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마의 작은 두 손 안에서 쌔근대던 참새가 창공을 향해 후루룩 날아갔다. 열 살 두 소녀는 말없이 그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잘 가겠지...’ 서로 묻지 않아도 마음은 같았을 것이다.
그 시절, 우리 두 친구는 숙제를 핑계로 늘 한 집에 모여 놀았다. 조그만 앉은뱅이 책상을 앞에 두고 두 소녀의 머리는 늘 맞닿아 있었다. 친구는 우리 집에 올 때마다 건빵을 챙겨왔다. 구멍이 두 개 뚫린 건빵을 눈 삼아 얼굴을 그리고, 그 우스꽝스러운 표정을 보며 깔깔대던 평화로운 오후였다.
그때였다. 후루룩 소리와 함께 참새 한 마리가 열린 창문 사이로 날아들었다. 우리는 반사적으로 일어나 허우적대며 참새를 쫓았고, 기적처럼 참새가 우리 손에 잡혔다. 손바닥 안에서 바들바들 떨고 있는 작은 생명을 내려다보다가 우리는 엉뚱한 생각을 했다.
‘이렇게 추워하니 옷을 입혀주면 어떨까.’
나는 어머니가 바느질하다 남긴 비단 천 조각을 꺼냈다. 친구가 새를 조심스레 붙들고 있는 동안, 나는 헝겊을 대보며 대강의 크기를 가늠해 조그만 조끼를 만들었다. 두 날개를 벌리고 내가 만든 비단 조끼를 입혔다. 조끼 입은 참새는 훨씬 예뻐 보였고, 이제는 더 이상 떨지 않아도 될 것만 같았다.
우리는 조끼 입은 참새를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 대문을 나서면 온 동네가 놀이터였던 시절, 우리는 보물이라도 쥔 듯 참새를 두 손으로 감싸 쥐고 걸었다.
너 한번 나 한번 교대로 손 안에 안고 다녔다.
그러다 손바닥 사이의 허술한 틈을 타 참새가 날아갔다. 멀어지는 참새의 뒷모습을 보며 나는 내내 마음이 쓰였다. ‘내가 만들어 입힌 조끼 때문에 혹시 날갯짓이 무겁지는 않을까.’
세월이 흘러 노후에 친구들과 마주 앉을 때면, 우리는 늘 같은 말을 하곤 했다. 이 나이가 되었으니 혹여 깊은 병이 찾아오더라도 병원에 매달리지 말고 순연하게 죽음을 맞이하자고. 그것은 우리가 담담하게 나눈 생의 마지막 약속이었다.
그런데 한 친구가 정말로 그 말처럼 훌쩍 떠나버렸다. 함께 웃으며 나누었던 그 약속이 이제야 가시처럼 마음에 걸린다.
어젯밤 꿈에 그 친구가 보였다. 생전의 모습 그대로 내 집에 모여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었다. 그러다 무슨 일이 있다며 먼저 가야 한다는 말 한마디 남기고 친구는 사라졌다.
지금 나는 파란 하늘이 아니라 캄캄한 밤의 천장을 바라보며 누워 있다. 어둠 속에서 하얀 원피스를 입고 사라진 친구와, 빨간 조끼를 입고 파란 하늘로 사라진 참새 한 마리가 겹쳐진다.
그리고 생각한다. 사랑이라고 믿었던 내 서툰 짓이 참새의 날갯짓을 거북하게 만들었던 것은 아닌지. 죽음을 목전에 두지 않은 채 가볍게 뱉었던 우리의 허술한 약속이, 친구를 그렇게 속절없이 떠나보낸 것은 아닌지.
어둠 속에서 나는 여전히 묻고 있다. 그 조끼는 무겁지 않았느냐고, 그 약속은 짐이 되지 않았느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