같은 녹지대도 만들어졌다. 그 곳에는 수십 미터나 되는 소나무, 사철 붉은색을 띠는 단풍나무, 꽃처럼 예쁜 관목들이 심겨 있고 , 나무들 사이 사이로 철 따라 피어나는 들꽃들도 심어 놓았다. 행인들이 발걸음을 멈추고 쉴 수 있는 예쁜 의자와 그늘막도 아담하게 설치되었다.

내 동네가 밝고 깨끗한 동네가 되었다.

노란 개나리 울 넘어로 , 높이 쌓인 조경석 사이에 다닥 다닥 피어 있는 영산홍 철쭉꽃을 보며 걷는다.노래라도 흥얼거릴 기분이다. 예쁜 색의 보드블럭이 새로 깔린 길을 걷고 있는 내 발걸음은 가벼워 진다.

쉼 터 양지 바른 의자에 앉아 하늘을 본다.

하늘도 새 하늘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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