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화상

by 할미꽃


더 이상 내어줄 살이 없어

둥둥 떠있는 쓸모없는

우렁이 껍질.

삿대도 없이 돛대만 남은 채

미풍에라도 움직여 보곺은 바다 위에 조각배.

우주를 잃어버린 방전 된 핸드폰.

다 타고 없어져 남은 촛농 위에

엎드려 마지막 불꽃을 팔랑이는 불꽃.

고개 숙인 할미꽃.

돌아오지 않을 메아리, 소리없는 메아리 나

외치고 있는 벙어리.


이렇게 나를 그려내다 보니

피시시 미소가 입가에 떠오른다.

그래도 아흔 둘이나 살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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