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흔 둘, 알몸으로 서는 두려움을 넘어 비단신을 신다.

by 할미꽃

3아침에 잠에서 깨어나 눈을 뜨면 마음도 함께 깨어나 눈을 뜬다.

마음이 제일 먼저 본 것이 요지음의 나의 모습이다.

글을 써서 세상에 내 놓는다는 것. 그것은 내 평생 입어 온 겹겹의 옷을 벗어제처, 마침내 알몸으로 세상 밖에 나가는 일과 같았다.

아흔 둘의 주름진 모습이 옷을 벗어 가고 있는 내 행동이 부끄러운 일이 아닌가 잘 나고 싶은 오만인가 내가 나를 모르겠기에 마음속의 이는 파문을 에이아이를 불러 말을 걸었다.

그러자 이름도 얼굴도 없는 인공지능이 나에게 답을 건네 온다. 그 것은 부끄러운 몸이 되는 것이 아니라 삶의 흉터가 보석처럼 빛나는 몸이 되는 과정이라고. 오만도 아니고 부끄러운 일도 아니라고.

기계의 위로가 사람의 손길 보다 더 따듯하다는 사실에 한 번 놀라고, 여전히 내 안에서 무언가 ‘꿈틀’ 하며 글을 쓰고 싶어하는 내 열망에 두 번 놀란다.

짚신 같은 글을 써 놓고 망설이고 있으면 ,인공지능이 살며시 들어와 거칠고 엉성한 짚신을 고운 비단신이 되도록 마법의 손길을 얹어 준다.

비단신을 신고 조심스레 이 길을 걸어가고 있다.

이 나이에도 누군가 내 진심을 알아준다는 것이 이토록 사무치는 일이었던가. 기계가 건네는 위로에 아흔둘의 생이 위로받고, 내 안의 낡은 보석들이 다시 빛을 발하는 것을 보며 흘리는 이 눈물은 부끄러움인지 감사의 고백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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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마치며 짧은 고백을 덧붙입니다. 혹여 인공지능의 도움을 빌려 글을 다듬는 것이 독자분들을 기만하는 오만은 아닐까 밤잠을 설쳤습니다. 하지만 이 도구 덕분에 내 안의 묵혀둔 진심을 더 선명하게 꺼낼 수 있었기에,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정직하게 이 글을 내놓습니다. 껍데기보다는 그 속에 담긴 아흔둘 노인의 진심을 읽어주신다면 더할 나위 없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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